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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정신’과 ‘대연정’ 비교한 김병준, ‘탐욕’ 비판 나올만하다

기사승인 2018.07.21  08: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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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여기저기 다 기웃, 권력 금단현상 있는 것 아니냐”

“입지라기보다는 본인의 처신에 대한 합리화. 이것 때문에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했다는 지적이.” 

손석희 앵커는 에둘러가지 않았다. 다만 수위를 좀 조절했을 뿐이다. 손 앵커는 19일 JTBC <뉴스룸>에 직접 출연한 김병준 자유한국당 신임 비대위원장이 최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돌직구를 던졌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신’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지난 10년 간 정치를 안 했다”고 답했고, 손 앵커가 재차 질문하자 “(노무현 정신과) 정치적 입지하고 저하고는 관계없고요”라며 즉답보다는 ‘배경’을 설명하고자 했다.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은 “정치공학적”이란 표현을 두 번 듣고서야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박근혜 당시 대표에게 연정을 제의하고, 저 같은 사람에게 나는 투쟁의 시대를 살았다, 그래서 정치도 투쟁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는데 당신들은 제발 좀 가서 상생의 정치를 해라, 상호 보완하는 정치를 해라. 그렇게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리고 실제로 소고기 파동이 터지고 했을 때 이명박 대통령 때, 노무현 대통령이 너무 답답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렇게 이렇게 하라고 조언도 하고 하지 않습니까? 그게 저는 노무현 정신입니다.”

손석희 앵커는 “평가는 우리 시청자 여러분께 맡겨드리도록 하겠”다며 관련 질문은 마쳤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이러한 답은 생각해볼 여지를 던져 준다. ‘대연정’을 거론한 것 자체가 그렇다. ‘상생의 정치’와 ‘상호 보완’이란 표현을 덧대면서, 김 위원장이 노 전 대통령의 실패한 정치를 자신이 잇고 있다는 의중을 은연중에 던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손석희의 질문, “문재인 대통령의 이해를 구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노무현을, 그리고 문재인을 계속 소환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진보’ 성향이었다는 것을, 노무현 정부에서 일했다는 그 전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그 전력이 마치 자유한국당의 개혁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 마냥. 

손석희 앵커의 서두 질문도 사실 이러한 의중을 파악한 것처럼 보였다. 손 앵커는 “지금 보수야당의 비대위원장이 된 것에 대해서 문 대통령에게 이해를 구하려고 했다 라는 말씀을 하셔서”라며 그것이 어떤 뜻이냐고 물었다. 그 이해라는 표현을 두고 재차 “이해를 구한다고 말씀하셨는지”라고 묻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어떤 교감이 있었느냐는 뜻의 다른 표현이었다. 

“이해를 구하려고 했다기보다 제가 인사를 그렇게 드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제가 말하자면 서 있던 위치가 바뀐 것 같으니까 이해해 주십사 그렇게 이야기를”
“결국 같은 나라 아니냐, 야당이 잘 서야 여당도 잘 서고 그렇게 해서 결국 우리 국가도 잘 되고 국민도 좀 나아지지 않겠냐 그런 뜻입니다.”

매번 이런 식이다. 사실 ‘노무현 정신은 어디에나 있다’는 김 위원장의 표현 역시 “야당이 잘 서야 여당도 잘 선다”는 일반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굳이 ‘노무현’을 소환한다. 문 대통령을 언급한 것도 마찬가지다. 인사를 직접 하진 않았지만,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굳이 ‘일반론’을 들먹이며 문 대통령과 직접 소통한 것처럼 표현한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처럼 ‘노무현의 그림자’를 등에 업고 가고자 하는 인상을 끊임없이 주고 있다. 당연히,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여당은 물론 보수야당의 시선에서도 곱게 보일 리 없다. 이날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두 여성 전 의원들이 목소리가 딱 그랬다. 

김병준 비대위, 성공할 수 있을까? 

“우선 뭘 하려고 할지도 잘 모르겠고 뭘 하려고 하든 그렇게 잘 될 것 같지도 않다, 이 말씀이시네요.”

진행자인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 교수의 정리는 명쾌했다. 이날 진수희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의 긴 인터뷰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위와 같을 것이다. 진 전 위원은 “(김 위원장이) 앞으로 세울 이 (보수의)가치 체계나 신념의 방향이 어느 쪽인지 지금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니에요”라며 불신을 표현했다. 그러한 “좌표나 정책기조”가 명확한 것인지도 불분명하고, 100명이 넘는 한국당 의원들이 김 위원장의 구상에 동의할지도 확실치 않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이게 비대위원장이 역대를 쭉 보면 외부에서 오셔서 성공하기는 굉장히 힘든 게 우리나라 정당의 풍토인 것 같아요. 김종인 위원장이 성공하셨던 거는 아까 최민희 의원님 설명도 있지만 그거에 더불어서 그분은 한국 정치권에서 비례대표를 몇 선이나 하셨고요.”

맞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이 공약을 내걸었던 경제민주화를 내쳐버렸고, 자신의 이상이었던 그 경제민주화의 달성을 위해 당시 야당에 입성했다. 지금의 김병준 비대위와는 성격이 다르다. 

특히나 (찬반을 떠나)김종인 전 위원장이 가진 ‘정치’ 영역에서의 경험은 오랜 동안 교수로서 활동한 김 비대위원장과는 차이가 확연하다. 사실 더 센 발언은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나왔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보면 오죽하면 과거의 노무현의 남자로 불렸던 사람을 비대위원장으로 했을까. 오죽하면 그랬을까 이런 거고 거꾸로 생각하면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얘기한 것처럼 과거에 그런 얘기를 하셨거든요.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검찰 수사와 당시의 국가지도자들이었다. 그랬던 그 세력으로 간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도대체 무슨 의도였을까. 그게 어떤 의도였을까 굉장히 궁금합니다, 저는. 

“의도가 궁금하다는 게 사람이 오랫동안 지방분권이나 어떤 정치 사안에 대해서 개혁적인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보수적으로 되는 일은 없는 거죠, 갑자기. 그런데 만약에 생각은 개혁적인데 보수정당으로 가고 보수정당의 지향과 맞는지 안 맞는지 아직 확인이 안 된 거기 때문에 그렇다면 굉장히 권력 의지가 강한 게 아닌가,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당대표실에서 진행된 김병준 혁신 비상대책위원장 기자간담회에서 김 비대위원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권력의지와 탐욕, 그리고 모욕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필요한 것이 바로 권력의지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첫 대선에서 그 권력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많이 받았고, 두 번째 도전에서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지지자들에게 신뢰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김병준 위원장의 경우는 분명 ‘체급’이 다르다. 

김 위원장의 자유한국당 입성을 ‘변절’로 보는 이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노무현’을 계속 입에 올리는 것과 관해서는 탐욕 혹은 권력의지란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최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전재수 의원의 발언이 제일 정곡을 찌른 듯 싶다.  

“2007년도 말에 대선 후보 경선이 있었다. 이해찬, 한명숙, 정동영이 나왔는데 자신을 차기 대선 후보로 밀지 않는다고 토라졌다. 2012년 문재인이 대선 후보가 되니까 '나보다 잘난 게 없는데 대선 후보가 된다'면서 또 등졌다. 청와대를 떠나서는 친노와 친문이 어떻다며 그렇게 욕을 하고 다녔다. 권력욕을 넘어서 탐욕으로 넘치는 분이다.

특히 최근 행보를 보면 권력의 금단 현상이 있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다. 여기 저기 다 기웃거리지 않았나. 최근 박근혜 정부가 총리를 제안하니 덥썩 받았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얘기가 나왔을 때도 관심 있다고 어필했다.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자리도 연락 받은 거 없다면서 보수는 세워야 한다고 했다. 역시 제안하면 받겠다는 거였다. 이번에 실질적으로 비대위원장 주니 날름 받지 않나.

또 보통 나이가 들어갈 수록 보통 사람들, 상식적인 사람들은 권력욕이나 재물욕이나 명예욕을 다 내려놓는 게 세상 이치다. 근데 이 분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탐욕만 늘어난다. 제발, 상식적이고 보통 사람의 입장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아마도 김 위원장이 요즘 금과옥조처럼 받드는 표현이 ‘좌우 균형’일 듯 싶다. 좋다. 자신의 이념이나 신념을 자유한국당에서 마음 껏 펼쳐 보시라. <뉴스룸> 인터뷰에서도, 여타 기자회견에서도 김 위원장은 그런 지향점을 적지 않게 표출했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신’ 운운은 이제 그만하시길. 권력욕도, 탐욕도 좋지만, 자신이 모셨던, 이제는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의 빛과 그림자로 정치 행위를 영위해 나가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모욕’으로 비춰지지 않겠는가.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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