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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데이트 폭력’ 기사,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기사승인 2018.08.13  08: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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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 ‘범죄 유형’에 대한 분석 없는 증가 속도, 어떤 의미가 있나

<‘데이트 폭력’ 당한 남성, 1년새 배로 늘었다

오늘자(13일) 조선일보 10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기사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간단합니다. 

△연인 관계인 여성에게 맞았다고 신고한 남성이 올해 처음으로 연간 1000명을 넘을 전망이라는 것 △연인 사이에 일어나는 ‘데이트 폭력’ 피해자는 여성이 많지만 증가 속도 면에선 남성 피해자가 여성 피해자에 비해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조선일보는 “상당수 남성이 여자친구에게 맞고도 ‘창피하다’며 숨기기 때문에 실제 남성 피해자가 이보다 많다고 보고 있다”는 전문가 진단까지 포함 시킵니다. 그러면서 17세 남학생이라고 밝힌 네티즌이 포털 사이트 상담 게시판에 올린 글을 근거로 제시합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범죄 유형’에 대한 분석 없는 ‘증가 속도’ 기사 …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데이트 폭력’(용어가 적절하지 않다고 보지만 이해 차원에서 이렇게 사용합니다)에서 남성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다면 언론 입장에서 주목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 범죄유형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없이 양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런 기사를 쓰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선일보 기사가 유의미성을 가지려면 ‘데이트 폭력’에서 남성 피해자가 ‘어떤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지를 따져보고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남성 피해자의 양적 증가를 언급한 이후 ‘포털 사이트 상담 게시판에 올린 글’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단면적인 분석이자 ‘데이트 폭력’의 실상과 본질을 왜곡할 수도 있는 기사라고 봅니다. ‘데이트 폭력’은 그 자체로도 범죄행위지만 최근 나타나는 양상을 보면 ‘여성에 대한’ 살인·성폭력 등 심각한 중범죄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데이트 폭력’ 피해유형 자료…여성에 대한 살인 미수·성폭력 등이 훨씬 많다 

지난 10일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3년간 ‘데이트 폭력’ 검거 인원과 피해유형 자료를 여성가족부 및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해당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데이트 폭력 검거인원은 Δ2015년 7692명 Δ2016년 8367명 Δ2017년 1만303명 Δ2018년 6월까지 477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범죄유형을 보면 살인(미수포함)은 Δ2015년 102명 Δ2016년 52명 Δ2017년 67명 Δ2018년 6월까지 20명으로, 2015년 이후 올해까지 살인(미수포함)은 총 241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폭행·상해는 Δ2015년 5976명 Δ2016년 6233명 Δ2017년 7552명 Δ2018년 6월까지 3473명으로 나타났고, 감금·협박은 Δ2016년 1017명 Δ2017년 1189명 Δ2018년 6월까지 537명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성폭력은 Δ2015년 509명 Δ2016년 224명 Δ2017년 138명 Δ2018년 6월까지 41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전희경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분명 ‘남성 피해자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데이트 폭력’에서 피해자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폭력양상 또한 중범죄로 나타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범죄유형’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데이트 폭력’ 관련 법안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 국회를 겨냥했어야 

저는 조선일보가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했다면 아직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 국회를 질타하는 게 효과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데이트 폭력’의 끔직한 사례들이 알려졌고, 이를 계기로 관련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됐습니다. 현재 ‘데이트 폭력’은 통상적인 폭력 범죄로 분류되기 때문에 경찰이 즉시 가해자를 격리하거나 임의로 접근금지 조치를 할 수 없습니다. 특례법으로 제재하는 ‘가정폭력’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데이트 폭력’ 신고 즉시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강력히 처벌하는 내용 등이 담긴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는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입니다. 20대 국회에서 ‘데이트 폭력 방지 법안’이 처음 발의된 건 지난해 8월이지만 이후 여성가족위원회에서는 관련 법안을 논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지난 7월5일 시민들의 후원을 받아 대학생들이 ‘데이트 폭력’ 관련 법안의 국회 청원을 요구하는 광고를 강남역에 실었겠습니까? 이들은 ‘데이트 폭력’ 관련 법안 심사를 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이메일 청원을 하자는 목적으로 광고를 실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인데 조선일보는 오늘(13일)자 지면에 갑자기(?) “(데이트 폭력) 증가 속도 면에서는 남성 피해자가 여성 피해자에 비해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합니다. 분석도 없고, 진단 역시 표피적입니다. 대체 조선일보는 이 기사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 걸린 데이트폭력방지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광고. <이미지 출처=대학생들 정치 스타트업 ‘투정 - To.정치’ 페이스북 영상 캡처>
   
▲ <이미지 출처=대학생들 정치 스타트업 ‘투정 - To.정치’ 페이스북 캡처>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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