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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까지 대동, 외유성 시찰,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세금도둑’인가

기사승인 2018.08.08  16: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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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폭염·혹한 속에 일해 모아준 돈을 ‘펑펑’

“우선 그들은 평소에도 그리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그들은 무척 억울해하지만 그들이 생각하기엔 이상하게도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진지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농 반 진 반을 섞어 특정 집단을 ‘디스’하는 손석희 앵커. 7일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손 앵커가 말한 ‘사람들’은, “출장은 출장인데 놀러가는 출장”을 국민 세금으로 다니는 ‘그들’은, 바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다. 손 앵커가 이렇게 평소 인터뷰어로 마주하는 국회의원들을 대놓고 비아냥댄 대는 다 이유가 있다. 

“(우리는 그들이) 개발도상국을 관광하기 위한 하나의 ‘툴’로 활용됐다….”

코이카 직원들이 내놓은 한탄이다. 그럴 만 했다. 국회의원들 상당수가 코이카의 예산으로 ‘공짜’ 해외출장을 관행처럼 다녔다고 한다. 코이카 직원들은 의전 명목으로 가이드에 나섰다. 심지어 이 직원들에게 현지 명품가게와 보석상을 ‘가이드’ 시킨 국회의원 배우자도 있었다. 가히 부창부수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해 만든 코이카의 예산으로 관광여행을 다녔던 셈이다. 

“그러니까 이들이 쓰는 돈은 전부 우리의 피땀 흘려 낸 세금이라는 얘기지요. 그들이 시찰과 격려라는 명목으로 현지에 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기관은 꼼꼼하게 관광 일정을 준비하고 비용을 지불합니다. 안내를 잘한 직원의 경우 승진까지 보장된다는 소문이 나돌았을 정도니까 그 기관, 코이카는 국회 여행사란 별칭이 붙을 만도 했습니다.”

손 앵커는 “출장이라 쓰고 외유라 읽는다…”며 에둘러 유한 표현을 썼지만, 네 글자로 바꾸면 ‘세금도둑’이라 할 만 하다. 그렇게 세금이 지난 2013년부터 5년 동안 총 12억 원이란다. 손 앵커는 “우리가 이 폭염 속에서, 혹은 저 혹한 속에서 일해서 모아준 돈”이라며 ‘세금’임을 강조했다. 역시나 그럴 만 했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9박 11일 아프리카 시찰에 아내까지 대동하고...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군도와 페루 맞추픽추. 

7일 <뉴스룸>이 열거한 국회의원들의 “각 나라마다 반드시 들러야하는 명소들”들 명단이다. 말이 현지시찰이지, 제 돈 내고 가기 쉽지 않은 아프리카와 같은 개발도상국의 대표 관광지를 세금으로 휘젓고 다녔다는 얘기다. 물론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예산권을 쥔 피감기관의 예산으로 외유성 시찰을 다녀 비난을 받았던 사례들이. 

그러나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고 노회찬 원내대표가 받았다는 4천만 원의 정치후원금과 비판이 끊이지 않는 국회 특수활동비를 대조적으로 연계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것이 명백하게 “평소에도 그리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가지는 특권이자 국회의 관행이라면 말이다. 더욱이 배우까지 동행한 외유는 국민감정 상 용납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으로서 정상적인 의원 외교 활동을 벌인 겁니다. 전액 사비로 사용했고 (보석 구매는) 전혀 사실이 아니고 오해입니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부인과 함께 시찰을 다녀온 원유철 자유한국당의 해명이다. 그러나 2016년 8월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원 의원은 조훈현 의원과 부부 동반으로 탄자니아와 에티오피아, 우간다를 9박 11일 일정으로 다녀왔다고 한다. 더군다나 일부 의원들은 부인을 위해 서울에서 근무하는 코이카의 여성 직원을 대동했단다. 참 대단한 휴가, 아니 시찰이다.

가관인 것은 앞서 국민권익위원회가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의심된다며 국회에 제출한 38명의 국회의원 명단 중 문희상 국회의장 역시 코이카 지원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세금도둑’과 같은 관행 혹은 특권을 국회가 자정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8일 이러한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에 대해 “적법 절차에 따라 편성된 예산으로, 수행기관의 지급 기준에 맞춰 집행하는 만큼 법 위반 소지가 없는 것으로 자체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란법 안 반긴 이유가 이거였나 

“여야가 오랜만에 뜻을 같이했지만 현실화시키지 못한, 어떤 은밀했던 여야공조 실패 사례를 소개합니다.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 이후 국회의원들, 피감기관 돈 받아서 외유나가는 게 어렵다 보니 아예 국회예산으로 갈 수 있도록 정부에 예산 증액을 요청했는데 정부가 액수가 너무 많다면서 거부했습니다. 피감기관 돈 말고 세금으로 해외 나가려다 실패한 겁니다.” 

7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다. 통일부 4천 5백 만원, 코이카 1억 9천 만원, 한국국제교류재단, 1억 2천 5백 만원, 국희의원 해외 출장비 명목으로 잡힌 작년 예산이다. 수출입은행은 작년 11월부터 넉 달 동안 의원 14명의 출장비로 1억 8천만 원을 썼다. 방문지는 요르단과 에디오피아, 크로아티아 등 우리나라가 차관을 지원한 개발도상국이었다. 

MBC 보도에 따르면,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들은 지난주 이 문제를 논의해 국회 예산으로 의원 출장을 보내겠다며 기획재정부에 예산 증액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2018년 의원외교로 책정된 예산이 100억여 원인데, 국회 요구를 받아들이면 예산을 15%나 더 늘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만 묻자. 국회의원들이 이들 개발도상국을 왜 ‘현장시찰’해야 하는가. 그러한 현장 시찰이 입법 활동에 반영된 예가 있긴 한 건가. 피감기관의 예산도 모자라 아예 대놓고 세금으로 외유성 시찰을 해마다 가겠다는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세금도둑’이라 불러도 할 말 없지 않겠는가. 국회가 김영란법을 탐탁지 않아했던 이유도 이거였나.  

   
   
▲ <사진출처=MBC 화면캡처>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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