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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이상한’ 사과 그리고 후속보도

기사승인 2018.08.30  0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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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핵심 내용이 달라졌는데도 오보가 아니다?

“지난 24일 ‘최저임금 부담, 식당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란 한경닷컴 기사가 당일 오전 11시42분부터 오후 6시27분까지 게재됐다 삭제된 뒤 논란이 일었습니다. 기사에 언급된 사실을 허위로 가공했다는 ‘가짜뉴스’ 주장이 일부 인터넷 매체에서 제기되더니 급기야 기사의 팩트 및 삭제 배경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까지 공방이 벌어지게 됐습니다. 더 이상 이 논란이 커지기 전에 해당 기사를 취재했던 경위와 삭제 배경 등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고자 합니다.” 

한국경제가 어제(29일) 보도한 <‘최저임금 자살 사건’ 한경닷컴 보도의 전말(1)> 가운데 일부입니다. ‘최저임금 영향으로 식당에서 해고된 50대 여성이 숨졌다’는 한경 보도를 두고 논란이 일자 후속보도를 통해 이를 해명하는 형식입니다. 2회에 걸쳐 보도했습니다. 

첫 번째는 한경닷컴에 올렸다 삭제한 기사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보강 취재한 내용입니다. 두 번째 기사는 한경이 이 사건을 접하게 된 보도 배경과 취재 과정, 사실 여부 등을 밝혔습니다. “처음 온라인 기사를 게재했을 당시 완결성이 부족했던 점에 대해선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하면서도 “가짜뉴스 논란에 대해선 유감”이라고 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한국경제 홈페이지 캡처>

핵심적인 팩트가 사실과 다르면 정정하고 사과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한경이 애초 보도한 내용과 후속 보도가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핵심적인 부분에서 ‘팩트’가 바뀝니다. 그런데도 한경은 ‘가짜뉴스’ 즉 오보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이 정도 팩트가 바뀌었다면 오보라고 보는 게 온당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삭제됐지만 한경이 지난 24일 보도한 <“최저임금 부담” 식당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 기사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은 50대 여성이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여성은 지난달 말 숨진 채 발견됐다 △수년간 일 해 온 식당에서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크다”며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다른 일을 찾았지만 실패한 뒤 결국 막다른 선택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을 작년대비 16.4% 올린 데 이어 내년에는 10.9% 인상할 예정이다 △식당 편의점 주유소 등에선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종업원들을 해고하거나 아예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 한국경제가 삭제한 <“최저임금 부담” 식당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 기사 <이미지 출처=포털사이트 캡처>

그런데 어제(29일) 오후 2회에 걸쳐 보도한 후속기사 내용은 애초 보도와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우선 한경은 50대 여성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었고 이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제목 자체가 <“최저임금 부담” 식당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였습니다. 

최저임금과의 연관성이 애초 기사의 핵심…하지만 후속 기사엔 핵심이 빠지다

하지만 후속보도에서 이런 내용은 자취를 감춥니다. ‘생활고 비관’으로 자살한 이 여성이 얼마나 고달픈 삶을 살았는지 길게 설명한 후 해당 여성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는 “주변에선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고만 보도합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은 50대 여성이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단정보도에서 “주변에선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는 전언으로 후퇴한 겁니다. 기사의 뼈대 자체가 흔들렸다는 얘기입니다. 언론계에선 보통 이런 기사를 ‘오보에 가깝다’라고 합니다. 

이외에도 한경의 후속기사는 애초 보도에서 많이 후퇴했습니다. 한경은 지난 24일 보도에서 “수년간 일 해 온 식당에서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크다’며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논란이 최근에 불거진 점을 감안하면 ‘실직통보’ 역시 최근에 이뤄진 것으로 짐작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한경의 후속기사를 보면 “김 씨가 작년 말 일했던 한 식당의 여주인은 ‘얼마 전 김 씨가 다시 일할 수 없느냐고 전화를 걸어왔는데 우리도 여력이 없어 거절했다’며 ‘힘들어하는 목소리였다’고 전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시점이 ‘작년 말 일했던’으로 바뀌어 있는 겁니다. 실직 시점이 지난해 말이었다면 최저임금 인상과의 연관성은 더더욱 없는 셈입니다. 저는 이 정도만으로도 한경의 지난 24일 보도가 무리한 보도였다는 게 확인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한경은 “‘가짜뉴스’ 논란은 매우 유감”이라고 반박합니다. 

사실 이외에도 ‘부분적인 팩트’가 바뀐 것도 많습니다. 한경의 애초 보도에선 고인의 나이가 50대였지만 후속보도에선 35세로 수정됐고, 사건이 발생한 시점도 7월 말에서 7월10일로 이동했습니다. 한경은 지난 24일 보도에선 고인이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라고 보도했지만 어제(29일) 보도에선 기초생활수급자였다고 전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한국경제 홈페이지 캡처>

핵심적인 팩트는 물론 애초 보도한 기사의 팩트와 많이 다른 한경 기사

핵심적인 팩트 이외에도 애초 보도한 기사의 ‘팩트’가 상당 부분 바뀐 겁니다. 

그런데도 한경은 후속기사에서 “처음 온라인 기사를 게재했을 당시 완결성이 부족했던 점에 대해선 정중히 사과드린다. 연령대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점도 중대 착오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경은 “‘가짜뉴스’ 논란은 매우 유감”이라면서 “기사 작성의 취지나 의도를 무시한 채 마치 한경이 허위 사실을 날조해 최저임금 인상을 중심으로 한 소득주도성장에 흠집을 내려 했다는 식의 일부 보도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저는 ‘이 정도’ 되면 오보라고 생각합니다. 한경 스스로 ‘애초 보도한 기사’와 ‘후속 보도한 기사’를 한번 비교해 보기 바랍니다. 핵심 팩트가 어긋났고, 부분적인 팩트도 상당 부분 다릅니다. 그런데도 오보가 아니다? 

지난 24일 기사 제목이 <“최저임금 부담” 식당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였는데 한경이 어제(29일) 보도한 후속기사는 이런 제목을 붙일 수가 없습니다. 내용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오보가 아니라고요? 그럼 대체 ‘어떤 기사’를 오보라고 해야 하는 걸까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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