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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조사위원 지만원 추천 제정신인가”…한국당 “오보” 발뺌

기사승인 2018.10.30  15: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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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지만원설 방치한 것만으로도 이미 광주시민과 국민 모독

   
▲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북한군이 침투, 시민들을 선동해 폭동을 일으켰다고 주장한 지만원 씨가 2017년 11월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 등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지만원 5·18 조사위원 추천설…한국당 제정신인가?”

30일자 <광주일보> 보도 제목이다. 광주 시민들과 지역 언론이 뿔이 났다. 자유한국당을 향해서다. 최근 5.18민주화운동진상조사위원회 추천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내에서 극우인사 지만원씨가 물망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에 적극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위원 추천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손해 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는 지만원씨 추천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지만원씨 진상조사위원 추천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서는 자유한국당이 지만원씨를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자유한국당의 부인은 공감대를 그리 얻지 못하고 있다.”

<광주일보>는 또 “정부 합동조사단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17건의 성폭행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오는 31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진상을 규명해야할 5·18 진상조사위는 출범 시한을 한 달 이상 넘기고도 아직까지 구성도 되지 않아 공분을 사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상조사위 구성 자체가 미뤄지고 있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몽니’ 때문이라는 지적이었다. 정치권 역시 황당하다는 반응을 넘어 “추천권을 내놓으라”고 으름을 놓고 있다. 

   
▲ 지난 6월4일 오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 독일 기자의 취재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호텔 소속 택시기사 고 김사복씨(영화 택시운전사 주인공)의 아들 김승필(59)씨와 5·18 시민군 지용(76)씨가 광주지검에 극우보수논객 지만원(76)씨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하기에 앞서 법적 대응 취지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만원씨는 지난해 8월 영화 택시운전사 개봉 전후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시스템 클럽)에서 힌츠페터와 김사복씨를 비방했으며, 지용씨를 북한 특수군이라고 왜곡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만원설에 들끓는 광주 민심과 정치권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9일 논평을 통해 “자유한국당은 진상조사위원 후보로 지만원 씨를 검토하는 등 5·18진상조사를 ‘웃지 못할 코미디’로 만들려하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은 정쟁 만들기와 대안 없는 발목잡기를 멈추고 5·18진상조사위원 구성 등을 서둘러 제1야당의 기본 책무를 다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국민이 납득할 인사를 추천할 생각이 없다면 조사위원 추천권을 그냥 포기하기 바란다.” 

정의당 역시 같은 날 정호진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자유한국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 대변인은 “5·18의 북한군 개입설은 자유한국당의 전신들이 집권했을 당시에도 입증하지 못한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5·18진상조사위가 밝혀내야 할 것은 북한군 개입설과 같은 허무맹랑한 가짜뉴스가 아니라 당시 광주시민들에게 자행된 무참한 폭력의 최종명령자가 누구였는지를 밝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 대변인은 “(지만원씨는) 가짜뉴스의 원조격이자, 독재정권의 망령이라 부를 만한 인물”이라고 규정한 뒤, “지만원씨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부터가 이번 진상조사위를 자유한국당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고 일갈했다. 

가장 강력하게 반발한 것은 민주평화당이다. 광주전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평화당은 지난 2월 5·18진상규명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당시 법안 추진을 주도한 바 있다. 당 일각에서는 “황당”과 “경악”이란 반응도 나왔다고 전해진다. 같은 날 장병완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만원씨는 ‘5·18 북한 배후설’을 이야기해 법원으로부터 여러 차례 배상 판결을 받았고, 지난 25일에도 5·18 유족회 등에 9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9월14일 법이 시행된 이후 40여일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위원을 추천하지 않아 위원회 출범조차 못하게 방해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이제는 왜곡에 앞장선 지씨를 추천한다면 이는 의도적으로 왜곡을 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은 이미 광주시민을 모독했다 

이쯤 되자, 자유한국당이 살짝 꼬리를 내렸다. 30일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의 모두 발언을 통해서다. 윤 부대표는 “5.18민주화운동진상조사위원회 추천 관련해서 한 말씀 드리겠다”며 아래와 같이 밝혔다. 

“당에서는 9월부터 원내대표님을 위원장으로 5.18민주화운동진상조사위원 추천위원회를 7명으로 구성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지만원 씨에 대한 추천 논의가 있었던 걸로 보도가 되었다.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 원내대표님과 추천 위원으로 중심으로 추천 위원 인선작업을 지금 하고 있다. 

다만 야당 추천에 대한 정치적 부당으로 해서 자격을 갖춘 많은 분들이 회피하고 있다. 또 우리당에서 추천된 세월호 특조 위원들이 특조위 활동과정에 겪는 고초 등으로 인한 학습효과로 인선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추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 윤재옥 자유한국당 수석부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추천인사로 5.18북한군 배후설을 주장해온 극우 논객 지만원 씨를 검토한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전형적인 ‘남탓’에 가까운 핑계가 아닐 수 없다. 특히나 언론에서 자유한국당 내 기류를 반영해 전한 보도를 ‘오보’로 규정한 것도 모자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거론하며 “고초”라는 표현까지 썼다. 앞서 자유한국당과 전신인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여당 인사로 공공연히 세월호 유족들을 비판해 온 인사를 추천, 유족들의 반발과 비난을 자처하는 한편 특조위 활동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어디 그 뿐인가. 5.18민주화운동진상조사위원회는 자유한국당의 발목잡기로 출범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 이미 국회의장이 1명, 여당이 4명의 몫은 추천이 완료된 상태다. 야당 몫 4명 중 자유한국당이 무려 3명을 추천하지 않고 있다. 정쟁의 대상이 아닌 사안까지도 지연 전략을 쓰고 있는 셈이다. 그도 아니면 ‘무능’하거나, ‘역사’에 관심이 없거나 일 테고. 

지만원씨는 수년 간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 온 가짜뉴스의 배포자다. 심지어 <전두환 회고록>도 그의 주장을 인용하기까지 했다. 자유한국당이 간단히 ‘오보’라고 뭉개고 갈 사안이 아니란 얘기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은 이대로 유야무야 넘어갈 공산이 커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또 지만원씨가 거론되도록 놔둔 것 만으로도, 자유한국당은 이미 광주시민들과 국민을 모독했다고 볼 수 있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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