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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조파괴’ 공작 보도, 가장 튀는 언론은?

기사승인 2018.09.28  08: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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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사설 통해 민주노총과 강성노조 전횡 비판한 조선일보

“다른 한편으로 왜 삼성전자나 포스코 같은 글로벌 기업이 ‘무노조’ 원칙을 고수해왔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민노총의 강성 투쟁 때문에 거덜난 기업이 한두 곳이 아니다. 민노총 소속 노조의 점거 투쟁으로 쌍용차가 폐허가 됐고, 한진중공업이 빈껍데기가 됐다. 현대차는 연봉 1억원에 육박하는 귀족 노조의 전횡 때문에 글로벌 경쟁에서 뒤지고 있다. 강성 귀족 노조가 한국 경제의 고질병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오늘자(28일) 조선일보 사설 <민노총 강성 노조 있었다면 삼성·포스코 신화 가능했을까> 가운데 일부입니다. 정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오늘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와 경제지 가운데 ‘삼성 노조파괴 공작’을 다루면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반노조 시각’을 견지한 곳은 조선일보가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노총이 대기업에 진출(?)했다는 조선일보 

‘반노조 시각’에 있어 조선일보와 쌍두마차를 형성하고 있는 중앙일보와 경제지들조차 조선일보처럼 ‘발가벗고’ 노조를 비난하진 않았습니다. 검찰이 어제(27일) 발표한 삼성의 ‘조직적인 노조 파괴 공작’이 매우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발표한 내용 자체가 ‘삼성의 조직적 노조파괴 공작’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 사안에서마저 ‘반노조 시각’을 지면에 투영해 보도하기란 쉽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조선일보가 해냅니다. 정말 대단한(!) 조선일보입니다. 

물론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노동3권을 회사가 조직적으로 침해하고 노조를 와해시키려 했다면 범죄”라고 지적은 했습니다. 하지만 전체 사설 가운데 ‘삼성 노조파괴 의혹’을 다루고 있는 부분은 정말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조선일보의 속내는 다음과 같은 부분에 나와 있습니다.  

“얼마전 포스코에도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민노총 금속노조가 산하 노조를 세웠다. 친(親) 노동으로 기울어진 이 정부 들어 민노총이 그동안 진출하지 못했던 대기업에 속속 뿌리를 박고 있다”

“삼성이나 포스코는 노조가 없었지만 직원 처우와 복지 후생 면에서 어떤 기업보다 앞서 있다. 두 회사는 모든 구직자가 입사하기를 원하는 최고 직장이다. 만약 삼성전자와 포스코에 민노총 강성 노조가 들어와 투쟁을 벌였다면 지금처럼 일등 기업이 될 수 있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연례행사처럼 파업하고 툭하면 경영을 방해하는데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지금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겠나.”

그러니까 조선일보는 ‘삼성 노조파괴 공작’ 의혹을 잠깐 언급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노총을 비난하는데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셈입니다. 

협력업체 폐업, 노조 탈퇴 종용, 사생활 사찰 등이 별문제 아닌가

그럼 다른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지상파 3사는 메인뉴스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고, JTBC는 ‘뉴스룸’에서 무려 3꼭지에 걸쳐 관련 내용을 집중적으로 전했습니다. 지상파 중에선 MBC가 헤드라인으로 2꼭지를 보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스트레이트와 사설을 통해 ‘삼성의 노조파괴 의혹’을 조명했습니다. 사설을 게재하진 않았지만 중앙일보도 이 문제를 종합면에서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다른 언론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짧게 인용합니다. 

“삼성의 노조 와해 공작은 삼성그룹 전체가 동원된 조직적 범죄다. 다섯 달에 걸친 수사 끝에 검찰이 내린 결론입니다. 창업 초기부터 이어져 온 ‘무노조 경영’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서라는 게 검찰의 설명입니다.” (9월27일 KBS ‘뉴스9’) 

“노조활동의 자유가 보장된 우리나라에서 삼성에 노조가 자리 잡지 못하는 데에 회사 측의 불법행위가 있을 거라는 의혹이 자주 제기됐지만, 이번 수사를 통해서 확실하게 드러났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요. 검찰은 이번 사건을 전사적 역량을 총동원한 ‘조직범죄’라고 규정하면서 이 조직범죄의 배경에는 바로 삼성의 무노조 경영방침이 있었다 이렇게 못 박았습니다.” (9월27일 MBC ‘뉴스데스크’) 

“노동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할 곳은 삼성만이 아니다. 포스코에서도 최근 출범한 새 노조(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를 무력화하려 한 내부 문건이 발견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헌법은 노동자가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자주적으로 노조를 만들어 단체교섭·단체행동을 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모든 사용자가 노조를 파괴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대착오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할 이유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검경 등 수사기관의 철저한 감독·감시가 절실함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경향신문 9월28일 사설) 

“애초 고소·고발을 무혐의 처분했던 검찰의 책임 또한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무엇보다 ‘행동한 자’만 처벌하고 ‘지시한 자’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요원하다. 에버랜드 등 남은 계열사 수사에서 더 윗선이 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하고 재판 과정에서 엄정한 판단 또한 필요하다.” (9월28일 한겨레 사설) 

“전 삼성전자 노무담당 임원 등 30여명을 기소한 검찰은 2013년 이후 사측의 협력업체 폐업, 조합원 재취업 방해 및 노조 탈퇴 종용과 임금 삭감, 경총까지 합세한 단체교섭 지연ㆍ불응, 사생활 사찰, 불법파견의 도급 위장 등 광범위한 관련법 위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금품을 앞세워 경찰을 비롯해 고용부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노조 전문가, 심지어 숨진 노조원 가족까지 매수했다고 한다.” (9월28일 한국일보 사설) 

   
▲ 김수현 공공형사수사부 부장검사가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 검찰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중앙일보와 경제지도 조선일보처럼 보도하진 않았다! 

물론 언론 보도도 자세히 보면 차이는 있습니다. 통상 대기업, 특히 삼성그룹과 같은 조직에서 이런 의사 결정이 그룹 오너의 지시없이 가능했겠느냐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개입 여부를 주목한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으로 분류가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일단 검찰도 삼성의 노조 와해 공작이 다른 계열사에도 실행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수사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검찰은 에버랜드 노조 와해 의혹의 경우 미래전략실이 아닌 그룹 최고위층에 직접 보고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논하기엔 한국 언론의 ‘삼성 관련 기사’는 문제가 많습니다. 어제와 오늘의 경우 가장 문제가 심각한 곳은 앞서 언급한 조선일보입니다. 심지어 삼성과 특수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중앙일보도 오늘(28일) 지면에서 조선일보처럼 보도하진 않았습니다. 스트레이트 형식으로 검찰 발표내용을 나름 비중있게 전했을 뿐입니다. 

조선일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오늘(28일) 한국경제도 29면에 관련 내용을 다루면서 비트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음과 같은 부분입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혐의를 밝혀 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통상 80%를 넘는 구속영장 발부율도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40% 이하를 맴돌았다. 그나마 구속된 4명도 뇌물공여·뇌물수수·횡령 등 중범죄 혐의가 별건으로 포함된 피의자였다. 노조법 위반 혐의 자체가 구속을 요할 만큼 중대 범죄가 아니어서다.” 

삼성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조 활동을 막았습니다.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4년 노조 탄압에 반발해 목숨을 끊은 고 염호석씨 장례가 노조장에서 가족장으로 바뀐 것도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의 일환이었습니다. 

당시 경찰이 투입되면서 ‘시신 탈취논란’까지 제기된 심각한 사안이었습니다. 그런데 검찰 수사 결과, 삼성 임원이 고 염호석 부친에게 현금 6억여 원, 브로커에게 수천만 원을 건넨 뒤 시신을 가져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검찰 발표 내용에 따르면 노조원의 임신 여부나 이혼, 정신 병력 등도 ‘사찰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난데없이 “강성 귀족 노조가 한국 경제의 고질병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한국경제는 “노조법 위반 혐의 자체가 구속을 요할 만큼 중대 범죄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아무리 ‘반노동’ ‘친기업’을 대표하는 신문이라고는 하나 ‘조직적인 노조파괴’를 다루면서도 이런 식의 보도를 하는 건 정도가 너무 심합니다. 누군가 기자들의 임신 여부나 이혼, 정신 병력 등을 ‘사찰 대상’으로 삼을 때도 이런 보도를 할 건지 묻고 싶네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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