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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커넥션 의혹’이 언론에서 사라졌다

기사승인 2018.10.23  09: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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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비평] 한겨레 등 일부 언론 제외하곤 사실상 침묵…동업자 봐주기?

   
▲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자료사진, 뉴시스>

“논란과 관련해 강효상 의원은 <한겨레>에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일이다.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했건 조선 보도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당시 기사를 작성했던 이진석 기자도 ‘정찬우 부위원장을 만나거나 자료를 넘겨받았느냐?’는 질문에 ‘2014년 10월, 2015년 6월에 내가 쓴 칼럼부터 찾아 읽어보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오늘자(23일) 한겨레 3면에 실린 <박근혜 정부 금리인하, ‘청와대-금융위-조선일보’ 커넥션 의혹> 가운데 일부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당시 청와대와 정부가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한 정황이 담겨있는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문자메시지 내용을 KBS가 입수해서 보도했죠. 하지만 당시 조선일보 강효상 편집국장(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해당 기자는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강효상 의원과 조선일보 기자, ‘커넥션 의혹’ 전면 부인 

강효상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KBS는 그럴지 몰라도, <조선일보>는 누구 부탁받아 뉴스 가치 판단하는 그런 언론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조선일보> 보도 때문에 금리를 내리는 기관인가? <조선일보>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아닌가”라며 반박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강효상 의원과 조선일보 기자가 ‘커넥션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부호가 찍히는 대목은 있습니다. 바로 문자메시지입니다.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015년 초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강효상 선배와 논의했습니다. 기획기사로 세게 도와준다고 했습니다. 필요한 자료 이진석에게 이미 넘겼습니다”(2015년 2월11일), “형님 조선이 약속대로 세게 도와줬으니 한은이 금리 50bp(0.5%포인트) 내리도록 서별관회의 열어서 말씀하셔야 합니다”(2015년 3월3일) - 이 문자메시지와 관련해선 여전히 밝혀진 게 없습니다. 

당사자인 정찬우 전 부위원장이 정확히 해명해야 하지만 그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국외에 머물고 있는 정찬우 전 부위원장에게 <한겨레>가 연락을 해봤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합니다. 

문자메시지 말고 여전히 의혹으로 남는 대목은 또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금리가 어떻게 인하됐는지를 두고는 아직까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고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는 점입니다. 오늘(23일) CBS노컷뉴스가 보도한 기사 가운데 일부를 인용합니다. 

   
   
▲ <사진출처=KBS 화면캡처>

박근혜 정부 금리인하 압박…당시부터 논란이었다 

“금리 인상론자였던 이주열 총재가 박(근혜) 정부로부터 금리인하 압박을 받았다는 의혹은 당시 최(경환) 부총리와 잇따라 만난 뒤 돌연 금리를 내리면서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이 상견례를 겸해 만난 다음 달인 2014년 8월 한은은 돌연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그리고 9월말 호주에서 회동한 뒤 한은은 또 다시 10월에 금리를 2.00%로 추가 인하했다. 이른바 최 전 부총리의 ‘척하면 척’ 발언이 나온 때다. 그동안 최 전 부총리만 부각됐던 전 정권의 금리인하 압박이 실은 청와대, 금융위, 보수언론사 등 전방위에서 가해졌던 것으로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KBS보도가 나왔고 어제(2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와대-금융위-조선일보’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무슨 얘기냐? 오늘자(23일) 한겨레가 사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청와대와 금융위원회 사이에 금리 인하 압력 논의가 이뤄져 조선일보 기사로 구체화됐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드러났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의혹단계이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실제로 기준금리를 잇따라 내렸다는 점에서 조사가 필요해 보이는 건 분명합니다. 

더구나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정권과 유력 언론사간 ‘부적절한 유착’도 도마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행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유착 관계의 실상을 밝히고 기록으로 남겨 재발 방지의 경계용으로 삼아야”(한겨레 사설)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 <사진출처=KBS 화면캡처>

한겨레 등을 제외한 상당수 언론 ‘모른 척’ … 대체 왜? 

언론이 보도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사안이지만 이상하게도 한겨레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상당수 언론이 모른 척으로 일관합니다. 저는 이번 의혹이 언론에서 사실상 사라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에 명백히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2015년 3월과 6월 두차례 50bp(0.5%포인트) 인하됐다는 ‘사실’도 있지만 이를 주목하는 언론은 거의 없습니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도 ‘정부 압박에 따른 금리 인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당시 박근혜 청와대와 정부가 주도하는 비공개 밀실 회의인 이른바 ‘서별관 회의’에 참석했다는 주장도 제기된 상황입니다. ‘이상한 대목’이 분명히 있다는 얘기입니다. 

당시 한은을 출입하던 기자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와 동결 의견이 공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조선일보가 1면으로 한은이 금리 인하를 하지 않는다며 치고 나와서,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이건 뭐지’라며 논란이 됐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유착이 있었는지 조사를 해서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정확히 밝히는 게 필요하죠. 그러기 위해선 여론이 형성될 수 있도록 언론이 보도를 통해 주목을 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은 거의 보도를 안 하고 있습니다. 이런 행태는 지난 8월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수사 과정 중 드러난 ‘조선일보 로비 문건’ 때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동업자 봐주기인 건가요? 저는 언론의 이런 행태가 도무지 이해가 안 갑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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