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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광고 많이 받은 언론의 ‘탈원전 공격’

기사승인 2018.09.03  0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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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전영기 중앙일보 논설위원 칼럼에 동의 못하는 이유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미신’의 신도이자 영국 원전 수출을 말아먹은 백운규를 쫓아낸 건 잘했다. 빈사 상태에 빠진 산업계에 한 줄기 희망을 줬다. 필자가 보기에 백운규는 좋게 봐줘 순진한 과학자다. 탈원전이 무슨 대단한 진보라도 되는 양 알고 있다. 문 대통령이 개각을 계기로 탈원전의 출구를 찾고 원전 가치를 되찾아 주길 바라는 게 산업계의 비원(悲願)이다.”

오늘자(3일) 중앙일보 30면에 실린 <[전영기의 시시각각] 문 대통령 ‘탈원전 장관’ 잘 쫓아냈다> 가운데 일부입니다. 전영기 논설위원이 무엇을 주장하고 싶은 것인지는 제목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영국 원전 수출을 말아먹은’ 당사자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단정하기도 했더군요. 영국 원전 수출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선 ‘전혀 다른 요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전영기 위원은 ‘백운규 때문’이라고 합니다. 근거는 없습니다. 한 사람을 칼럼에서 ‘좋게 봐줘 순진한 과학자’ ‘쫓아낸 건 잘했다’ 등의 거친 표현을 쓰면서 사실상 ‘바보’로 만들면서 최소한의 근거는 언급조차 하지 않습니다. 이건 칼럼을 빙자한 사실상의 폭력입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탈원전은 ‘미신’이고 원전은 과학인가? 

전영기 위원의 ‘원전 찬양’ 논리는 간단합니다.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특징이 전기를 어마어마하게 잡아먹는데 이런 규모의 에너지를 태양광·풍력으로 대는 건 불가능하다 △지금 원전 대신 돌려막고 있는 석탄·가스는 비싼 데다 미세먼지의 원흉(원전의 미세가스 발생량은 제로)이다 △탈원전을 한다는 건 산업과 수출, 4차 산업혁명을 죽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탈원전으로 2030년까지 원전 산업인력 1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돼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4차 산업혁명을 죽이고 일자리 감소로 원전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것. 

전영기 위원의 이 같은 주장이 새로운 건 아닙니다. 지난달 20일 경기 과천 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연찬회에서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을 비난하며 했던 주장과 판박이처럼 똑같기 때문입니다. 그는 “아무 것도 없는 나라가 원자력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 비중을 10% 이하로 줄인다면 나라의 기반이 살겠냐”며 “탈원전 우상숭배를 이 정권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탈원전 미신이라는 사교(邪敎)를 대통령 머리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8월20일 중앙일보 30면에 실린 ‘전영기의 시시각각’ 제목 역시 <최저임금·탈원전의 일자리 죽이기>였습니다. 전 위원은 이 칼럼에서 “탈원전을 섬기는 환경 근본주의자들이 권력의 자리에 앉아 에너지 정책을 주무르고 있는 게 문제”라면서 “청와대에서 김수현 사회수석, 문미옥 과학보좌관이 탈원전 미신의 사제이고 백운규 산업통상부 장관이 집행자”라고 맹비난했습니다. 

분명하지 않은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주장하는 전영기 논설위원 

사실 중앙일보를 비롯한 조중동과 경제지들의 ‘탈원전 비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오죽했으면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기승전 탈원전’ 보도>라며 비난을 했겠습니까? 

윤 교수는 지난 8월31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일부 언론이) 원전 이용률 저하나 전력수급과 전력 요금 문제도, 한전 적자도, 영국 원전시장 우선협상자 지위 해제도, 모두 탈원전 탓으로 몰고 간다”면서 “언론은 있지도 않았던 전력대란을 마치 당장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과장하고 탈원전 정책 탓에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순진 교수가 전영기 논설위원 칼럼을 반박하는 건 아니지만 ‘탈원전에 대한 일방적 비난보도’를 내보내고 있는 보수언론과 경제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에 귀담아 들을 부분이 많습니다. 다음과 같은 부분이 대표적입니다. 

“그간 원전 이용률이 왜 떨어졌나? 비정상을 정상화한 조치 때문이었다. 격납건물 철판 부식, 콘크리트 공극(콘크리트가 채워지지 않은 부분) 등 과거 원전 건설 부실로 생겨난 문제를 보정하기 위해 원전 정비 일수가 증가했다. 지진으로 인해 정지했던 원전을 재가동하려면 지난 정부에서 강화한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해서 점검기간이 길어지고 재가동에 시일이 소요된 거였다. 원전 납품비리로 투입된 위조 부품을 안전등급 제품으로 교체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한전 적자는 국제연료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봄철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정지 등과 연결되어 있었다. 잘 진행되던 원전수출이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문제가 된 게 아니었다. 영국원전 우선협상자 지위를 획득한 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12월이었고, 그 이후 영국 상황이 바뀐 데에 따른 것이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전영기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영국 원전 수출을 말아먹은’ 당사자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단정했지만 이건 사실과도 다를뿐더러 매우 위험한 주장입니다. 그렇지 않다고 계속 주장하고 싶다면 전영기 논설위원은 “영국원전 우선협상자 지위를 획득한 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12월이었고, 그 이후 영국 상황이 바뀐 데에 따른 것”이라는 윤순진 교수의 주장을 ‘전영기의 시시각각’에서 구체적으로 반박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원전과 석유, 석탄의 시장성은 앞으로 나빠질 수밖에 없다 

사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탈원전 정책’을 비난하는 보수언론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반박해 왔습니다. 하지만 조중동을 비롯한 일부 언론은 ‘귀 막고 눈 감은 채’ 오로지 ‘원전! 원전! 원전!’만 외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최근 보도한 ‘베란다 태양광이 번쩍거려 이를 둘러싼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 역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언급한 윤순진 서울대 교수가 경향신문 칼럼에서 조목조목 반박했기 때문입니다. 

윤 교수는 △베란다 태양광 패널이 주로 설치된 서울에선 2018년 8월 현재 관련 민원이 올해 설치 완료된 3만여 건 중 2건에 불과하고 △태양광 패널이 저철분 유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표면 반사율이 5.1%로 8~10%인 유리나 플라스틱보다 낮다는 점을 언급하며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식의 무리한 보도’를 하면서까지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비난에 앞장서는 이들 언론이 안쓰러울 뿐입니다. 

사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조중동과 일부 경제지들의 공격은 시대를 역행하는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 원장이 지난 8월20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탈원전과 원자력 기술의 미래>에서도 이들 언론의 주장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가 잘 드러납니다. 

임춘택 원장은 해당 칼럼에서 “이제 이산화탄소(CO2) 배출과 미세먼지 같은 국제 환경규제를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에 우리도 세계 에너지전환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강조합니다. 

임 원장은 “세계적인 ‘탈석탄, 탈원전, 탈석유’ 배경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 환경요인도 있지만 경제성과 시장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라면서 “원전은 안전규제 강화와 시장축소로 가격이 매년 10%대로 오르고 있는 반면, 태양광 발전의 경우 기술혁신과 시장확대로 5년마다 가격이 절반으로 급락하고 있으며 셰일가스 개발로 천연가스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추세는 향후 30년 이후까지 지속되어, 2050년에는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의 60~85%가 될 전망이고 △유럽연합, 일본, 중국, 미국 등이 장기 로드맵을 마련해 연구개발과 시장확대에 나서는 이유라는 게 윤 원장의 주장입니다. 

보수언론은 돈 받고 ‘원전 홍보’ 기사 쓴 것에 사과부터 하시라 

사실 다른 이유를 다 떠나서 저는 조중동 등 일부 언론이 쓴 원전 관련 기사를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상당수 국내 언론사들이 수년 동안 원자력 관련 홍보성 기사를 쓰고 한국원자력문화재단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7년 뉴스타파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 7월까지 국내 언론사 35곳이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협찬을 받고 원자력 관련 기사 123건을 게재했고 △그 대가로 원자력문화재단으로부터 모두 7억 3,46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협찬금을 많이 받은 언론사는 조선일보, 문화일보, 동아일보, 에너지경제신문, 매일경제신문 순이었습니다. 조선일보는 2014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원전 관련 기사 8건을 쓰고 1억 1,15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고, 문화일보는 같은 기간 8건의 기사를 게재하고 1억 1,000만 원을 받았습니다. 동아일보는 기사 6건을 작성하고 7천 6백만 원을 받았습니다. 

특정 기업이나 업체의 후원·협찬을 받고 기사를 쓰는 경우 ‘후원·협찬고지’를 해야 하지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이런 고지를 한 언론은 없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탈원전 논의가 가속화된 지난 2017년 한국수력원자력이 역대 최대 광고비를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광고비 집행이 가장 많은 매체는 조중동과 계열사로 나타났습니다. 

   
   
   
▲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영상 캡처>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조선일보를 비롯해 디지틀조선일보, 스포츠조선, 월간조선 등 조선일보 계열사에 7736만 원의 광고비가 배정됐고 중앙일보, 중앙선데이, 월간중앙, 코리아중앙데일리 등 중앙일보 및 계열사에 4058만원의 광고비가 배정됐습니다. 이외에도 동아일보, 스포츠동아, 신동아, 주간동아 등 동아일보 및 계열사에는 3668만 원이 배정됐습니다. 탈원전을 반대하는 조중동에 집중적으로 광고를 집행한 겁니다. 

   
▲ <이미지 출처=포털사이트 미디어오늘 기사 캡처>

저는 다른 걸 떠나서 언론사가 원자력 홍보기관으로부터 협찬금 명목으로 돈을 받고 기사를 쓴 것에 대해선 해당 언론사가 사과를 하는 게 순서라고 봅니다. 그건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을 포기하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해당 언론들은 자신들의 ‘일탈행위’에 대해 최소한의 반성과 사과도 없이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을 비난하는데 열을 올립니다. 

돈 받고 원전홍보 기사 쓴 언론과 원전 광고비 많이 받은 언론의 ‘탈원전 공격’에 동의 못하는 이유입니다. 

“언론기관이 원자력 홍보기관으로부터 협찬금 명목으로 돈을 받고 홍보 기사를 작성해 온 행위는 언론의 공정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언론의 기본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원전 정책을 둘러싼 공론의 형성 과정에도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언론 개혁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뉴스타파 2017년 9월4일 기사의 마지막 단락입니다. 돈 받고 ‘원전 홍보’ 기사 쓴 것 그리고 원전 광고와 탈원전 비난보도가 상관이 없는지부터 먼저 밝히는 게 순서 아닐까요. 그게 독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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