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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의 특활비 3억과 노회찬의 정치자금 4천만원

기사승인 2018.07.30  14: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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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책임회피’ 운운 홍준표, 특활비 관련 ‘책임’ 지는 모습 꼭 보여주길”

“그거 나한테 넘어오면 내 돈 아닙니까? 그거 집에 갖다 주는 게 무슨 (문제가 됩니까?) 내 활동비 중에서 남은 돈은 내 집 생활비로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준 돈을 전부 집사람이 현금으로 모은 모양입니다.”

2015년 5월 당시 경남지사였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특수활동비를 생활비로 썼노라 ‘고백’했다. 홍준표 전 자유지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혐의를 받고 있던 와중에 내놓은 일종의 깜짝 고백이었다. 그렇게 ‘집사람’이 모은 ‘쌈짓돈’이 3억이라고 했다.

당시 홍 지사는 “2008년도에 내가 여당 원내대표하고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임하고 있었다”며 “매달 한 4000만 원에서 5000만 정도의 원내 대책비가 나왔는데 일종의 특수활동비였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또 “그 돈은 전부 현금화해서 국회대책비로 쓰는데 그 중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해서 그 돈들을 모아 집사람 비자금으로 만들어 2004년 8월부터 우리은행 전농동 지점에 대여금고를 빌려 2011년 6월 당시 3억 가량 가지고 있었다”고도 했다.

그렇게 국회 특수활동비가 수면 위로 올라 왔다. 이러한 “국회 특수활동비 남으면 내 집 생활비” 발언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녹색당 경남도당은 여전히 ‘홍준표 처벌’을 외치는 중이다. 지난 4월 경남도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경남도당은 “홍준표 특수활동비 횡령 혐의, 빠른 수사와 처벌을 촉구한다”며 검찰을 향해 “홍준표 대표를 직접 불러 조사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 '세금도둑잡아라' 관계자들이 지난 2017년 11월, 홍준표 특수활동비 횡렴 혐의 고발장을 들고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한편 홍 전 대표는 논란이 불거질 때 마다 말 바꾸기를 시도했다. 국회 특수활동비의 용처에 대해 “집사람에게 줬다”에서 “당 정책개발비 지원 및 야당 원내대표 운영비 지원”, “야당 원내대표에게 줬다는 건 기억의 착오” 등의 표현으로 말이다. 정치인 홍준표에게 ‘도덕성’을 묻는 것이 어색할 지경이지 않은가. 그랬던 이가 대선후보도, 제1야당 당 대표도 지냈다. 한국 정치에서 정치자금이란 무엇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행보였다.

“국회 특수활동비 남으면 내 집 생활비”라던 홍준표

“같은 말을 해도 좌파들이 하면 촌철살인 이라고 미화하고 우파들이 하면 막말이라고 비난하는 이상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맞는 말도 막말이라고 폄훼하는 괴벨스공화국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개탄할 일입니다.”

선전·선동으로 유명한 ‘괴벨스’ 참 좋아라하신다. 미국으로 건너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2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번째로 올린 글이다. 앞서 이날 그는 “그 어떤 경우라도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닙니다”라며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를 겨냥한 듯한 글을 적었고, 비난이 거세지자 “맞는 말도 막말이라고 폄훼”한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그는 또 이렇게 적었다.

“잘못을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지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서 자살을 택한다는 것은 또 다른 책임회피에 불과합니다. 오죽 답답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일견 이해는 갑니다만 그래도 자살은 생명에 대한 또 다른 범죄입니다. 사회 지도자급 인사들의 자살은 그래서 더욱 잘못된 선택입니다. 아울러 그러한 자살을 미화하는 잘못된 풍토도 이젠 고쳐져야 합니다.”

미국에 있어서 작금의 한국 분위기가 감지가 안 되는 걸까. 그럴 리가. 안타깝게도, ‘촌철살인’과 ‘막말’을 구분도 못하는 홍 전 대표의 언어관은 이미 유명하지 않은가. 특히 이러한 홍 전 대표의 막'은 지난 23일 안타깝게 떠난 노회찬 원내대표의 죽음이 지난 일주일 간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켰는지 전혀 감지하지 못한 채 ‘자살’이란 단어에 집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역시나 개탄할 일이다.

한 달에 4, 5천씩 특수활동비를 받았고, 그 돈을 현금화해서 아내를 가져다 줬다고 시인한 정치인은 대선후보를 지냈고, 제1야당 대표까지 역임했다. 아무리 여론이 들끓어도 무시할 줄 아는 배포를 자랑했다.

또 한 정치인은 고교 동창인 변호사에게 받은 정치자금 때문에 골몰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평생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에 투신한 인물이다. 그가 받은 돈은 고작 4천만 원이라고 했다. 돈을 받을 당시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 아니지만 불법은 불법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다른 나쁜 정치인들은 보란 듯이 잘 사는 데 고작 그 정도 돈 때문에…”라는 이들이 개탄한 이유이기도 하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 6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사에서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뒤 당사를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노회찬의 죽음을 두고 ‘미화’라 질책한 홍준표

그 “국회 특수활동비 남으면 내 집 생활비”로, 3억을 쌈짓돈으로 모았다던 정치인이 정치자금 4천만 원 때문에 목숨을 저버린 동료 정치인의 죽음을 ‘미화’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잘못을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들이, 여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이 홍 전 대표의 말을 ‘무시’하려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29일 소셜미디어에 이런 글을 남겼다.

“평생을 도덕성, 청렴, 이런 것들과 담쌓고 살아온 홍준표 당신같은 사람들이 노회찬의 고뇌와 아픔을 이해할 수 있겠나. 참 당신들, 가혹하고 잔인하다!!!”

30일 리얼미터는 ‘원내·외 차별 정치자금법 개정에 대한 국민여론’ 결과를 발표했다. “현행 정치자금법의 개정 주장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63.6%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14.5%, ‘잘모름’은 21.9%로 나타났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정치인의 후원금 모집을 금지하고 있으며, 후원회의 후원금 한도액도 연간 1억 5000만원이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정치자금법 개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래 돈을 가진 이들에게 유리한, ‘돈 없으면 정치도 못하’게 만드는 현 정치자금법 개정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더불어 국회 특수활동비와 관련된 홍준표 대표의 의혹 역시 검찰 조사를 통해 말끔히 해소돼야 할 것이다. 노회찬 원내대표의 죽음을 두고 “책임회피에 불과”하다던 홍 전 대표가 국회활동비와 관련해 그러한 ‘책임’을 지는 모습을 꼭, 반드시 보고 싶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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