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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개망신’” 운운 김성태, <뉴스룸>이 틀렸다

기사승인 2018.10.27  13: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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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안쓰러운 김성태의 저급한 말잔치.. ‘당대표로 눈여겨봐달라’ 몸부림?

‘촌철살인 (寸鐵殺人) : 작고 날카로운 쇠붙이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뜻으로, 짧은 경구로도 사람을 크게 감동시킬 수 있음을 이르는 말.’

‘독설 (毒舌) : 남을 사납게 비방하거나 매도하여 해치는 말.’

자, 그러니까 촌철살인과 독설을 헷갈리면 곤란하다. 다시 말해 촌철살인은 개인의 어떠한 철학이 담긴 지적 유희와 통찰에 비견할만하다. 그렇다면 독설은? 자칫 잘못하면 시정잡배들의 언어를 답습하며 스스로를,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 그 허접한 ‘아무말’을 듣는 이들까지 같이 시궁창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독설의 위험성이다. 독설이, 말이 그렇게 아슬아슬 한 법이다.

“어떤 사람은 있는 그대로를 보고 말한다. 왜 그럴까라고. 그러나 나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꿈꾸며 말한다. 왜 안 돼 라고.”

촌철살인의 대가인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 ‘말’과 ‘상상력’의 관계를 비틀고 또 비튼 이 경구가 가리키는 바는 명징하다(그러나 ‘왜 안 돼’에 꽂혀 ‘반대를 위한 반대’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이도 있을 법 하지만). 그렇게, 말은 곧 사람이요, 비전이고, 상상력의 시초다. 그러니까 세치 혀로 내뱉은 그 말이 그 사람의 인격을, 내면을, 그리고 지적 능력을 가리키는 법이다. 그렇다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경우는 어떠한가.

“개망신”부터 아프리카 비하까지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 ASEM 회의 가서 북한 경제제재 완화해 달라고 마크롱 대통령 만나서 개망신당하고, 영국 대통령 만나서 망신당하고...”

“아프리카 후진국 대통령보다 못한 그런 대통령 순방 외교를 펼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최순실의 가장 큰 특혜 수혜자입니다. 역량도 능력도 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보면 우리가 잘못해서 우리는 정권을 내줬습니다.”

   
▲ <이미지출처=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쳐>

김성태 원내대표는 26일 오후 한국당 합동워크숍에서 위와 같은 ‘막말’들을 내뱉어 논란을 자처했다. 이 발언을 두고 이날 JTBC <뉴스룸>은 <독설 던진 김성태…민주당 “홍준표 시절이 그립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뉴스룸>이 틀렸다. 대통령을 향해 “개망신” 운운하고, “아프리카 후진국 대통령 보다 못한”과 같이 외교문제로 비화될 법한 표현까지 들먹이는 제1야당 원내대표 정치인에게, 그의 저급한 말잔치에 ‘독설’이란 표현도 아까울 지경이다. 오죽했으면 이날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이 “개망신”이란 표현에 발끈하며 “차라리 홍준표 전 대표가 그립다”고까지 했을까.

민주당의 표현을 빌리자면, 김 원내대표의 “저속한” 발언은 또 있었다. 이날 오전 열린 한국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는 특별재판부 구성에 합의한 여야 4당을 향해 “완장 찬 인민군”이라고 표현한 것도 모자라 김정숙 여사를 걸고 넘어졌다.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연일 공중파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청와대에서 곶감만 말리시는 줄 알았더니 일거수일투족이 KBS, MBC에 이토록 경쟁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줄 미처 몰랐다. 80년대 이른바 땡전 뉴스에, 뒤에 나오는 한편뉴스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뉴스라는 것은 여러분들 ‘한편 이순자 여사는’ 이렇게 나가는 게 한편 뉴스이다. 공공기관 세습보다 김정숙 여사의 뉴스가치가 더 큰 것인지 지상파, 방송사들의 고유한 편집권 문제이겠지만 다시 80년대로 되돌아가는 것 같은 착각은 불러일으키지 않았으면 한다.”

   
▲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 김성태 원내대표가 참석하며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안쓰러운 김성태의 저급한 말잔치

이런 게 바로 전형적인 호도다. ‘땡전뉴스’는 1980년대 지상파 첫 뉴스로 전두환 씨의 일거수일투족이, 뒤이어 이순자 여사의 뉴스가 보도됐던, 이른바 ‘보도지침’ 시절의 ‘정권나팔수’ 방송을 일컫는다.

작금의 지상파를 보라. 과연 그 정도 ‘편파’ 뉴스로 점철돼 있는지. 김 원내대표 딴에는 이런 종류의 말잔치가 정권 비판과 지상파 비판이란 일거양득이라 생각했겠지만, 미안하게도 번지수가 틀렸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정치인의 언어의 품격은 절대 불가능한 것인가? 참담하다”

지난 9월 4일,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트위터에 쓴 글이다. 당시 논란이 됐던 김 원내대표의 연설을 두고 한 한탄이다. 이런 게 바로 ‘촌철살인’의, 적어도 ‘독설’의 일종이다. 근래 들어 김 원내대표가 구사하기 싫어하는 그런 종류의. 사실 김 원내대표의 연이은 ‘막말’ 퍼레이드에 대해서는 더 논할 가치가 없을 듯하다. 그런데 어쩌나. 김 원내대표의 속내가 너무나 빤해서 투명하기까지 한 것을.

“문재인 정권을 바로 잡는 길은 제1야당 한국당이 비대위 체제를 통해서, 범보수대연합을 통해서 문재인 정권의 독단과 전횡에 맞서 싸우는 길밖에 없다.”

이날 워크숍에서 한 또 다른 김 원내대표의 발언이다. 그러니까 ‘막말’의 요체는 이것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 세게, 더 강하게 정권을 비판하는 나를 따르라.’ 요즘 태극기부대도 ‘극우’고, ‘애국자’라던 전원책 자유한국당 조강특위위원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보수대통합’을 염두에 둔 ‘막말’이요, 얼마 남지 않은 자유한국당 대표로 자신을 눈여겨 봐 달라는 몸부림일 터다.

안쓰럽다. 홍준표 전 대표가 실패한 그 길을 따르려는 김 원내대표의 안간힘이. 내면과 인격은 차치하더라도, 그 세치 혀에서 뿜어져 나오는 저급한 말들의 향연으로 2018년의 유권자들을, 보수를 끌어 안을 수 있을 거라는 그 상상력이.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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