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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왜 ‘뒷북 기사’를 내보냈을까

기사승인 2018.10.10  17: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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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공정방송 확산 움직임, TV조선으로 오지 마라?

“KBS·MBC·SBS·EBS 등 지상파 방송사 4곳이 최근 노동조합에 인사권·징계권을 부여하고 노사(勞使) 동수의 ‘공정방송기구’ 설치를 의무화한 산별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오늘자(10일) 조선일보 8면에 실린 <지상파 방송 4社, 인사·징계도 노조와 사전 협의>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죄송하지만 이 기사 보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뒷북 기사’인데 조선일보가 최근 확인했다라고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오버’도 정도껏 해야 하는데 이 기사는 정도를 한참 넘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어깨 잠깐 부딪혔는데 팔 부러졌다며 나뒹구는 사람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국정감사를 겨냥해 ‘정치쟁점화’를 의도한 성격이 짙어 보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기사는 ‘선을 넘어도’ 많이 넘은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가 저에게 큰 웃음을 주는군요.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3일 맺은 산별협약을 최근에 확인한(?) 조선일보 

조선일보가 보도한 이 기사는 언론노조와 지상파 방송4사가 맺은 ‘산별 협약’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산별협약을 맺은 게 제55회 방송의 날 행사가 있었던 지난달 3일입니다. 당시 미디어전문지에선 관련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잠깐 볼까요. 

“KBS·MBC·SBS·EBS 등 지상파 방송 4사가 제55회 방송의 날인 지난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산별협약을 체결했다. 언론사 노조가 2000년 산별노조로 전환한 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산별교섭의 결실이다 … 공정방송 실현 의무와 제도를 명확히 하도록 한 합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력의 외압에 시달리는 우리 방송계의 현실을 볼 때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 노사가 편성·보도·제작 책임자를 임명할 때 방송의 공정성·독립성·제작 자율성 실현 능력을 고려하고 임명·평가를 할 때 종사자들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하도록 한 게 합의의 골자다. 구체적으로 노사동수로 공정방송기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공정방송을 저해한 구성원에 대해서는 징계·심의 요구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기자협회보 2018년 9월5일 ‘지상파 산별협약, 공정방송 지렛대 돼야’) 

“지상파-언론노조의 역사적인 산별협약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공정방송’ 장치다. 지상파방송 산별협약은 7조2항에서 ‘사용자와 조합은 보도 편성 제작 책임자에 대한 임명과 평가 등에 제작 종사자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될 수 있는 절차와 방법을 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임명동의제 또는 중간평가제 같은 제도적 장치를 명문화한 것으로 공정방송을 위한 실질적 조치에 해당한다 … 공정방송기구는 공정방송을 저해한 구성원에게 징계 심의를 요구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이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이같은 조항은 경영진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무력화될 수 있는 공정방송기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운영과 권한을 명확히 했다.” (미디어오늘 2018년 9월3일 ‘지상파-언론노조, 역사적 산별협약 체결’)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3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55회 방송의 날 축하연에서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과g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박정훈 한국방송협회장, 문 대통령, 이효성 방통위원장,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제공=뉴시스>

이미 한 달 전에 언론을 통해 상세히 보도됐던 내용을 어제(9일) 확인했다(?)고 한 조선일보도 웃기지만 “노조가 보도·편성뿐 아니라 인사(人事)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라는 조선일보 해석은 더 큰 웃음을 줍니다. 

조선일보가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협약 제7조입니다. △보도·편성·제작 책임자의 직위와 범위는 방송사별 노사 협약으로 정한다 △사용자와 조합은 임명·평가 등에 제작 종사자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될 수 있는 절차와 방법을 정해야 한다고 명시한 부분입니다.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조선일보는 보도했지만 저는 조선일보에게 오히려 묻고 싶습니다. 

아니 “보도 편성 제작 책임자에 대한 임명과 평가 등에 제작 종사자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게 대체 어떤 문제가 있는 건가요. 일부 언론사들은 이미 편집·보도국장 임명동의제나 중간평가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상황인데 조선일보 논리대로라면 해당 언론사는 노조가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곳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 그런가요? 참고로 동아일보도 편집국장 임명동의제를 시행중입니다.  

인사권은 사주의 고유 권한? 조선일보는 왜 이렇게 공정방송기구에 반발하나

조선일보나 TV조선은 사주나 고위간부가 보도책임자를 임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제도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제작종사자 의견이 반영되도록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을 ‘노조의 인사개입’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칩니다. 조선일보가 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오버도 적당히 해야 설득력을 갖는 법입니다. 

아! 물론 조선일보도 노사 단체협약에 편집국장 불신임투표제를 명시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편집국 재적 인원의 4분의 1이 직접 서명을 해야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로워 발의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사실상 사문화 된 조항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조선일보는 협약 8조도 문제 삼고 있는데요. 이 또한 심한 오버로 보입니다. 노사 동수의 ‘공정방송기구’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항인데 조선일보는 해당 조항이 ‘노조가 방송사 경영에 관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노사 동수 위원으로 구성된 공정방송기구에서 △보도 편성 제작과 관련한 모든 상황을 논의할 수 있고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방송 강령과 프로그램 제작준칙 등을 위반한 일이 있는지를 심사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협의기구이지 ‘노조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기구’가 아닙니다. 더구나 구체적 구성 방법은 각 사별 상황에 맞게 결정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박성중 한국당 의원과 자유한국당 입장을 인용해 “‘공정방송 실현’이라는 명목으로 인사·징계권에 편성·보도권까지 사실상 노조에 내줬다” “공정방송기구를 방송사 이사회 위에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만드는 협약”이라며 마치 큰일이라도 난 듯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사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미 지난 주말부터 감지가 됐습니다. 조선일보가 지난 6일자 1면에 시청자위원회에 노조 참여를 의무화하도록 한 것을 성토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 ‘시청자위원회’에 노조 참여를 의무화하고, 시청자위가 방송 프로그램 편성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문제삼더니 오늘(10일)은 한 달 전에 협약을 맺은 기사를 ‘최신판’으로 보도하며 노조가 공정방송 기구에 참여하는 것을 노골적으로 반대했습니다. 

공정방송 확산 움직임, TV조선으로 오지 마라? 

조선일보가 이 같은 기사를 연속적으로 내보내는 의도가 뭘까요? 짐작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공정방송 제도화 움직임’이 TV조선에 적용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기 위한 차원으로밖에 달리 해석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상파 3사와 주요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이 편집·보도국장 임명동의제나 중간평가제 등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칭 ‘1등 신문’ 조선일보가 아직까지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면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인데 조선일보 판단은 다른 것 같습니다.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를 쓰고’ 반대합니다. 공정방송 확산 움직임, TV조선으로 오지 마라는 몸부림일까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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