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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프로그램은 기자·교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사승인 2018.08.16  08: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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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정통 시사와 연성 시사의 기준이 진행자 ‘자격’인가

<김제동 시사프로 내달 첫선... 시사 예능화 다시 도마에> 

어제(15일) 한국일보 14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이 제목, 문제 많다고 봅니다. ‘방송인 김제동씨가 시사프로그램을 맡는 것=시사 예능’이라고 단정하기 때문입니다. 

시사를 대중에게 쉽게 풀어서 전달하는 걸 예능이라고 봐야 하나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건 전달력이 좋은 것이지 예능이라고 단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시사가 예능이라는 도식도 위험합니다. 대중을 한 수 아래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일보 해당 기사 제목은 김제동씨와 시청자 모두를 깔보는, 상당히 문제가 많은 헤드라인입니다. 

   
▲ <이미지 출처=한국일보 홈페이지 캡처>

김제동씨가 정치참여 연예인? 사회적 이슈에 발언하는 건 ‘국민 권리’

제목도 문제지만 기사는 더 문제입니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대목을 인용합니다. 

“‘오늘밤 김제동’은 폴리테이너(정치참여에 적극적인 연예인)로 분류되는 김제동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지상파 방송 출연에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김제동이 정권이 바뀌자 공영방송의 새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여당 성향이 두드러지는 방송인이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해도 되냐는 우려도 KBS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오늘밤 김제동’은 ‘뉴스라인’을 10분 축소하고 방송될 예정이다. 연성화된 시사프로그램에 정통 뉴스가 밀린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한국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김제동씨를 ‘폴리테이너’로 규정했습니다. 정치참여에 적극적인 연예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폴리널리스트’ ‘폴리페서’라는 단어가 기자들과 교수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는 것처럼 ‘폴리테이너’ 역시 비슷합니다. 

김제동씨를 폴리테이너로 규정한 것은 한국일보의 자유입니다만 묻고 싶습니다. 김제동씨가 정치참여에 적극적인가요?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발언하고, 사드배치 반대집회에서 목소리를 냈지만 김제동씨가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적은 없습니다. 

혹시 지난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에 사회 맡은 걸 ‘정치참여’로 보시나요? 그런 식이면 기사 쓰는 것 역시 고도의 ‘정치참여’ 아닌가요? 연예인이든 방송인이든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발언하고 자신의 입장을 개진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정치’의 영역이지만 그렇다고 해당 연예인을 ‘폴리테이너’라고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식의 기준이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폴리000’이기 때문입니다. 

   
▲ 방송인 김제동씨 <사진제공=뉴시스>

블랙리스트에 올라 불이익 당하면 방송계에서 퇴출돼야 하나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지상파 방송 출연에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김제동이 정권이 바뀌자 공영방송의 새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는 부분도 문제가 심각합니다. 

역으로 묻습니다. 박근혜 정권 때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은, 그래서 방송 출연에 불이익 받았던 사람은 정권교체 이후에라도 방송 출연하면 안 되는 건가요? 한국일보 주장대로라면 정권 ‘블랙리스트’에 올라 불이익을 당하면 방송계에서 퇴출 돼야 합니다. 

한국일보는 왜 박근혜 정권 블랙리스트의 부당함을 지적하기보다 당시 피해를 입은 방송인이 정권교체 이후 ‘정상적으로’ 방송에 나온 것을 문제삼는 걸까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대체 이런 식의 기준은 어디에서 나온 건지 궁금합니다. ‘주장이 있다’라는 식으로 퉁 치고 넘어갈 게 아니라 대체 누가 이런 주장을 했는지 정확히 밝혀줬으면 합니다. 

한국일보는 김제동씨를 “여당 성향이 두드러지는 방송인”이라고도 했던데 이 기준 역시 자의적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대체 한국일보는 이 기사에서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연성 시사프로와 정통 시사프로의 구분이 무엇인가 

제가 보기에 한국일보는 시사프로그램의 연성화 바람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연성화’에 대한 기준이 모호합니다.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평가보다 기자나 교수가 아닌 ‘직종의 사람’이 맡는 걸 연성화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다음과 같은 부분이 대표적입니다. 

“종합편성채널(종편)로부터 불기 시작한 시사프로그램의 연성화 바람은 최근 방송계의 대세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배우 김의성이 주진우 시사인 기자와 함께 진행자로 나서고 있다. 사법부의 정식 판결을 되짚어보는 MBC ‘판결의 온도’는 방송인 서장훈, 개그우먼 송은이가 진행한다. 지난 2일 폐지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개그우먼 강유미가 리포터로 활약했다. 최근 1인 미디어 방송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도 정통 시사 프로그램에 도전한다. JTBC 예능 ‘랜선라이프’에 출연 중인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은 15~24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의 스페셜 MC로 나선다.” 

MBC ‘스트레이트’가 연성 시사프로그램인가요? ‘스트레이트’는 지금까지 삼성 비판에 집중해 왔는데 한국에서 ‘삼성을 전면적으로 해부하고 비판하는 연성 시사프로그램’은 없습니다. 한국일보는 배우 김의성씨가 진행자로 나선 걸 연성으로 보는 모양입니다. 해당 기사에서 방송인과 개그우먼 등이 시사프로에 참여한 것을 예로 든 걸 보면 말이죠. 

   
▲ <이미지 출처=MBC '스트레이트' 홈페이지 캡처>

기자·교수가 하면 정통 시사이고 방송인과 크리에이터가 하면 연성 시사?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연성 시사와 정통 시사의 구분은 콘텐츠로 하는 것이지 진행자 ‘직업’으로 판단하는 게 아닙니다. 

어제(15일)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이 진행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들어봤나요? 정관용 교수의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진행 스타일과는 다른, 대도서관 나름의 진행이 돋보였습니다. 콘텐츠의 연성화요? 그런 건 없었습니다. 평소 코너 그대로, 패널도 그대로 출연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관용 교수가 진행하면 ‘정통 시사’이고 대도서관이 진행자로 나서면 ‘연성 시사’인가요? 시사 프로그램은 기자·교수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묻습니다. 대체 한국일보는 이 기사에서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걸까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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