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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몰이 자체가 공작”이라는 조현오, “쳐 넣어라”는 쌍용차 노동자들

기사승인 2018.09.12  17: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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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국가 정보 조직 댓글 조작 사건 고발한 다큐 <더 블랙>

   
▲ 故 이종남 씨의 유서 < 다큐멘터리 영화 ‘더 블랙’ 스틸 컷>

“(2012년) 대선 끝나고 나서 한 여론 기관이 조사를 했었어요. 만약 (대선 직전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경찰의 중간 수사)그 발표가 없었다면 투표를 어떻게 했을 거냐를 실제로 박근혜를 찍은 사람과 문재인을 찍은 사람을 대상으로 했는데 결과가 뒤집히더라고요.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되겠죠.”

댓글 조작 사건의 영향력이 이 정도다. 지난달 2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다큐멘터리 영화 <더 블랙>의 이마리오 감독은 국정원 댓글 사건의 파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더 블랙>은 국정원의 2012년 대선 불법 개입 사건의 X파일을 파헤치는 영화다. 

“두려움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여러분. 일어나십시오.”

그리고, 그 댓글 사건의 여파로 평범한 시민이 분신으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2013년 12월 31일, 평범한 이남종 시민은 국정원 선거 개입으로 집권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특검 실시를 요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했다. 영화는 그렇게 국가 정보 조직의 댓글 조작 사건이 우리 사회에 미친 파장을 탐사보도 형식으로 고발한다. 

경찰의 댓글 조작 사건이라고 달랐을까. 박근혜 정권의 부정 선거를 증명하는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의 전신이 이명박 정부의 댓글공작 의혹이 아닌가. 이명박 정부의 경찰조직이 행한 댓글공작이 있었기에 국정원 역시 마음 놓고 대선 상황에서 광범위한 댓글 조작을 펼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책임자로 지목을 받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계속해서 망언을 내놓는 중이다. 

   
▲ 이마리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더 블랙’

“죄 없는 무고한 사람” 주장하는 조현오

“KBS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이 (댓글을 작성하며) 가장 많이 사용한 주요 단어가 시비, 집회, 시위, 불법, 폭행, 도로 점거, 경찰서였다. 전부 다 업무 관련된 것밖에 없다. 하루에 댓글 8.2건, 트위터 14건이다. 이게 어떻게 정치공작이고 여론조작이냐.”

참담하다. 은폐를 저지른 자가 내뱉은 전형적인 수사라 할 만하다. 12일 경찰의 댓글공작과 관련 2차 소환조사에 응한 조 전 청장이 서울 경찰청 건물 입구에서 만난 기자들 앞에서 내뱉은 말은 위와 같았다. 

그러면서 조 전 청장은 “경찰청 특별수사단에서는 일부 일탈된 글을 흘려 여론 호도하지말고 모든 댓글을 공개해달라”며 “죄도 없는 무고한 사람을 직권남용이라고 여론몰이하는 이 자체가 공작이다”라고 주장했다. 

억울하다는 그가 참조할 것은 국정원 댓글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과정이다. 과연 처음 밝혀진 극소수 댓글과 소셜미디어 글이 전부였는지, 알려진 관련 키워드는 정상적인 것이었는지 말이다. 이 같은 조 전 청장의 호소는 지난 5일 1차 소환 당시의 당당함과 별로 달라진 바 없는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조 전 청장은 “팩트는 팩트”라며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저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 결과를 결코 승복하지 않습니다. 팩트는 팩트입니다. 그게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사실관계를 왜곡시키려고 드는 건, 그거는 굉장히 잘못된 걸로 생각합니다. 사실관계의 기반에서 비판하고 어떤 비난을 해야지 엄연한 사실관계를 왜곡시켜서 비난하고 비판하는 것은 그건 온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범죄 혐의에 좀처럼 승복할지 모르는 전 경찰청장이 있다. 우린 그런 범죄 혐의자들을 너무 많이 봐왔다. 구속·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는 두 전직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국정원 댓글 사건의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도 잘 알고 있다. <더 블랙>이 “기록을 위해” 재조명했다는 내용 그대로다. 그리고, 조 전 청장과 같은 가해자로 인해 한 번 더 고통 받는 피해자들이 있다. 바로 쌍용차 노동자들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다. 

   
▲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 댓글 공작'을 총지휘한 혐의를 받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쌍용차 노동자들, “산자와 죽은 자를 이간질하고 배반하고 등 돌리게 만든 주범 조현오”

“쳐 넣어라!”

금속노조 쌍용차자동차지부가 12일 내놓은 성명의 첫머리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노동자들은 이날 경찰청 앞에서 조현오 전 청장의 처벌을 촉구하는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 문에서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문자 하나하나, 문장 한 줄 한 줄에서 그들이 느끼는 분노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경찰은 양복 걸치고 내뱉는 이자 입에서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는가. 인신을 구속해 우리 눈앞에서 이자를 즉시 걷어 치워라. 시간의 문제도 횟수의 반복도 의미 없어진지 오래다. 형식과 절차는 지금까지도 충분했다. 경찰이 인권경찰로 거듭날 마음이 털끝만큼이라도 있다면, 가차 없이 구속해 주렁주렁 어깨에 달린 적폐의 견장을 찢어 버리고 번쩍거리는 저 누런 뱃지도 법의 이름으로 잡아 뜯어라. 경찰청이 자랑하는 그 잘난 날카로운 과학수사 기법을 철저하게 이자에게 적용해 쳐 넣어라.”

이날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민갑룡 현 경찰청장을 향해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즉각적인 구속과 쌍용차 살인 진압에 대한 법적 책임을 구체적으로 물을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쌍용차 노동자들이 겪은 일화를 아래와 같이 전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피의자다. 백주대낮에 거리를 활보할 수 없는 중범죄자다. 경찰청장 재직 당시 경찰청 보안국 차명 아이디나 해외 인터넷 프로토콜로 일반인을 가장해 단 댓글이 확인 된 것만 4만개가 넘는다. 그러나 그 시작은 2009년 쌍용차 파업 공장이었다. 댓글로 정치에 개입하고 여론을 움직일 수 있다 판단한 그 자료값을 쌍용차 파업 공장에서 생산했다. 

비해고자 아내들을 부추겨 카페를 만들고 댓글을 달아 파업에 대한 비난 여론을 조성했다. 산자와 죽은 자를 이간질하고 배반하고 등 돌리게 만든 그 주범이 조현오 이자다. 살기 위해 동료의 이름을 발설해야 했던 그 치욕을, 집요한 수사와 추궁과 압도적 공권력의 살풍경에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던 그 질긴 목숨 줄의 굴욕을, 하나 둘 쌓이고 쌓이는 동지들의 주검 보며 어금니 꽉 깨물던 살 떨리게 치열한 그 무력을. 당신은 아는가.”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강제진압과 관련해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경찰청 특별수사단이 조 전 청장에 대해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이다. 조 전 청장이 재직 당시인 2010부터 2012년까지 경찰청 보안국, 정보국 소속 경찰직원이 일반인을 가장, 온라인 상에서 정부 옹호 댓글을 달았고, 조 전 청장이 이른바 사이버 여론 대응을 총 지휘했다는 혐의다. 전임 경찰청장이 소환조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별수사단이 전례를 깬 그러한 소환조사에 이어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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