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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부동산’ 의혹, SBS의 외로운 싸움이 되면 안 된다

기사승인 2018.10.16  1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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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지상파와 종편·대다수 언론은 왜 침묵하고 있나

언론에서 사라졌습니다. 지금까지 제대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삼성의 차명 부동산 의혹을 SBS가 지난주부터 집중 조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SBS만의 ‘외로운 싸움’이 되고 있습니다. 

KBS와 MBC는 물론 JTBC 등도 이 사안에 ‘침묵 모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관련 사안을 보도한 곳은 한겨레가 유일합니다. SBS가 어제(15일) 추가적인 후속 보도를 내놓으며 ‘삼성의 차명 부동산 의혹’ 문제점을 조명하고 있지만 좀처럼 이슈가 안 되고 있습니다. 타 언론사의 침묵도 여기에 일조하고 있다는 저의 판단입니다. 

   
▲ <사진출처=SBS 화면캡처>

고 이병철 회장에서 ‘돌아 돌아’ 에버랜드로 간 ‘용인 땅’ 

SBS가 지난주에 보도한 ‘삼성 차명 부동산 의혹’을 핵심만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에버랜드 주변의 여의도 크기 정도 되는 땅이 상당히 오랜 기간 서류상의 주인과 실제 주인이 다른 점을 SBS가 포착해서 취재에 나섭니다. 그런데 이 땅 주인이 이병철 회장에서 삼성 임원, 성우레저를 거쳐, 현재 에버랜드로 바뀐 점을 밝혀냅니다. 

정상적인 상속·증여 절차를 거쳤다면 수백억원대의 세금을 내야겠죠. 하지만 땅 주인이 ‘이상한 과정’을 거쳐 에버랜드 소유로 됩니다. 현재 땅을 보유하고 있는 에버랜드 대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 세금을 덜 내기 위한 편법 세습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특히 에버랜드의 경우 1996년 ‘전환사채 헐값 발행’ 이후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이르기까지 이재용 부회장 후계 승계를 위한 핵심 역할을 해왔습니다. ‘삼성의 차명부동산 의혹’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더구나 어제(15일) SBS가 추가 보도를 내놨는데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7년 전 삼성이 ‘에버랜드 주변’ 땅의 진짜 주인이 이건희 회장이라고 국세청에 털어놓은 사실을 확인한 겁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땅이 세금을 제대로 안 내고 아들인 이건희 회장에게 넘어갔다는 것을 삼성이 인정했다는 얘기입니다. SBS는 <8뉴스>에서 “2011년 2월 에버랜드 세무조사가 끝난 후에 성우레져 주주들에게 입금된 돈은 사실 이건희 회장 것이라고 (삼성 측이) 국세청에 자진 신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단독 보도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국세청입니다. 당시 삼성이 어떤 이유로 국세청에 자진신고를 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당시 국세청이 관련 사실을 알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국세청의 조치는 매우 이상했습니다. SBS 역시 어제(15일) <8뉴스>에서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SBS 보도를 일부 인용합니다. 

“성우레져, 그러니까 에버랜드 땅의 진짜 주인이 이 회장이라는 것을 삼성이 실토했고 당시 국세청이 알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국세청의 조치는 무뎠습니다. 국세청은 1996년 성우레져 설립 때 삼성 임원들 명의 땅이 주식으로 전환됐고 이 회장이 임원들 명의를 빌린 것으로 해석해 증여세 100억 원 정도를 부과하는 데 그쳤습니다 … 이병철-이건희-이재용 3대에 걸쳐 여의도 면적보다 큰 땅이 넘어간 것인데 국세청은 상속이나 증여의 관점에서 보지 않았습니다 … 국세청은 또 임원 계좌에서 빠져나온 뭉칫돈이 최종적으로 어디로 갔는지 추적하지 않아 삼성 비자금 계좌를 찾아낼 기회를 놓쳤습니다.” 

   
   
▲ <사진출처=SBS 화면캡처>

KBS MBC JTBC가 ‘삼성 차명부동산 의혹’에 침묵하는 이유 

문제는 이런 ‘엄청난 사안’을 언론이 보도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극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사실상 ‘전멸’에 가까운 침묵이라고 보면 됩니다. 

지상파 방송사들 침묵이구요,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관련 기사나 사설을 쓴 곳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겨레 정도입니다. 인터넷매체에선 민중의소리와 고발뉴스 그리고 정말 극히 일부 매체만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SBS 보도 이후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연합 등이 성명을 냈고,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차명 부동산은 삼성 총수 일가 불법 상속 증여의 또 다른 사례로 의심된다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만 이런 보도 찾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왜 이런 걸까요? 저는 ‘광고’가 배경에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제(15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와 경제지들 백면(맨 뒷면)에 ‘삼성 광고’가 일제히 실렸는데요. 이것이 주는 의미가 상징적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언론비평지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이른바 주요일간지 중 어제(15일) 삼성 광고가 실린 곳은 경향신문·서울신문·세계일보(갤럭시 탭), 조선일보(삼성 QLED)였고, 경제지는 매일경제(갤럭시 탭 S4·40면), 머니투데이(갤럭시 탭 S4·28면), 서울경제(삼성 셰프컬렉션·40면), 아주경제(삼성QLED·24면), 파이낸셜뉴스(삼성QLED·32면), 한국경제(삼성 셰프컬렉션·36면) 등이었습니다. 사실상 경제지 백면광고는 모두 삼성 광고였다는 얘기입니다. 

   
▲ <이미지 출처=포털사이트 미디어오늘 기사 캡처>

언론의 ‘삼성 차명부동산 의혹’ 외면 … 광고 때문인가 

물론 시간을 두고 주요 일간지에 삼성 측이 광고를 별도로 집행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지들 중심으로 삼성 광고가 일제히 실리고 주요일간지 중 ‘삼성 차명부동산’ 의혹 사설을 게재한 한겨레에 삼성 광고가 빠진 점, 그리고 일부 매체에만 광고가 실린 점 등은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미디어오늘>이 지적한 것처럼 삼성이 선별적으로 언론 광고를 집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지의 경우 ‘친기업·친재벌’에 가까운 논조를 보여왔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삼성 차명부동산 의혹’을 보도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때문에 저는 KBS와 MBC, JTBC의 침묵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들 방송사들은 삼성의 문제점을 그나마 제대로 보도해 온 언론사였기 때문입니다. 이번 ‘삼성 차명부동산 의혹’이 SBS의 단독보도이기 때문에 인용보도나 후속보도에 있어 소극적일 수는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뉴스가치입니다. 

그래서 KBS MBC JTBC 보도책임자들에게 묻습니다. ‘삼성 차명부동산 의혹’이 뉴스가치가 없다고 보는지요? 저는 ‘이 싸움’이 SBS의 외로운 싸움이 되게 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경제지들에겐 아예 기대를 하지 않지만 적어도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나 편법 증여·세습 의혹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언론이라면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가짜뉴스 범람을 우려하기 전에 ‘좋은 뉴스’의 경우 함께 언론계가 함께 이슈화시켜 ‘의제를 연대화’ 하는 것도 가짜뉴스 범람을 막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이런 ‘의미 있는 뉴스’를 그냥 묻히게 놔둘 건지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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