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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이 공개한 ‘전두환 쿠데타’ 문건, 직접 보니 더 섬뜩하다 

기사승인 2018.08.17  12: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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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철저한 조사로 학살DNA, 전두환 후예들 뿌리 뽑아야

“‘작전 명령 제 87-4호’, 87년 당시 3성 장군인 민병돈 특전사령관이 직접 박희도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받은 계엄령 문건입니다. 역사적인 작전명령이며, 섬뜩한 실화입니다. 2017 기무사 계엄문건의 모태가 된 작전명령입니다. <작전 명령 제 87-4호>의 전문을 공개합니다.”

MBC <PD수첩> 한학수 PD는 1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30년 전 육군본부의 문건 하나를 공개했다. 당시 박희도 육군참모총장 명의의 이 ‘계엄 작전 명령’ 문건은 2급 기밀인 1987년 6월 민주화항쟁의 소요진압 계획을 담고 있다. 당시 군부를 장악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광주민주화항쟁에 이어 계엄군을 서울과 부산 및 마산, 광주에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한 PD는 “원래는 다음주 2부 방송 직후에 전문을 공개하려고 했는데, 현대사를 연구하는 분들이나 저널리스트들이 빨리 보고 싶다는 요청이 빗발쳤다”며 “시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이렇게 전문을 올립니다”라고 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이 문건을 보관하고 있던 민병돈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취재 중이던 <PD수첩> 제작진에게 문건을 직접 확인시켜줬고, 그 장면은 지난 14일 '군부 쿠데타' 1부를 통해 고스란히 방송을 탔다. 이 문건을 확인한 복수의 전직 군 관계자들은 30년 만에 최초로 공개된 이 문건이 최근 대한민국을 뒤흔든 군 기무사 계엄 문건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동원된 부대는 물론이고 공수부대의 투입 계획까지 거의 일치했던 것이다. 

문건에 의하면, 육군본부가 작전에 투입하려던 최정예 병력은 어마어마했다. 제1~3군사령부가 총동원됐고, 수도방위사령부와 특전사령부를 아우르는 특전여단과 특공연대 개별 부대 투입이 예고돼 있었다. 헬기를 운용할 제1항공여단과 화학전이 가능한 수도기계화사단까지 작전에 포함돼 있었다.  
 

이 문건을 확인한 표명렬 전 육군 정훈감은 “살인의 추억이라는 그 전의 영화가 있잖아요. 학살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 DNA속에”라며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헌데, 세부지침은 더 충격적이다. 시민들을 폭도로 규정한 세부작전 지침에는 탄약휴대는 물론, 발포 명령까지 적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이러했다.  

‘발포명령’까지 포함, ‘철저한 진압 및 도주 시 추적’은 기본

(가) 탄약휴대 : 대침투 작전 휴대 탄약 기준 적용
(나) 식량휴대 : 비상식량 3일분 휴대
(다) 군은 중요시설 점령 경계를 원칙으로 하고, 시가지 작전은 경창 병력을 최대 활용
(라) 가스탄 발사 등 폭도의 전투의지를 약화시킨 후 진압봉 사용
(마) 투입시 경계 대책 강구
(바) 고립 및 분리시 대책 수립
(사) 발포 명령은 선 육본 건의 후, 승인 하 조치
(아) 총기 유기 및 00 방지 대책 강구
(자) 초기에 강력하고 완벽한 작전 실시
(차) 철저한 진압 및 도주 시 추적 강조
(카) 관계기관, 특히 경찰과의 유기적인 협조
(타) 부대이동 간 작전 명령 변동사항에 유의
(파) 진압 적전의 정당성 입증 자료를 확보(사진, VTR 등)
(하) 작전 중지 시 즉각 복귀계획 수립
(거) 기간 중 능력 범위 내에서 대민 선무활동 실시
(너) 공공시설 사용 시 파손 및 오염 방지

   
▲ <이미지 출처=한학수 MBC 'PD수첩' PD 페이스북>
   
▲ <이미지 출처=한학수 MBC 'PD수첩' PD 페이스북>

섬뜩하지 않은가. 시민을 향한 발포가 육군본부가 승인 하에 즉시 이뤄질 수 있었다는 것이. “초기에 강력하고 완벽한 작전 실시”, “철저한 진압 및 도주 시 추적 강조” 등 세부 내용 중 다수는 도저히 대한민국의 군이 시민들을 상대로 한 작전 계획이라는 사실을 보고도 의심케 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지금까지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7년 6월 계엄령 존재에 대해 부정해왔다. 하지만 당시 특전사령관인 민병돈 장군의 말은 달랐다. 계획은 매우 구체적이었고, 문건은 민주화를 외치는 국민들을 폭도로 규정하고 소요진압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앞서 14일 방송에서 <PD수첩>은 논란 중에 있는 군 기무사 계엄 문건을 취재하던 중 이 문건을 입수, 군 전문가들의 확인과 검증을 거쳐 방송을 내보냈다. 그리고, 그 책임이 당시 군 통수권자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이와 관련, 1987년 당시 특전사령관이이자 1987년 1월부터 88년 6월까지 제8대 사령관으로 복무했고 <PD수첩>에 ‘작전 명령 제 87-4호’를 폭로한 민병돈 장군은 “문건을 받아 놓고 보니까 이게 위수령이 아니라 계엄령이더라. 계엄령이면 최고 아닌가”라며 문건을 받았을 당시를 회고한 바 있다.  

“(구체적인) 날짜는 정하지 않았다. 왜냐면 시작하면 그때 하는 거니까. (육군본부에서) 이걸 내려주고, 이걸 가지고 있다가 ‘명령 몇 호, 시행’하면 그때 날짜가 정해진다. 명령을 미리 내려놓고 ‘명령 몇 호, 오후 2시 30분부로 시행’ 그러면 그때 이걸 따라서 부대가 움직이는 거다."

   
▲ <사진출처=MBC 화면캡처>

군 내부 전두환의 후예들, 이참에 뿌리 뽑아야 

즉, 2급 비밀에 해당하는 ‘작전명령 제 87—4호’ 문건은 육군본부로부터 직접 계엄군 부대에만 내려왔고,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사령관들을 직접 불러 하달했다고 한다. 이렇게 전두환이 장악한 군은 치밀했다. 보안을 문제시 삼아 평상시 보고 계통을 거치지 않고 ‘직접’ 사령관들을 불러들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관련 근거나 상황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란으로 비워뒀다. 군 전문가들은 상황 자체가 계엄을 내릴 상황이 아니었고, 문건 자체가 정당한 명령으로 보기 힘들기 때문에 내용을 비워둔 것이라 파악했다. 육군본부 스스로도 계엄령 시도 자체가 정당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PD수첩>은 문건과 관련된 정황과 맥락을 이렇게 정리한 바 있다.  

   
▲ <이미지 출처=한학수 MBC 'PD수첩' PD 페이스북>

“‘작전명령 제 87—4호’는 육군참모본부에서 작성한 후, 일선 전투부대에 하달된 문건이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든 명령이 내려오면 실행될 준비가 된 실행 계획이었다. 당시 특전사 대원들은 출동준비를 하고 있었고, 특전사의 한 장교는 실제로 연세대학교로 투입된다는 명령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즉, 명령만 떨어지면 작전 지역에 투입돼 시위 군중을 무력 진압해야 하는 군사명령이었던 것이다. 

특히, ‘작전명령 제 87—4호’는 당시 육군본부가 아니라 계엄출동 부대에 전달된 것이었다. 이는 개념계획이 아니라, 바로 실행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작전명령 제 87—4호는 공식 문서번호도 없고, 문서 전달도 공식 문서 수발 계통을 밟지 않고 특전사령관 등 일선 전투부대 사단장 등을 불러서 개별적으로 전달했다. 즉, 법적 절차를 전혀 밟지 않고 군부대를 이동시키는 역모였던 것이다.”

시민을 대상으로 최정예 공격부대를 투입, 발포까지 획책했던 육군본부의 이 문건에 대해 복수의 전문가들은 작년 3월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문건과 상당한 유사점을 보인다고 확인했다. 이와 관련 장영진 전 국방부 고등검찰부장은 “시위대 시위가 국가 교란 상태나 내전상태로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엄으로 가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상황적 요소로서 비슷하고 기본적으로 부대 배치라든지 전박적인 작전개념은 상당히 유사하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학살’의 DNA를 물려받은 육군, 그리고 기무사는 30년 전 작성된 이 ‘전두환 쿠데타 문건’을 ‘참고’ 삼아 촛불정국을 타개할 쿠데타를 획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무시무시한 학살 모의가 실행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쿠데타가 실행됐다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광주 5.18을 능가하는 학살이 자행되지 않았겠는가. 그렇기에 더더욱, 기무사 계엄 문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군 내부의 학살 DNA를, 전두환의 후예들을 뿌리 뽑기 위해서라도.   

   
▲ <이미지 출처=한학수 MBC 'PD수첩' PD 페이스북>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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