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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이상한’ 태극기 집회 설문조사

기사승인 2018.08.27  08: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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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조사 결과의 신뢰도와 객관성에 의문후보가 찍히는 이유

<태극기 집회엔 돈받고 동원된 노인뿐?… 대졸·중산층이 절반 넘어> 

오늘자(27일) 조선일보 10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조선일보가 태극기 집회 적극 참가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 이상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중산층 이상”이라고 답한 내용을 전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14~15일 태극기 집회 주최 측이 운영하는 네이버 밴드, 카카오톡 등을 이용해 태극기 집회 참가자 547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 한 달 한 번 이상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다고 답한 3037명을 분석한 결과를 오늘(27일)자 지면에 소개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해당기사 캡처>

“대졸·중산층”이라는 답변의 신뢰도는 얼마인가?

조선일보 이번 설문조사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를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해당 설문조사 결과가 얼마나 객관적인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찍힙니다. 

이번 설문조사는 ‘누구를 지지하느냐’ ‘A라는 사안에 대해 찬성이냐 반대냐’ 하는 의견을 묻는 게 아니라 ‘사회적 계층’이나 ‘4년제 대졸’이라는 사실의 영역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조선일보 해당 기사의 일부분을 인용합니다. 

“사회적 계층을 묻는 말에는 중산층이라고 답한 사람이 49.8%로 가장 많았다. 서민층(41.8%), 상류층(4.4%), 빈곤층(4%) 순이었다. 학력 수준도 높았다.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은 59.5%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50대 이상 시민 중 4년제 대졸 이상 학력자 비율은 16.2%(2015년 기준)다. 취업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59%가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선일보는 “중산층이라고 답한 사람이 49.8%로 가장 많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49.8%였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조선일보의 해당 기사 제목은 <중산층이 절반 넘어>가 아니라 <“중산층”이라고 답한 사람이 절반 넘어>로 뽑았어야 합니다.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답을 했어도 실제 중산층인지 여부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조선일보가 저에게 비슷한 질문을 했을 때 제가 ‘상류층’이라고 답을 하면 제가 상류층이 되는 건가요?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묻고 이를 설문조사 결과에 해당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그것이 ‘사실’에 영역이라면 최소한 검증 과정은 거쳐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조선일보 이번 설문조사 결과의 문제점은 ‘그런 과정’ 없이 ‘답변=사실’로 간주했다는 겁니다. 제목에서 인용부호 없이 답변을 사실처럼 보이게 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 친박단체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4월 7일 오후 서울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의견을 묻는 게 아니라 ‘사실’의 영역이라면 최소한의 검증과정은 거쳐야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은 59.5%였다”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59.5%가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이라고 답을 한 것일 뿐 이것이 실제 사실과 부합하는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조선일보가 최소한의 ‘객관성’을 가지고자 했다면 이 기사 제목을 <태극기 집회엔 돈 받고 동원된 노인뿐?… “대졸·중산층”이라고 답한 참가자 절반 넘어>로 뽑았어야 합니다. 조선일보 질문에 ‘4년제 대졸 이상’이라고 답을 한 것이지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는 검증의 영역으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는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50대 이상 시민 중 4년제 대졸 이상 학력자 비율은 16.2%(2015년 기준)”라는 점을 언급하며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고학력자’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만 이 자체가 무리수라고 보여집니다. 

통계청의 통계는 데이터와 사실을 기반으로 한 것이지만 조선일보 이번 설문조사는 ‘태극기 참가자 본인들의 답변’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와 ‘주관적 답변’을 동급으로 놓고 비교를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했기 때문인지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부장, 협력업체 대표도 지낸 사람이다. 중산층 이상 재력(財力)도 있고 자녀들도 독립해 생활에 문제없다” “금융권에서 일하다 3년 전 은퇴했고 경기도로 귀농했다” 등 ‘일부’ 집회참가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했습니다.

설문조사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것은 기본

조선일보 설문조사 ‘신뢰도’를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적인 문제점이 사라지진 않습니다. 

설문조사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여론조사기관에서 설문조사를 할 때 기본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데이터가 ‘표본집단’입니다. 그것은 설문조사 대상에게 물어보고 하는 게 아닙니다. ‘지지정당’이나 ‘집회참가 이유’를 묻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사회적 계층’이나 ‘학력’은 다른 문제입니다.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설문조사 대상에게 ‘사회적 계층’과 ‘학력’을 묻고 그것을 ‘의견’이 아니라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부호가 찍히는 이유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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