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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기자’ 배제, 언론탄압으로만 볼 수 있나

기사승인 2018.10.18  16: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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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국제언론인협회가 세계 언론계를 대표하나? 조선일보의 오버

“이 단체(IPI) 회원은 세계 120국 이상의 신문·방송 발행인, 편집인과 주요 언론인이다. 이들이 보기에 탈북민 출신 본지(조선일보) 기자에 대한 정부의 취재 불허는 명백한 언론 탄압이자 민주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비정상적 조치였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에 답해야 한다.” 

오늘자(18일) 조선일보 사설 <‘탈북민 기자 배제는 언론 자유 침해’ 세계 언론계 서한에 답하라> 가운데 일부입니다. 조선일보에 요청합니다. 오버 좀 그만하기 바랍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사주와 발행인이 주죽이 된 IPI가 ‘세계 언론계’를 대표? 웃기는 조선일보

국제언론인협회(IPI)가 세계 언론계를 대표라도 하나요? ‘세계 언론계 서한’에 답하라니요? 평기자들이 주축이 된 조직도 아니고 신문·방송 발행인, 그러니까 ‘사주’와 발행인을 비롯해 언론사 고위간부가 중심이 된 조직에서 낸 입장이 무슨 ‘세계 언론계 서한’입니까? 

더구나 ‘IPI 한국위원회’는 조중동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 낸 입장을 바탕으로 조선일보는 “세계 언론계 서한에 답하라”는 사설을 썼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자체가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오버도 정도껏 해야 하는 법입니다. 

물론 통일부의 이번 조치-탈북민 출신 기자의 ‘취재 불허’는 비판받을 소지가 있습니다. 특정 기자를 지목해 취재에서 제외시키는 것 자체가 논란의 소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 조치에 대해 통일부 기자단이 비판 입장을 낸 것도 그런 측면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 역시 통일부가 굳이 이런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나 –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온당하지 않은, 논란이 소지가 있는 결정이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문제 있는 조치,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결정’이었다 해도 그것이 ‘언론탄압’으로 연결되는 지적과 비판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통일부가 남북고위급회담 전날인 지난 14일 ‘여러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전하며 ‘기자 교체’를 요구한 것이 무리한 요구는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백 퍼센트 동의할 수 있는 ‘협조요청’은 아니었다 해도 탈북민 출신 기자가 풀 취재를 할 경우 돌발상황을 우려한 통일부 판단이 억지나 무리한 판단은 아니었다는 얘기입니다. 

통일부의 ‘기자 교체’ 요구, 억지나 무리한 요구였을까 

물론 통일부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찬반 논란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논란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조선일보의 대응이나 판단은 온당한 것인가 – 이 부분도 저는 생각해 볼 대목이라고 여겨집니다. 반드시 ‘해당 기자’를 고집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이 점을 묻고 있는 겁니다. 

조선일보는 연일 언론자유 탄압이라고 반발하며 일방적으로 몰아가지만 그렇게만 볼 수 없는 측면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저는 지난 16일 발행한 ‘조선일보 노보’의 문제의식에 상당히 공감하는 편입니다. ‘조선일보 노보’를 좀 길게 인용합니다. 

“언론자유 침해 상황에 대한 국민 여론이 언론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평화체제 구축이 험난한 시대적 과제이기에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언론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정부를 비판함과 동시에 책임 있는 언론의 자세를 되새겨봐야 하는 이유다. (중략) 

비정상적인 북한을 협상을 통해 정상국가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배려할 수밖에 없다. 우리 기준으로는 언론자유가 공기처럼 당연하지만 북한엔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문제다. (중략)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남북회담 취재에 탈북민 출신 기자를 보내는 것이 협상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 외교 전략으로 북한 협상파들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면에서 우월한 한국이 김정은보다도 협량할 이유가 없다. 눈치 본다고 폄하할 일이 아니다. 

과거 정권 시절 본지는 외교문제에 있어서는 정파를 떠나 초당적으로 정부를 신뢰하고 지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무조건 지지한다면 언론이 아니고 적정한 비판은 협상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서조차 정부와 언론이 서로를 존중하지도 협조하지도 못한다면 북한을 상대로 무슨 성과를 낼 수 있겠나?” 

아마 통일부가 ‘기자 교체’를 요구한 가장 큰 이유도 “남북회담 취재에 탈북민 출신 기자를 보내는 것이 협상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 판단이 온당했느냐는 논쟁의 영역이고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 남북고위급회담 남측 수석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남북고위급회담을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부는 언론에 ‘어떤 요청이나 요구’를 해선 안 되는 것인가

하지만 이 자체를 ‘언론탄압’이라고 규정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연일 정부가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며 관련 기사를 지면에 게재하는 조선일보 태도는 지나친 오버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일부 언론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진단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만 정부와 언론의 갈등은 숙명(?) 아닌가요? 

‘언론자유 침해’ 운운하기 이전에도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에 제동을 거는 기사를 ‘마음껏’ 썼습니다. 그것은 아마 이후에도 계속될 겁니다. 그런데 언론탄압? 박근혜 정부 시절을 한번 돌이켜보기 바랍니다.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언론자유’가 만개한 시기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통일부 기자단 입장도 유감입니다. 해직기자가 양산되고 수많은 언론인이 징계를 받았던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 기자단이 ‘입장’이나 ‘성명’을 통해 반대입장이나 해직언론인들에 대해 연대를 표명한 적이 있었던가요. ‘그랬던 기자단’이 이번 사건의 경우 매우 빠르게 ‘조직적으로’ 연대의 힘을 보여줍니다. 

“언론자유 침해”로 규정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상황에서도 왜 국민 여론이 기자단에 우호적이지 않은지 돌이켜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1월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 인사를 겸한 티타임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뉴시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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