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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때와 너무 다른 ‘文대통령 유럽순방’ 보도

기사승인 2018.10.15  08: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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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조선일보, 박근혜는 띄우고 문재인 대통령은 무조건 비난?

   
▲ (왼쪽)2013년 11월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
(오른쪽)2018년 10월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르 트레지엠 아트 공연장에서 열린 한-불 우정콘서트 관람을 마친 후 방탄소년단과 인사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의 대표적인 보수성향 일간지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동아일보가 지난 2013년 11월4일 1면에서 보도한 내용입니다. <“김정은과 언제든 회담” 한발 다가간 朴대통령>이란 제목을 달았습니다. 동아일보는 1면 외에도 상당히 많은 분량을 ‘박근혜 대통령 유럽순방’에 할애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홈페이지 캡처>

박근혜 유럽순방 비중 있게 보도한 조선·동아일보…전반적인 호평 기사 내보내

<남북정상회담 의지, 취임 이후 처음 밝혀>(3면) <박대통령, 佛 한류팬들이 연 한국드라마 파티 참석>(3면) <佛언론 “朴대통령, 셰익스피어적인 운명의 후계자”>(3면) 등에서 알 수 있듯이 3면 전면을 할애해 ‘박근혜 대통령 프랑스 방문’을 다뤘습니다. 

이날 동아일보 3면엔 <한복 입은 朴대통령… 한복 입은 佛 한류팬>이라는 사진기사도 실렸는데 사진설명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서유럽 순방 첫 방문지인 프랑스 파리의 르그랑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열린 동포 초청 오찬 간담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왼쪽 사진).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박 대통령이 파리 피에르 카르댕 극장에서 열린 ‘한국 드라마 파티’에 참석해 케이팝 페스티벌에서 입상한 현지 프랑스인들의 노래와 댄스 공연을 보며 흥겨워하고 있다.” 

   
▲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홈페이지 캡처>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경색된 남북 관계를 푸는 데 정상회담만큼 효과가 큰 것은 없다”면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은 나이가 젊고 집권 기간이 짧아 북한을 어디로 끌고 갈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북한이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하고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남북 대결 구도로는 불가능하다. 이 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김정은에게 오히려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 김정은이 북핵 문제 해결과 개성공단의 국제화, 이산가족 상봉 등에서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면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조선일보 역시 당시 동아일보와 비슷한 보도태도를 보였습니다. 조선일보는 2013년 11월4일자 1면 <朴대통령 “김정은과 언제든 만날 수 있어… 진정성이 중요”>라는 기사에서 프랑스 르피가로 인터뷰 내용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6면에서 <“대통령 돼서 파리 다시 올 줄은 상상 못했다”>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北은 朴대통령의 남북대화 의지 가볍게 보지 말라>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협조할 준비도 돼 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을 도우려는 우리의 노력을 악용(惡用)하려 들면 우리 내부에서 대북 지원에 대한 반대 의견이 커질 수밖에 없고,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밀고 나가기도 어렵게 된다. 북한은 박 대통령이 밝힌 남북대화 의지를 가볍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 지금 대한민국 말고는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설 나라는 없다. 북한은 자신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바로 봐야 한다.”

전반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대화 제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사입니다. 지금과는 정말 많은 점에서 차이가 나는 보도태도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박근혜 유럽순방 당시 상당수 국내 언론 ‘동정 기사’ 중심으로 보도

사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유럽 순방에 나서자 많은 언론이 박 대통령 동정을 보도하며 호의적인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조선·동아일보만의 문제는 아니었다는 얘기입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유럽 순방을 둘러싸고 국내에서는 비판 여론이 대두됐고 해외 언론 역시 일부 부정적 평가를 내렸지만 상당수 국내 언론은 이 부분은 침묵했습니다. 

특히 연합뉴스는 박 대통령 파리 방문 이후 동정을 자세히 보도하며 일방적인 호평을 쏟아내 도마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朴대통령, 佛오르세미술관서 ‘창조경제’ 영감 얻기>(2013년 11월4일) <朴대통령 39년전 佛유학시절 ‘기억 속으로’>(2013년 11월5일) 등이 대표적입니다.

연합뉴스의 <朴대통령 39년전 佛유학시절 ‘기억 속으로’>라는 기사에는 박 대통령이 39년 전 파리 유학 당시 인연이 있던 엘리자베스 보드빌 여사와 환담 소식을 전하는 내용이 있는데 “손수 의자를 옮기며 손님 맞을 채비를 했다” “통역이 필요 없을 정도의 ‘유창한’ 프랑스어로 보드빌 모자와 정담을 나눴다” 등의 표현을 사용해 ‘청와대 홍보자료’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파면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거 유럽순방 관련 기사를 이렇게 길게 소개하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 유럽 순방 기사와 너무나도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사와 사설에서 ‘박근혜 호평 일색’이었던 조선일보가 오늘자(15일) 지면에서 어떤 기사를 내보냈는지 대략 제목만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유럽순방 기사 … 박근혜 때와 너무나 다른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오늘(15일) 4면에 <“文대통령, 마크롱 만나 對北 보상 이야기할 듯”>이란 기사를 실었는데 사실상 이게 전부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조선일보는 1면에 <현대차, 프랑스에 수소車 5000대 수출한다>라는 기사를 실었는데 해당 기사 마지막에 “한편,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각) 파리에서 현대차가 올 2월 출시한 수소전기차 넥쏘를 시승했다”라고 한 줄 붙였습니다. 주인공이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현대차’인 셈입니다. 

조선일보 오늘 지면을 보면 곳곳에 ‘대북 비난’ 기사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대북 정책에서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국민적 지지가 있기 때문에 북한만 바뀐다면 박 대통령의 대북 제안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2013년 11월4일자 사설)고 했던 조선일보였지만 2013년 당시보다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지금 조선일보 지면엔 ‘반북’ ‘대북 비난’ 기사가 넘쳐납니다. 잠깐 한번 볼까요?

<靑 지시에, 7개월째 멈춘 미사일 개발>(1면)
<北의 사이버 공격 급증… ‘사이버戰 교전 수칙’ 검토>(3면)
<김정은 편히 잠잘 수 있게 한 남북 군사 합의> (39면)
<한국이 대북 제재 위반 ‘요주의 국가’ 됐다> (사설)

동아일보는 조선일보에 비해 ‘비중’을 들이기는 했습니다. 조선일보처럼 대놓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칭송’하고 문재인 대통령 유럽순방은 ‘무시’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오늘자(15일) 동아일보 지면을 잠깐 볼까요.

<파리서 현대 수소車 충전 지켜보는 문재인 대통령>(1면 사진기사)
<현대 수소車 타고 파리 달린 문재인 대통령, 한국 기술력 직접 홍보>(4면)
<文대통령 “남북교류 강화가 北인권 개선 실효성 있는 방법”>(4면)

물론 동아일보 역시 ‘박근혜 유럽순방’ 당시 대북 대화 제의에 호의적인 평가를 내린 점을 고려하면 오늘자(15일) 지면 곳곳에 실린 ‘대북 비난성 기사’는 이해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지금 시기는 ‘대북 대화’ 정도가 아니라 ‘종전 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상당히 진전된 논의가 구체화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때와 너무 다른 문재인 대통령 유럽순방 보도를 보면서 고개가 갸우뚱해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특히 조선일보 보도 태도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갑니다. 박근혜는 무조건 띄우고 문재인 대통령은 무조건 비난하겠다는 ‘의지’가 개입되지 않고서는 조선일보 지면 배치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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