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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농단’ 조중동 본격 균열 시작되나

기사승인 2018.10.01  08: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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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10월1일 주요일간지 사설을 분석해 보니…

“재판 거래 의혹은 법원 자체 조사에서도 ‘사실무근’으로 결론이 난 사안이다. 그런데 일부에서 그처럼 근거가 박약한 의혹을 갖고 전직 대법원장을 적폐로 몰자 상상하기 힘든 일이 현실이 됐다. 이제 대법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나.” 

오늘자(1일) 조선일보 사설 <전직 대법원장이 압수수색 당하는 나라> 가운데 일부를 인용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제 대법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나”라며 이번 압수수색의 부당성을 강조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종합면에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갔습니다. 3면 <前정권 사법수장까지 적폐수사… “삼권분립 흔드는 선례 될 우려”>에서 전문가들 말을 인용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삼권분립을 허물었다’고 비난했습니다. 3면에 실린 기사 가운데 일부를 인용합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조선일보의 독특한 시선 … ‘법원 내부 주도권 다툼으로 의혹 커져’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재판 거래라는 의혹 자체가 확인된 게 아니었다. 의혹 부풀리기가 심했다’며 ‘그사이 사법부는 국민의 불신을 받으며 만신창이가 됐다’고 했다. 그는 ‘법원 내부 주도권 다툼으로 의혹이 커졌는데 나중에 (재판 거래) 실체가 안 나오면 누가 책임질지 궁금하다’고 했다. 허영 경희대 교수는 ‘대법원 자체 조사에서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결론 난 재판 거래 의혹으로 전직 대법원장이 압수수색을 당했다’며 ‘수사의 문을 열어준 김명수 대법원장 스스로 삼권분립을 허물었다’고 했다.” 

조선일보의 독특한 시각이 돋보(?)입니다. ‘재판 거래는 의혹 부풀리기’ ‘법원 내부 주도권 다툼으로 의혹 커져’ ‘김명수 대법원장 스스로 삼권분립 허물다’라는 주장이 많기 때문입니다. 전문가 멘트를 인용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멘트 인용도 해당 언론사 입장을 일정부분 반영한다는 점에서 저는 조선일보의 시각이 반영돼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런 시각에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자행된 사법농단’에 대해 그동안 조선일보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을 여기서 굳이 별도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다만 해당 사설을 쓴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오늘 3면 기사를 작성한 조선일보 기자에게 오늘(1일) 전국단위종합일간지에 게재된 다른 언론의 사설을 한번 읽어보라는 얘기는 드리고 싶네요. 

그동안 조선일보와 ‘같은 카테고리’에 묶였던 중앙·동아일보도 ‘조선일보처럼’ 사설을 쓰진 않았습니다. 물론 그동안 ‘양승태 사법농단’과 관련해 조중동의 보도가 비슷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자(1일) 사설을 보면 중앙·동아일보가 조선일보와는 확실히 ‘선을 긋고’ 가겠다는 입장은 분명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 보도에 있어 조선일보의 ‘외로운 방어’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다른 언론의 사설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우선 중앙일보부터 가시죠. 

중앙일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정치권과 언론을 상대로 거래를 시도했던 의혹, 점차 사실로 드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작금의 사법부 위기는 자신 때문에 비롯된 점을 인식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가 상고법원 설치라는 업적을 만들기 위해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법원행정처 소속 법관들을 동원해 정치권과 언론을 상대로 거래를 시도했던 의혹은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정치 보복’이라는 해묵은 주장에서 벗어나 지금이라도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으면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6년간 사법부 수장을 지낸 우리 사회의 최고위급 지도자로서의 품격과 권위를 보여줘야 한다. 이는 사법부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많은 리더가 무능을 감추고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것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 병리 현상이다. 잘못에 대해 책임지려는 자세야말로 ‘상처투성이인 고목(古木)’을 자처했던 그가 우리 사회에 보여줄 수 있는 리더의 정신일 것이다.” 
(중앙일보 10월1일자 사설 ‘양승태, 전직 사법부 수장의 책임감과 품격 보여줘야’) 

조선일보는 “재판 거래 의혹은 법원 자체 조사에서도 ‘사실무근’으로 결론이 난 사안”이라고 항변했지만 중앙일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설치라는 업적을 만들기 위해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법원행정처 소속 법관들을 동원해 정치권과 언론을 상대로 거래를 시도했던 의혹은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일갈합니다. 

조선일보는 “이제 대법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나”라고 주장하지만 중앙일보는 “‘정치 보복’이라는 해묵은 주장에서 벗어나 지금이라도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중앙일보 사설에 대해 오늘자 조선일보 사설을 집필한 논설위원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동아일보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 사법부라고 예외일 수 없다” 

오늘자(1일) 동아일보 사설도 조선일보와는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일단 일부를 인용합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은 대법원과 법원행정처가 연루된 각종 재판거래 및 법관 사찰 의혹과 관련해 부당한 지시를 했거나 보고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전직 사법부의 수장이었던 사람에 대한 초유의 강제 수사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에서 사법부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올 6월 기자회견에서 의혹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행정처나 대법원장이 재판에 관여했음을 입증하는 자료도 나온 바가 없다. 하지만 전직 사법부 수장의 사법처리 여부를 떠나 청와대와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 자체가 사법부로서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판결을 흥정 수단으로 여기는 듯한 행정처의 문건은 사법부의 권위를 무너뜨렸다. 지금 사법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져 갈등과 분쟁의 심판 기능을 하는 재판 제도가 흔들릴 지경이다 (중략) 

사법부는 자료 제출 거부와 숱한 영장 기각으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자초한 바 있다. 수사 대상에 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사법부 역시 자성하는 마음으로 수사에 임할 필요가 있다. 사법부가 신뢰를 되찾으려면 의혹의 진상부터 명확히 밝혀야 쇄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10월1일자 사설 ‘초유의 前 대법원장 압수수색, 사법부 자성과 쇄신 힘써야’) 

조선일보는 “재판 거래 의혹은 법원 자체 조사에서도 ‘사실무근’으로 결론이 난 사안”이라고 항변했지만 동아일보는 “전직 사법부 수장의 사법처리 여부를 떠나 청와대와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 자체가 사법부로서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또 “판결을 흥정 수단으로 여기는 듯한 행정처의 문건은 사법부의 권위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합니다. 

조선일보는 조선일보는 “이제 대법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나”라고 주장하지만 동아일보는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에서 사법부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그리곤 “수사 대상에 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사법부 역시 자성하는 마음으로 수사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동아일보 사설에 대해 오늘자 조선일보 사설을 집필한 논설위원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홈페이지 캡처>

경향신문 “법원은 치외법권지대가 아니다” … 한국일보 “압수수색 영장 발부, 최근의 사법불신 기류와 무관치 않아” 

사실 많은 언론이 지적한 내용이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전 대법관 자택, 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의 현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해도 한계가 분명합니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자택이 아니라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만 허용했기 때문에 조선일보가 이렇게 ‘부들부들’하며 분노할 일도 아닙니다. 특히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상당한 시간이 흐른 점을 고려하면 주요 증거들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압수수색 영장이 의미를 갖는 건 상징성 때문입니다. 경향신문이 오늘자(1일) 사설에서도 지적했지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윗선’ 수사를 끈질기게 차단해온 법원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사법농단과 관련해 법원 내부에서 균열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양승태 대법원장 사법농단’과 관련해 균열은 사법부보다 보수언론 내부에서도 먼저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앞으로 이 문제에 있어 중앙·동아일보가 조선일보와 ‘어떻게 다른 보도’를 이어가는지 한번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자(1일)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에 실린 사설 가운데 일부를 짧게 인용하면서 글을 마무리 할까 합니다. 

“법원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각성할 때다. 100일 넘는 검찰 수사를 통해 다수의 물증과 진술이 축적돼 있는 터다. 엄연한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타조가 모래밭에 머리 파묻듯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 주권자는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법원은 치외법권지대가 아니다.” 
(경향신문 10월1일자 사설 ‘마침내 ‘사법농단 몸통’ 양승태로 향하는 검찰 수사’)
 

“양승태 사법부 수뇌부들에 대한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는 최근의 사법불신 기류와 무관치 않다. 사법농단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90%에 달하는 압수수색영장 기각률과 수만 건 증거 파기로 여론의 공분을 산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영장기각 등으로 ‘김명수 사법부’의 내 식구 감싸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데 따른 여파로 보인다.” 
(한국일보 10월1일자 사설 ‘전직 대법관들 첫 압수수색, 사법농단 규명에 고삐 죄길’)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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