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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대변지’ 자처하나… 일부 언론 편파보도 논란

기사승인 2018.09.27  16: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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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최소한의 균형감각 상실한 보도에다 ‘반노동 시각’ 여전 

“지난 23일 노무협력실 직원 3명이 근무하던 경북 포항의 포스코 인재창조원 사무실에 남성 5명이 무단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직원들이 컴퓨터로 작업하던 내용과 사무실 내부를 촬영하고 책상 위에 있던 문서 일부와 직원의 수첩 등도 빼앗아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가 오늘(27일) 20면에서 보도한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포스코 “노조원들 사무실 침입 문서 탈취”>라는 제목이 달렸습니다. 국민일보 보도는 다른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일단 제목부터 편파적입니다. 

노사가 각각 ‘다른 주장’을 하고 있고, 노조의 경우 ‘사측이 노조를 와해하는 공작을 벌이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제목은 사측 입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한, 일방적으로 사측을 편드는 제목입니다. 

   
▲ <이미지 출처=국민일보 홈페이지 캡처>

노조 와해공작 의혹은 사라지고 무단침입과 문서탈취 부각 

물론 국민일보는 부제목과 기사에선 노조의 주장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목이 주는 의미와 상징성을 고려하면 편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노조 와해공작’ 의혹보다는 노조의 ‘무단침입’과 ‘문서탈취’를 강조한 사측의 입장을 더 고려했다는 얘기입니다. 

국민일보 기사의 ‘편파성’은 다른 언론보도와 비교해보면 더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오늘자(27일) 한겨레가 10면에서 보도한 내용을 일부 인용합니다. 

“포스코에서 ‘노조와해’를 시도하는 문건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50년 무노조 경영을 깨고 지난 17일 공식 출범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를 강성노조로 몰아붙이며 근로자 권익과 무관한 활동을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문건 내용 중에는 노조 카톡방을 사찰한 듯한 내용도 포함돼 있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가 유연하고 효율적인 노동시장을 만드는데 후퇴한 측면이 많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겨레 기사 제목은 <포스코 ‘노조 와해’ 문건 발견…카톡방 사찰 정황도>입니다. 한겨레는 “이 문건들은 노조 간부들이 추석 연휴를 맞아 ‘노조파괴’를 담당하는 포스코 노무협력실 직원들이 노조대응 대책회의를 할 것이라는 제보를 접하고 포스코 인재창조원을 찾아서 확보했다”고 전했습니다. 

국민일보 보도와는 제목은 물론 기사의 무게중심과 방점이 상당 부분 다릅니다. ‘그거야 한겨레 시각 아니냐’며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관련 내용을 먼저 보도한 방송사 리포트를 몇 개 인용합니다. 

노조가 제기한 의혹을 주목한 KBS MBC JTBC 

“직원 수가 만 7천 명이나 되는 포스코에, 노동조합원이 단 9명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사실상 노조가 없었던 셈인데 최근 포스코에 새로운 노조가 출범했습니다. 그러자 사측이 추석 연휴에도 출근해서 이 새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준비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9월24일 MBC 뉴스데스크) 

   
▲ <사진출처=MBC 화면캡처>

“삼성과 함께 무노조 경영의 대명사였던 포스코에 지난주 노동조합이 설립됐습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이 직원 단체 카톡방 동향을 감시하고 또 다른 노조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9월25일 KBS 뉴스9) 

   
▲ <사진출처=KBS 화면캡처>

“포스코에는 노조원 9명의 노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 사이에서 기존 노조가 사측의 ‘꼭두각시’라는 불만이 쌓이면서 결국 지난 13일 새 노조가 출범했습니다. 현재 노조원 수가 1000명을 넘어섰고 민주노총에도 가입한 상태입니다. 이날 새 노조측이 확보한 문건과 메모에는 ‘향후 시나리오’, ‘수 싸움 시작’, ‘지속적인 세 확보’라는 글귀가 눈에 띕니다. 시범부서를 선정해 조직화하는 계획이 있습니다. 또 새 노조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익명의 직원 호소문도 있었습니다.” (9월25일 JTBC 뉴스룸)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한겨레를 비롯해 KBS와 MBC, JTBC 등은 포스코의 입장을 기사에 반영했지만 노조가 제기한 의혹과 그 내용에 더 주목했습니다. 문건에는 9명 뿐인 기존 노조를 단체교섭권을 가진 노조로 키우기 위해 카드와 활동비, 전임 지원까지 검토한 정황이 담겨 있는가 하면 노조 카톡방을 사찰한 듯한 내용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노조에 대한 대응이 문제가 아니라 그 내용이 담고 있는 위법 여부에 방점을 찍었다는 말입니다. 문건 내용에 적시된 대로라면 포스코가 새 노조는 배제하고 기존 노조만 상대하겠다는 걸 논의했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문건의 내용보다 포스코의 입장에 더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마치 포스코의 대변지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제가 보기에 문제가 많은 일부 언론의 기사 내용을 잠깐 소개합니다. 

포스코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한 일부 언론 … 제목은 철저히 사측 입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포스코 지부 일부 조합원이 회사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문서를 탈취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6일 포스코에 따르면 노조 집행위원 A씨(48) 등 5명은 지난 23일 경북 포항시 지곡동 인재창조원에 무단으로 들어가 회사 서류와 직원들 업무수첩 등을 빼앗아 달아나다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자유로운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있고 법과 원칙에 따라 노사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 9월27일자 15면 ‘포스코 노조원, 사무실 무단 침입해 문서 탈취’)

“포스코에 새로 출범한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시작부터 무단침입, 서류절취 등 사측과 물리적 충돌로 활동을 개시했다. 사측은 이런 행위가 법에 저촉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엄중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  포스코는 새노조원들이 강탈한 문서를 정치권에 제보해 여론몰이를 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9월26일 ‘포스코 새 노조, 첫 활동부터 물리적 충돌 …무단침입 논란’

기사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들 언론이 뽑은 제목은 포스코 입장만 일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합니다. 노조 문제에 있어 ‘반노동 시각’을 보여온 조선일보조차 <포스코 “문서 절도” vs. 새노조 “노조와해” 진실공방>(조선비즈 9월26일)이라는 제목을 뽑았는데 국민일보와 한국경제, 파이낸셜뉴스는 이런 최소한의 형평성도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문건에서 적시된 내용을 고려했을 때 ‘공방 위주’의 보도 역시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지만 노동문제에 있어 ‘반노동 시각’을 보여온 주류 언론의 태도를 감안하면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측의 입장에 상당 부분 무게를 싣고, 제목을 편파적으로 뽑으면서 노조가 제기한 의혹을 축소시키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포스코 새 노조 무력화 계획을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무단침입’과 ‘문서탈취’ 프레임으로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노동자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조를 만들어 사용자와 교섭을 하고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어떤 이유로도 회사가 노동 3권을 침해하거나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오늘자(27일) 한겨레 사설 가운데 일부입니다. 언론이 포스코 새노조 행위에 비판받을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비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각성으로만 따지면 문건에 적시된 내용이 더 심각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일부 언론’에 묻습니다. 공개된 포스코 문건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말 별 문제 없다고 보는지.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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