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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스튜어드십 코드’ 비난은 새로운 색깔론이다

기사승인 2018.07.31  17: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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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연금 사회주의? 자본주의 ‘기본’도 모르는 조중동

<‘사회적 가치 위해 국민연금으로 경영 개입’이 무슨 소린가> (조선일보) 
<경영참여 물꼬 튼 국민연금, 경영 간섭 걱정된다> (중앙일보) 
<국민연금으로 민간기업 경영 흔들겠다는 건가> (동아일보)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기업활동 위축 안되게 해야> (매일경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최종 확정한 것과 관련, 부정적 입장을 밝힌 오늘자(31일)일부 언론의 사설 제목입니다. 제목만 딱 봐도 느낌이 오지요. 핵심만 추리면 이렇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그런 거 도입하지 마라.’

오늘자(31일) 조중동을 비롯한 경제지들이 ‘연금 사회주의’라는 표현을 쓰면서 맹공을 퍼부은 걸 보면 마치 ‘스튜어드십 코드’가 사회주의와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대목에선 그냥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주권 행사가 대체 무슨 잘못인가 

저는 조중동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비난과 공격은 ‘색깔론의 21세기 버전’이라고 봅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사회주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이들 언론이 국민연금에 ‘딱지 붙이기’를 시도하는 이유가 뭘까요? 제가 보기엔 기업 경영진과 사주에 불리한 정책이나 요소들을 이들 언론이 얼마나 불편해하는 지가 그냥 드러난 경우라고 봅니다. 달리 해석이 안 됩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기관투자가가 투자 기업을 상대로 주주권을 충실히 행사토록 하는 지침을 말합니다. 사실 국민연금은 635조 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막강한 기관투자가였지만 그동안 대주주로서 제대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역할도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만약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어떻게 될까요? 국민연금이 기본적으로 국민의 자산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에 피해를 주는 기업에 대해 이제 주주권을 적극 행사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경영진 전횡 등으로 기업 이미지가 훼손돼 손실이 발생해도 주주권 행사를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한다고 해도 소극적이었습니다. 경영진의 독단적 경영에 대한 견제나 감시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부도덕한 경영진을 겨냥한 주주권 행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겁니다. 이거 하지 말라는 건 자본주의 기본원칙을 무시하는 겁니다. 

조중동이 말하는 기업자유는 경영진과 사주의 자유? 

물론 기본적으로 정부가 주주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자칫 ‘관치 경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는 언론이 제기하는 거라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조중동과 일부 경제지들은 이런 우려를 넘어 ‘문제가 있는’ 기업이라도 정부의 주주권 행사는 ‘관치경영’이라는 식의 주장을 쏟아냅니다.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을 관통하는 논리는 간단합니다. 국민연금 기금을 통해 정부가 기업 길들이기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겁니다. 특정 기업에 대한 마녀사냥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런 점을 근거로 국민연금이 경영권에 간섭하면 민간기업의 자율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경영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합니다. 

알고도 그러는 걸까요? 아니면 정말 몰라서 이런 주장을 하는 걸까요? 국민연금 ‘스튜디어십 코드’ 도입과 관련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대략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향후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매년 1~2차례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등의 경영실태를 점검한다 △만약 문제가 있으면 국민연금의 입장을 밝히거나 경영진 면담을 요구하고, 주식 매각 등 주주권을 행사한다 △이른바 ‘갑질 사건’처럼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한해 임원 해임이나 정관 변경 등으로 경영에 참여한다. 

   
▲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 공청회'에서 박영석 서강대학교 교수가 패널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가 집사(steward)처럼 돈을 맡긴 국민 이익을 위해 책임을 다하도록 한 지침이다. <사진제공=뉴시스>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은 매우 제한적일뿐더러 그것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검토를 거쳐 허용하도록 했습니다. 전면허용이 아닙니다. 그리고 투자 기업 가운데 횡령과 배임, 부당지원행위, 경영진의 사익 편취 문제가 있는 업체들이 있다면 주주 입장에서 당연히 시정과 대책을 요구해야죠. 

‘이 정도 사안’이 발생하면 주주권 행사하는 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겁니다. 그나마 국민연금은 이 주주권 행사도 △처음에는 이사진·경영진 면담 △비공개 서한 발송 등을 통한 개선 촉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기금운용위 의결을 거쳐 해임 안건을 직접 제안하겠다는 겁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정도 주주권도 행사하지 못한다면 대체 주주는 왜 존재하는 건가요. 

수익성과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조선일보…대한항공 주가 하락은 뭐라고 할 건가

“국민연금은 국민이 노후생활을 위해 모아 놓은 돈이다. 수익성과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지키려면 무엇보다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돼 있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수익성과 안정성이 아닌 다른 의도를 갖고 국민연금의 힘을 이용하려고 하면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오늘자(31일) 조선일보 사설 마지막 단락입니다. 정말 이상합니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그토록 강조하는 조선일보가 왜 대한항공 주락하락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는지 말이죠. 

오늘자(31일) 한겨레 보도를 보면, 대한항공의 주가가 지난 1년 사이 22% 하락했다고 합니다. 왜 하락했을까요? 재벌 총수일가의 갑질 논란 때문에 기업 이미지가 실추됐고, 영업에도 타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제(30일) 대한항공의 주가는 2만8200원,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8000원 넘게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주식 1194만7287주(12.4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도 개입하지 말라? ‘국민연금은 수익성과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 조선일보가 이건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네요. 

   

▲ 법원이 지난 6일 오전 검찰이 청구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다. 이로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등 조양호 일가에 4차례 청구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사진은 (왼쪽부터) 6일 서울 구로 남부구치소를 나서는 조양호 회장과, 지난 6월 2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 중앙지법을 나서는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지난 5월 2일 서울강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사진제공=뉴시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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