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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가짜뉴스 보도, 무얼 말하고 싶은 건가

기사승인 2018.10.03  07: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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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핵심은 외면한 채 보수 인터넷 논객 활동 제약만 우려? 

   
▲ <이미지출처=TV조선 보도영상 캡쳐>

“국가안보와 대통령의 안위에 대한 가짜뉴스가 나돌고 있다며 이낙연 총리가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2일) TV조선 ‘뉴스9’에서 보도한 ‘李 총리, 검·경에 “가짜뉴스 수사” 지시’ 리포트 가운데 일부입니다. 여기까지는 적절한 지적입니다.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은 세워야 하지만 정부가 직접 나설 경우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불거지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보수 인터넷 논객은 가짜뉴스 생산해도 된다는 걸까

하지만 문제는 리포트 내용입니다. TV조선은 △한 유튜브 방송(신의 한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건강 이상징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는 내용과 △이낙연 총리가 지난달 베트남 호찌민 전 국가주석 거소의 방명록에 ‘주석님’이라고 쓴 글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 관해 쓴 글로 왜곡되는 일도 있었다는 내용을 리포트에서 전한 뒤 갑자기 자신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꺼냅니다. 다음과 같은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총리가 지적한 인터넷 방송은 보수 논객들의 주요 활동 공간입니다. 결과적으로 정부 비판의 목소리를 옥죄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문재인 대통령 건강 이상징후’와 ‘이낙연 총리 방명록 왜곡’은 명백한 가짜뉴스입니다. TV조선이 가짜뉴스 문제점을 리포트를 통해 주목하고자 했다면 ‘이런 종류’의 가짜뉴스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그리고 어떤 경로를 통해 유통되는지에 더 주목했어야 합니다. 

실제 가짜뉴스로 지목되고 있는 콘텐츠의 상당수가 ‘우파 유튜뷰 채널’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TV조선은 가짜뉴스와 관련해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부분’은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난데없이(?) “인터넷 방송은 보수 논객들의 주요 활동 공간이다. 결과적으로 정부 비판의 목소리를 옥죄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그러니까 TV조선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가짜뉴스 문제 있음→이낙연 총리 가짜뉴스 대책 지시→근데 이 총리 지적 인터넷 방송은 보수 논객 활동 무대→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

   
▲ <이미지출처=TV조선 보도영상 캡쳐>

이런 식의 논리 구성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뿐입니다. 최근 발행된 ‘한겨레21’ 1231호 커버스토리 ‘가짜뉴스 특종은 어떻게 돈이 되는가’에 따르면 보수 성향의 정치·사회 분야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수 상위 40개 채널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28개 채널이 가짜뉴스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TV조선의 이상한 논리 … 보수적 성향 유튜브 상위 채널 상당수가 가짜뉴스 다뤄

‘한겨레21’은 △JTBC 태블릿피시 조작 △5·18 북한 특수군 개입 △노회찬 의원 타살 △19대 대선 부정선거(투표용지 2종류) △정부·여당 개헌 뒤 고려연방제 추진 △북한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지령 △문재인 대통령 부산 문현동 금괴 도굴 등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뒤 유튜브에서 널리 퍼진 가짜뉴스 7개의 전파 경로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70% 정도의 유튜브 상위 채널이 가짜뉴스를 다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짜뉴스를 가장 많이 다룬 채널은 6개 가짜뉴스를 다룬 KSKTV(구독자 4만3천 명)였고, 이어 ‘신의 한수’(20만 명), ‘선구자방송’(5만 명) 등이 5개 가짜뉴스를 다뤘습니다. 

이들 보수우파 유튜브 채널의 급성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유튜브가 기본적으로 구독자와 조회수에 기반해 ‘광고 수익’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경제적 기반은 ‘한겨레21’이 지적한 것처럼 ‘정치적 선동’과 ‘상업적 이익’이 결합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합니다. “유튜브의 가짜뉴스 득세는 정치적 선동이 자생 가능한 수익 기반을 갖춰가는 불길한 징후”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보수 인터넷 논객이 아니라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통이 가능한 경제적 기반이 형성됐다는 것이고, 대책 마련을 서두르지 않으면 미디어 환경 자체가 매우 심각하게 악화될 거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TV조선은 가짜뉴스 문제점을 일부 거론하더니 갑자기 “이 총리가 지적한 인터넷 방송은 보수 논객들의 주요 활동 공간이고, 결과적으로 정부 비판의 목소리를 옥죄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라고 결론을 맺습니다. 그리곤 리포트 말미에 “허위 사실 유포는 현행법으로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는데도 제도 개선 운운하는 것은 우파 방송을 손보려는 꼼수”라는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멘트를 덧붙입니다. 

   
▲ <이미지출처=TV조선 보도영상 캡쳐>

플랫폼사업자에 대한 공공성 확보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앞서도 언급했지만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은 세워야 하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가짜뉴스에 대한 기준을 직접 만들고, 가짜뉴스에 대해 ‘판단하는 권한’까지 가진다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가 그런 식의 직접적인 방식은 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만 일각에서 나오는 우려는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견이긴 하지만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플랫폼사업자에 대한 공공성 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쪽으로 논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겨레21’ 보도를 통해서도 확인된 내용이지만 가짜뉴스의 상당수가 유튜브를 통해 유통되고 있지만 유튜브는 가짜뉴스에 대해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 <이미지출처=한겨레 인터넷판 캡쳐>

오늘자(3일) 한겨레가 1면에서 보도한 것처럼 △가짜뉴스 삭제 의무화 △가짜뉴스 수익 제한 △알고리즘에 대한 투명성과 제3자 검증성 강화 등의 조항을 안 지키면 타율규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처럼 혐오 표현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만드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이제 검토를 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 ‘공공적 기준’을 정한 다음 그 기준을 위반했을 시 해당 플랫폼에 조치를 요구하고 제재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TV조선 가짜뉴스 리포트가 이런 식으로 전개됐다면 박수를 쳤을 텐데 ‘몇 번을 다시 재생해 봐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리포트가 마무리 됩니다. 논리 전개도 엉성하고, 핵심은 다 빼버린 채 ‘보수 인터넷 논객 탄압’만 부각되는 느낌이랄까요? 

TV조선 측에 최근 한겨레의 ‘에스더기도운동’ 관련 보도와 ‘한겨레21’이 보도한 가짜뉴스 기획보도를 한번 참고해 보라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리포트를 할 거면 정확하게 핵심을 짚는 보도를 해주기 바란다는 당부와 함께 말이죠.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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