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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의 연이은 저격, “정치적 게으름”으로 응수한 조국 수석

기사승인 2018.10.24  12: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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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법관들 격한 반발, 성역화시켜왔다는 자기증명의 증거

   
▲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영상 캡처>

“역사를 위해 남깁니다.”

과연 현재 ‘사법농단’ 사태의 중심에 선 법관들에게 ‘역사’란 무엇일까.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23일, 한 현직 고법 부장판사는 ‘역사’를 운운하며 청와대를 압박하고 나섰다. 법원 내부 전산망에 올린 글에 도리어 이런 표현까지 썼다. 

“더 이상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치사한 방법으로 법관을 겁박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 주인공은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다. 그는 지난 16일 법원 게시판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의 피의자에 대한 밤샘조사 관행을 비판하는 글을 남겨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강 부장판사가 글을 올린 당일은 검찰이 임 전 차장에 대한 심야 조사를 벌였던 시점이었다.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견을 개진 중인 강 부장판사는 23일에는 “자신의 수사기관을 총괄하는 지위에서 당장 지금부터라도 악습 철폐에 나서는 법적, 공적 책임을 다하면 좋겠다”며 다시금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했다. 앞서 조 수석이 페이스북을 통해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의견을 개진한 것을 두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강 부장판사는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의신한 듯 “저로 인해 근심을 안겨 드려 송구한 마음”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 수석이 가담하리라 하는 점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예의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임 전 차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물론 조 수석의 의견 개진에 대한 반발을 계속 이어나간 것이다. 이러한 반발에 조국 수석은 어떻게 ‘화답’했을까. 

‘겁박’ 운운한 현직 부장판사와 조국 수석의 화답 

“제도가 저절로 굴러가겠지 하는 것은 정치적 게으름일 뿐이다.” (G. 버나드 쇼)

강 부장판사가 조국 수석을 ‘저격’하는 글을 올린 23일, 그날 밤 조 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국의 소설가 조지 버나드 쇼의 유명한 명언을 게시했다. 사법농단 사태와 자신과 청와대를 향한 일부 법관들의 반발에 대한 일침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한편으론 페이스북을 통한 자신의 의견 개진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보인다. 또 임종헌 전 차장에 대해 검찰이 구속한 데 대해서는 관련 기사를 게재하며 이런 기사 속 내용을 인용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직권남용 혐의 성립 요건이 엄격한 만큼 신병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잇따라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임 전 차장도 ‘법리적으로 직권 남용이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는 상황이다.”

24일 오전에도 조 수석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법농단’ 사태의 현안을 계속 짚어 나갔다. <특별재판부 추진, ‘사법농단’ 결국 국회가 나서나>라는 제목의 24일자 <한겨레>의 사설을 게재하며 더불어민주당이 23일 사법농단 사건 특별재판부 구성과 판사 탄핵 추진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여당의 특별재판부 도입을 환영하는 이유

강민구 부장판사는 이러한 조국 수석의 의견 피력들을 ‘겁박’이라 느꼈다. 그런 판사는 또 있었다. 지난 21일 윤모 서울고법 부장판사 역시 법원 내부 이메일을 통해 동료법관들에게 대통령비서실 관계자의 견해 표시 등의 헌법적 근거를 문제 삼는 글을 보냈다. 조 수석을 겨냥, ‘청와대 수석’과 SNS(트윗)를 거론한 글이었다. 

법관들의 이러한 반발을 대다수 국민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사법농단 사태의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 자체는 물론 이러한 법관들의 ‘반발’ 자체에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까. 아니, 피로감을 넘어 법원과 사법부 전체에 대한 불신을 본인들 스스로가 자처하고 있는 것 아닐까. 특히 강민구 부장판사는 더욱이 지난 2015~2016년 당시 장충기 삼성전자 전 미래전략실 차장과 연락을 주고 받은 사실이 드러나 의혹을 더했던 인물이다. 

강민구 부장판사는 당시 삼성 관련 제품을 칭찬하는 문자를 보내며 친분을 과시하는 한편 자신이 대법관 예비후보에서 탈락한 뒤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드린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현직 부장판사와 삼성 유력 인사와의 친밀한 관계는 그 자체로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사안이라 할 만하다. 

   
▲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영상 캡처>

“사법농단과 관련 없는 법관들로 구성된 특별재판부 도입을 추진하겠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특별재판부 추진 의사를 개진했다. 여기저기서 “오죽했으면”이란 원성이 들려오고 있다. 법원 블랙리스트 파문 이후 1년 가까이 제대로 된 수사조차 못하고 있는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여당이 내린 해법이라 할 만하다. 국회 차원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지만, 늦게라도 칼을 꺼내드는 시늉이라도 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사법농단’ 사태의 조속하고 엄정한 해결이야말로 ‘역사를 위한’ 필요한 작업일 것이다. 법원은 ‘성역’이 아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조 수석을 향한 일부 법관들의 격한 반발이야말로 법관들이 자신들을 성역화 시켜 왔다는 자기증명의 증거라 할 수 있다. 사법부 개혁을 포함해 국민들은 더 이상 “제도가 저절로 굴러가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버린 지 오래다. 정치적 게으름에 빠진 것은 성역화를 거두지 않고 있는 사법부와 법관들뿐이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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