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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 몰카’가 아니고 ‘불법 촬영’입니다

기사승인 2018.08.14  08: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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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홍대 불법촬영’ 언론 보도를 살펴보니..

“편파 수사 논란을 일으킨 홍대 누드 몰카 사건의 여성모델이 1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여성계는 이렇게 빨리, 또 초범에게 징역형을 내린 건 성차별적인 판결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성 갈등이 더 격화하고 있습니다.” 

TV조선 ‘뉴스9’이 어제(13일) 보도한 리포트입니다. 지난 5월 홍익대 회화과 누드크로키 수업 중 동료 남성 모델 나체 사진을 불법으로 촬영해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올린 20대 여성 모델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한 내용을 전했습니다. 

TV조선은 ‘홍대 누드 몰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아니 TV조선 뿐만 아니라 상당수 언론이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저는 이 표현 문제 있다고 생각합니다. ‘몰카’라는 단어 자체가 범죄행위를 희석시킨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성계에선 ‘몰카’ 대신 ‘불법촬영’이라고 해 줄 것을 언론에 요구했지만 많은 언론이 여전히 ‘몰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 <이미지 출처=TV조선 화면 캡처>

‘누드 몰카’가 아니라 ‘불법 촬영’입니다 

‘누드’라는 단어도 비슷합니다. ‘누드’와 ‘몰카’가 합쳐지면 어떤 사안을 바라볼 때 사람들이 흥미나 가십성으로 인식하기 쉽습니다. 언론이 이런 부분에 대해 최소한의 문제의식이 있다면 ‘불법촬영’이라고 쓰는 게 온당합니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이 여전히 ‘누드 몰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문제의식이 별로 없다는 얘기입니다.  

문제 있는 보도도 적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TV조선만 해도 “성 갈등이 더 격화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리포트 말미엔 “(이번) 선고로 성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성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는 건, 현상일 뿐 이번 사건의 핵심과 본질이 아닙니다. 실제 성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고 해도 언론이라면 △왜 그런 갈등이 발생하게 됐는지 △과거 비슷한 사건에선 어떤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에 여성계가 반발하는지에 대해서 언급을 해줘야 합니다. 그게 언론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TV조선은 ‘성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워마드 회원들이 광복절인 15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해 성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남성 혐오 사이트인 워마드는 더욱 들끓었다’ 등에 초점을 맞춥니다. 마치 성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모습입니다. 

‘성 갈등’은 현상일 뿐 핵심과 본질이 아닙니다 

오늘자(14일) 중앙일보 보도도 문제가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14면 <홍대 몰카범 징역 10월 실형 … 워마드 “성 편파 판결” 반발>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여성계와 법조계의 상반된 시각을 보여줬습니다. 찬반 논란으로 다뤘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 사안은 찬반 논란으로 다루기보다는 언론이 ‘팩트체크’만 하면 검증 가능한 사안입니다. 중앙일보는 법조계 입장이라면서 △피해자와 합의가 안 되면 실형이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몰카 범죄에서 피해자와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한 양형 요소라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이런 ‘입장’ 타당한 것일까요? 제가 봤을 땐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오늘자(14일) 동아일보만 보더라도 전혀 다른 근거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접 한번 보시죠. 

“유사한 사건에서 남성 피고인에게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이 내려진 사례들이 있다. 전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하고 이를 불법 유포한 20대 남성에게는 벌금 350만 원, 전 여자친구의 누드사진을 동의 없이 촬영·유포한 20대 남성에게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두 사건 모두 피해여성의 신체가 완전히 노출됐고 피해자들이 강력한 처벌을 원했다.” (동아일보 2018년 8월14일자 12면) 

한겨레가 제시한 구체적인 ‘근거’도 있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지난 5월 공개한 ‘2017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지원 방안 연구’를 보면, 불법촬영 범죄자에 대해 법원은 상대적으로 너그럽게 판단해왔다. 연구에 제시된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의 1심 양형을 보면, 벌금형이 72%, 집행유예가 15%, 선고유예는 7.5%이었고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5.3%에 불과했다. 촬영자가 불법촬영 후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로 한정해도, 분석대상 판결 66건 중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은 18건(27.27%)에 불과했다.” (한겨레 2018년 8월14일자 2면) 

팩트체크 하지 않고 찬반 논란으로 다루는 언론보도도 문제 

저는 팩트체크 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굳이 중앙일보처럼 찬반 논란으로 다룬 것은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이번 판결에 여성계가 반발하고 있다면 그 반발이 타당한 것인지를 검증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한겨레가 보도한 통계를 보면 여성계의 반발에 상당히 근거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문제가 있는 보도는 오늘자(14일)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는 10면 <홍대 누드모델 몰카, 1심서 징역 10개월>에서 1심 판결 내용 중심으로 보도했습니다. 여성계가 편파 판결이라며 반발하는 부분은 “하지만 일부 여성들은 안씨가 사진을 올렸던 워마드 게시판에 ‘편파 수사에 이은 편파 판결’이라는 글을 올리며 반발했다. 판결을 내린 여성 판사에 대한 비난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가 전부입니다. 

△왜 반발하는지 △편파 판결이라는 여성계 주장에 근거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물론 불법촬영에 대한 경찰의 신속한 수사와 법원의 엄격한 판결은 평가받을 일입니다. 하지만 ‘다른 불법촬영 사건’이나 ‘디지털 범죄’도 그러했나 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여성계 반발과 주장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오늘자 한겨레와 동아일보에 언급된 ‘여성계 목소리’에 대해 경찰과 사법당국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궁금하군요. 

“그동안 몰카 범죄에 왜 솜방망이 처벌을 해왔는지 사법당국에 묻고 싶다. 향후 몰카 사건에 대해서도 이번처럼 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불법촬영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엄격한 판결은 그 자체로는 칭찬받을 일이다. 하지만 여성들이 피해자인 사건도 그렇게 처리해왔는지 묻고 싶다. 여성들의 요구는 분명하다. 여성혐오로 인한 디지털 범죄를 홍대 불법촬영 유출 사건처럼 처리해달라는 것”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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