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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무리수” 평가받는 허익범 특검, 노회찬 의원은?

기사승인 2018.08.23  0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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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유감 표명이 진심이었다면 49재에 빈소 찾아 사죄해야

   
▲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특검팀)의 박상융 특검보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사무실에서 수사기간 연장 없이 60일간의 1차 수사기간이 종료되는 25일 활동을 마친다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수사 기한이 8월 25일 종료됨에 따라 수사 대상으로 규정된 사안에 대한 진상 및 수사상 처분된 내용에 대하여는 8월 27일 오후에 밝히도록 할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오늘 질문과 답변은 받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유구무언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카메라 앞에선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박상융 특별검사보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구속 영장을 법원이 기각한데 이어 수사 기한도 연장하지 않은 허익범 특검 입장에서 무슨 할 말이 더 있었겠는가. 

22일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30일 기간연장’ 포기를 발표했다. 이날 박상융 특별검사보는 "특검은 굳이 더 이상의 조사나 수사가 적절할 정도는 아니라고 봐 수사기한 연장 승인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말을 아꼈다. 

다수 언론이 앞선 12번의 특검 중 스스로 수사 기간연장을 포기한 사례는 허익범 특검이 처음이라는 점을 대서특필하는 중이다. 이제 허익범 특검은 오는 27일 수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일만 남았다. 특검은 김경수 지사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고 수사 자료를 검찰에 넘기는 것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이 결정적 타격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 증거인멸의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 피의자의 주거·직업 등을 종합해 보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지난 15일 허익범 특검팀이 컴퓨터 등 장애 업무 방해 혐의로 김 지사의 구성 영장을 청구한데 대해, 서울중앙지법이 밝힌 영장 기각 사유의 요지는 이랬다. 

결국, ‘김경수’가 이기고 ‘허익범 특검’이 지는 모양새다. 구속 영장 기각에 이어 수사 기간 연장 자진 포기까지, 허익범 특검의 수사 자체가 정치적 무리수였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구속영장 기각 당시 “특검이 정치적인 무리수를 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라던 김 지사의 해명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수사 결과 발표를 기다려야겠지만, 그렇게 폭행 사건까지 겪은 김경수 지사의 특검 수사가 용두사미 격으로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또 한 명의 인물. 바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다. 

김경수가 이기고, 허익범 특검이 지는 형국

“오늘 예기치 않은 비보를 듣고 많이 침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사에 큰 획을 그으셨고, 우리나라 의정활동에 큰 페이지를 장식하신 분이…, 오늘 보도를 접하고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평소 정치인으로 존경해온 분이었는데, 직접 뵌 적은 없지만 먼 거리에서 늘 그 분의 활동을 제가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늘 웃음을 띄면서 유머도 많았고, 달변이셨던 그 분의 이런 비보를 듣고, 그립고 안타까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제가 의원님의 명복을 가슴 깊이 빌고 유가족에게 개인적으로도 깊고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적당한진 모르겠지만 유가족에게 드리는 인사라고 생각하시고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적당하지도, 적절하지도 않았다. 노회찬 의원이 사망한 지난달 23일, 허익범 특별검사는 검은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그러면서, "침통한 마음"이라며 유가족에게 "깊고 깊은 위로"란 표현까지 썼다. 하지만, 노회찬이란 정치인 개인에겐 미안했지만, 그가 지키려던 정의당은 별개라고 생각했던 걸까.

   
▲ 허익범 특별검사가 지난 7월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특검사무실에서 이날 오전 투신해 사망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특검은 노 원내대표의 사망 직후 정의당을 계속 압박했다. 노 원내대표의 사망 이튿날, 허익범 특별의 박상융 특검보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보도에 나왔던 (드루킹)트위터의 협박성 글 내용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조사할 예정"이라며 심상정, 김종대 두 정의당 의원들의 소환 여부를 언급했다. 아주 애매모호한, 그러나 마치 물증이나 심증이 존재한다는 것 같은 뉘앙스로.

마치 소환은 필요하지만 노 원내대표의 상중이라 시기를 늦추거나 조율 중이란 뜻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4주가 넘게 지난 지금, 허익범 특검은 소환은커녕 정의당이나 관련 트위터 글에 대한 별다른 언급도 하지 않았다. 정의당의 반발이 거세게 이어졌다. 

무엇보다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서, 정치권과 국민들의 비난도 일파만파였다. ‘특검은 끝났다’란 평가부터 ‘정치검찰’이란 비난까지, 허익범 특검을 옹호하는 의견은 특검을 끝까지 밀어붙였고, 수사 기한 연장을 주장해 온 자유한국당 밖에 없는 듯 보였다. 그리고, 정의당의 반박은 대부분 현실이 됐다. 

“허익범 특검이 한 일이 뭡니까?”

22일 허익범 특검이 수사 기한 연장 포기한 직후,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당초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했으며 출범 자체도 보수 야당의 정치적 목적이 다분했기에 오늘 결정은 당연한 예정된 수순”이었다며 “그러면서도 성과를 내기 위한 조급증에 당초 목적을 벗어나 우리 당의 주요 정치인을 겨냥하면서 화를 키웠다”고 꼬집었다. 고 노회찬 원내대표에 대한 특검의 ‘별건수사’ 논란을 지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허익범 특검이 한 일이 뭡니까? 우리 노회찬 대표님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 말고 제대로 한 게 뭐 있습니까? 연장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심상정 의원의 일침은 더욱 화끈했다. 앞서 지난 21일 KBS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허익범 특검의 전반적인 평가”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위와 같이 답했다.

특검의 수사 연장 포기 발표 직후인 정의당 이정미 대표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리며 역시 “드루킹 특검이 끝난답니다”라고 “악다구니를 퍼부을 수도 없습니다, 그냥 제 가슴을 쥐어 뜯습니다”라며 통탄했다.

같은 날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특검의 망신주기식 언론플레이로 우리 국민은 진보 정치의 큰 별 노회찬 의원을 잃었고, 특검법을 벗어난 송인배·백원우 청와대 비서관들에 대한 무리한 별건 수사로 국민적 지탄이 쏟아졌다”라며 노회찬 원내대표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22일 <PD 수첩> 박건식 PD가 본인에 페이스북에 게시한 일침 역시 새겨 들을만 하다.

“특검 ‘드루킹 거짓말’ 이미 알고 있었다. SBS보도가 사실이면 드루킹 특검은 사기행각을 벌인 셈이다. 비판적 검증없이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드루킹 특검을 보도해왔던 일부 언론도 결과적으로 사기행각에 동참한 셈이다.

그동안 언론은 일부 브로커 수준의 드루킹 매크로는 연일 대서특필해왔으면서도, 거대 정당 차원의 조직적 매크로 활동에 대해선 침묵을 보여왔다. 드루킹 특검의 시효 만료에 맞춰, 특검 꽁무니만 좇았던 언론 보도 행태에 대한 반성과 점검도 필요해 보인다. 이 번 특검은 별건수사로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불러오고, 송인배에 대한 별건수사라는 치졸한 술수를 보여준 것 외에 뭐가 있었는가?”

정리해 보자. 허익범 특검이 고 노회찬 대표의 죽음으로 인해 부담을 안게 됐다는 해석들은 선후가 틀렸다. 결코 그 부담이, 그 결과가 먼저일 수 없다. 그에 앞서, 허익범 특검의 정치적 무리수와 별건수사란 압박이 노회찬 원내대표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 맞다.

수사 연장 여부를 떠나, 수사 결과를 떠나, 적어도 곧 돌아올 ‘정치인 노회’의 49재에 허익범 특검팀이 빈소 앞에서 사죄라도 하는 것이 옳다. 적어도, 노 대표의 사망 당일, 허익범 특검이 했던 유감 표명이 진심이었다면 말이다. 

   
▲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 <사진제공=뉴시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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