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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김병준 우려…계엄 문건이 “질 낮은 위기 대응 매뉴얼”?

기사승인 2018.07.30  16: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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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당내 친박 국가주의자들 득시글한데 ‘반국가주의자’ 자처

“한국당은 살기 위해 혈액형까지 바꾸려고 하고 김병준 위원장은 착착 변신해 나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쿠데타 문건을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30일 오후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의 계엄 문건 관련 발언과 관련해 표현한 우려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KBS1 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에 출연, 기무사 계엄 문건에 대해 “쿠데타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질 낮은 위기 대응 매뉴얼”이라 표현했다. 

박 의원은 이어 “제가 아는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에 대해서 저는 간단치 않으신 분이라고 수차 밝혔습니다”라며 “김 위원장은 거침없이 논리 전개도 정연하게 하고, 상황 변신에도 능숙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장 체제의 자유한국당의 ‘변신’과 ‘논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인 셈이다. 그렇다면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무사 문건과 관련 어떤 발언을 했던 걸까. 
 
“급하게 훑어보니까 이게 일종의 말하자면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이게 정말 위기관리 매뉴얼 성격을 가졌느냐. 그렇지 않으면 정말 쿠데타 음모나 내란 음모냐 라고 하는 건데. 내란 음모나 쿠데타 음모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말하자면 그거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고요. 

말하자면 당시의 국방장관이나 기무사령관이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지금 정황 증거도 전혀 없고 그래서 그게 너무 과다하게 해석되는 것 같고. 그러나 뭡니까? 위기관리 매뉴얼로 보면 질이 그렇게 높지 않은 위기관리 매뉴얼이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함진규 정책위의장, 김 비대위원장, 최병길 비대위원. <사진제공=뉴시스>

김병준의 구사하는 ‘아름다운 말’ 

김 비대위원장은 “자세히는 다 못 봤다”, “급하게 한 번 훑어봤다”면서도 기무사 문건에 대해 “과다하게 해석되는 것 같다”며 작금의 비판과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또 “지금 보면 국회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그게 말도 안 되는 그런 것이 들어있는 데다가 전망이라고 해놨는데 전망부터가 다 틀렸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하며 “그래서 아주 질 낮은 위기관리 매뉴얼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렇다면 문건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건 제가 사법적인 부분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데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면 처벌을 할 수가 없는 거죠. 다만 그건 가능하겠죠. 만일 월권을 했다거나. 왜 기무사가 작성했을까? 지시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했다면 아마 월권이 되고 그렇게 되겠죠? 직권남용이라면 직권남용이 되겠고.”

쿠데타 모의는 전혀 아니다, 하지만 월권이라면 직권남용일 수는 있다. 참으로 포괄적이고 관용어린 해석이 아닐 수 없다. 박지원 의원이 “김 위원장은 거침없이 논리 전개도 정연”하다며 ‘변신’ 운운했던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비극적인 죽음과 관련한 페이스북 글로 물의를 빚었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한 김 비대위원장의 평가 역시 그러한 ‘관용’과 보편적 논리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제가 이야기 드릴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바로 앞에서 대표를 지내신 분이고 해서 사람마다 나름대로의 자기의 캐릭터, 말하자면 특성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어찌됐든 간에 보수 정당이고 진보 정당이건 간에 정치인은 저는 말은 아름답게 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회적으로 홍 전 대표를 감싸는 듯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인의 ‘아름다운 말’, 필요하다. 하지만 전후맥락을 거세해 버린 채 홍준표 대표의 캐릭터나 정치인의 ‘아름다운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다니, 핀트가 어긋나도 한참이나 어긋나 보인다. 이러한 두루뭉술한 태도야말로 참여정부 정책실장 출신에서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걸까. 박지원 의원의 우려와 개탄을 보자면, 틀린 해석은 아닐 듯 싶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 6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사에서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뒤 당사를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보수도 진보도 혼란스럽다”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한테 진보냐, 보수냐를 물어보는 분이 많은데 한 번도 답을 못했다. 박정희식 가부장적 국가개입주의와 신자유주의 모두 스스로를 보수라고 한다. 진보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 같은 국가주의와 사회적기업 등을 강조하는 공동체주의가 저마다 진보라고 말한다. 유권자들은 박원순과 문재인을 똑같은 인물로 보는데 제가 봤을 때는 아니다. 그만큼 보수도 진보도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지난 29일 ‘보수’ 경제지인 <한국경제>와 인터뷰한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한국당은 보수당이냐”는 질문에 위와 같이 답했다. “보수도 진보도 혼란스럽다”면서도 본인의 정체성은 밝히기를 꺼려했다. 대신 김 비대위원장은 ‘반국가주의’와 ‘반대중영합주의(반포퓰리즘)’의 프레임으로 문재인 정부를 공격 중이다. 

이 인터뷰에서 김 비대위원장은 또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늘 국가주의가 횡행했다”며 “박근혜 정부를 신자유주의로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아니라고 본다. 교과서를 국정으로 하고, 정부가 나서서 혁신센터를 열어 기업인을 부르는 게 자유주의는 아니지 않나. 노무현 정부 때도 국가개입을 줄이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를 국가주의로 규정했다. 타인의 철학과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우선은 본인의 시각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상대가, 문재인 정부가 국가주의인지 아닌지 하는 가늠자가 확실할 수 있다. 그래야만 그 평가에 힘이 실린다. 만약 김 비대위원장이 시장주의자라면 혹은 사회민주주의자라면 문재인 정부와 여당 정책의 평가가, 김 비대위원장이 내린 평가의 뉘앙스가 그만큼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  것이다. 

‘변신’에 능하다는 김 비대위원장은 지금 전 언론사와 인터뷰할 기세로 열심히 언론을 만나는 중이다. 특유의 ‘아름다운 말’도 보이고, ‘변신’에 능할 것 같은 ‘논리’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의 정치적 철학이나 이념적 정체성을 선명하게 보여주지 않는다면, 자신이 속한 당의 반발을 살지 모를 일이다. 

이미 비대위원장 임명 전부터 당 내에서 “왜 굳이 그 분을...”이란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던 것도 같은 이치 아니겠는가. 그래서다. 변신보다 선명함이 선행되는 까닭이. 지속적으로 ‘참여정부’ 운운하며서 작금의 자유한국당을 살리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친박’ 국가주의자가 득시글한 당을 개혁하겠다는 분이 ‘반국가주의’임을 자처한다면, 누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주겠는가.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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