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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지식인 323명 성명에서 아쉬웠던 부분

기사승인 2018.07.19  08: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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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개혁에 저항하는 언론과 야당에 대한 비판은 왜 없는 걸까

“지금까지 겨우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의 ‘갑질’을 시정하고,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기술탈취를 방지할 정책에 손을 댔을 뿐, 재벌개혁 관련 핵심 법안의 제·개정에서는 거의 성과가 없고, 골목상권을 살리는 정책과 건물주의 ‘갑질’을 방지할 방안은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재벌 적폐를 청산하고 경제민주화를 정착시켜 ‘세 바퀴 경제’를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 두고도 정부가 미적거리는 바람에, 마치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 부진과 일자리 소멸의 주범인 양 호도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약자들 간의 갈등이 부각되었습니다.” 

진보적인 성향 교수·학자들이 어제(18일) 발표한 성명 <문재인 정부, ‘촛불정부’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 가운데 일부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부동산 개혁을 비롯해 경제 개혁에서 후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사회경제개혁의 포기를 우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개혁을 촉구하는 성명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진보지식인의 성명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 

저는 진보적 성향의 지식인들이 발표한 성명서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정부라는 점, 그래서 재벌개혁을 비롯해 각종 사회개혁을 지금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성명 내용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동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명서의 내용이 ‘문재인 정부’로만 집중돼 있는 것에 대해선 고개가 좀 갸우뚱해집니다. 물론 현재 개혁이 더디게 진행되는 데에는 ‘현실’을 감안해 속도조절에 방점을 찍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에 ‘1차 책임’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둘러싼 상황이 상당히 어려운 건 분명하지만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면서 야당을 설득하고, 시민단체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건 정부와 집권여당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진보적 지식인 323명의 이번 성명서는 나름 이해가 됩니다. 혹시라도 문재인 정부가 지나치게 현실에 방점을 찍을 경우 경제정책을 비롯해 재벌개혁 등이 물건너 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기우일지라도 그런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건 진보적 지식인이 해야 할 역할 가운데 하나니까요. 

그러나 저는 이번 성명서를 보면서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개혁의 더딘 속도’가 온전히 문재인 정부 때문인가 – 이런 의문 말이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들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미진한(?) 개혁성과를 온전히 정부의 ‘개혁의지 실종’으로 진단하는 게 온당한가 – 저는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조중동 등 주류 언론의 저항·야당의 무조건 반대·기업들의 비협조
문재인 ‘행정부’ 혼자서 이들에 맞서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제가 서두에서 인용한 성명서에는 이런 부분이 나옵니다. “재벌개혁 관련 핵심 법안의 제·개정에서는 거의 성과가 없고, 골목상권을 살리는 정책과 건물주의 ‘갑질’을 방지할 방안은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진보적 지식인들에게 묻습니다. 재벌개혁 관련 핵심 법안의 제·개정을 비롯해 골목상권을 살리는 정책과 건물주 갑질을 방지할 방안이 시행되지 않은 게 문재인 정부 때문인가요? 물론 정부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문재인 정부보다 국회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이른바 ‘민생법안’들의 경우 국회 특히 야당이 반대하면서 국회 통과를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에는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법안들이 수십 건 발의돼 있지만 처리된 법안은 한 건도 없습니다. 프랜차이즈 대기업이나 편의점 본사의 횡포를 막기 위한 이른바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50건 넘게 국회에 발의됐지만 대부분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역시 비슷한 상황입니다. 상가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임차 기간을 현재 5년에서 10년까지 연장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 역시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는 법안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른바 건물주 갑질을 방지할 법안을 비롯해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법안 상당수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는 누구 책임이 더 클까요? 저는 야당 책임이 더 크다고 봅니다. 임대료와 카드수수료 인하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이 ‘시장 교란’이라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야당은 최저임금 인상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최소한 이번 성명에 야당에 대한 비판도 반영했어야 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의지’ 실종에 대한 우려를 전하는 것 - 충분히 이해하고 비판받을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인해 ‘민생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책임까지 문재인 정부에게 ‘떠넘기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힘 없는 야당’이라는 프레임은 낡은 프레임입니다. 다수 야당이 힘으로 저지하면 아무리 개혁적인 정부라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왜 진보적 지식인들은 이런 ‘현실적인 측면’을 주목하지 않은 채 오로지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만 올인하는 걸까요?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야당과 언론에 대한 비판은 왜 없는 걸까 

야당에 대한 비판은 생략한 채 오로지 ‘문재인 정부 책임론’만 제기한다고 해서 재벌개혁이나 경제개혁이 완성되는 건 아닙니다. 그건 아마 이번 성명에 참여한 진보적 지식인들이 더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제가 이번 성명 내용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 건지도 모릅니다. 

사실 가장 이해가 안되는 건, 이번 성명에 언론에 대한 비판이 전무하다는 점입니다. 진보적 지식인은 이번 성명에서 문재인 정부가 ‘반개혁적 관료들’에게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타당한 지적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관료들’보다 더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이 조중동과 경제지를 비롯한 상당수 언론인데 왜 언론에 대해선 한 마디 언급이 없는지 저는 잘 이해가 안되더군요. 

현재 ‘문재인 정부 개혁’에 가장 강력하게 태클을 거는 ‘세력’이 누구라고 보시는지요. 일부 관료들요? 저는 단언컨대 조중동과 경제지들이라고 봅니다. 이번 성명에서 언급한 문재인 정부의 ‘일부 관료들’이 누구의 눈치를 본다고 생각하는지요? 저는 조중동과 경제지로 상징되는 한국의 기득권 언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조중동과 경제지들이 쏟아내는 기사와 보도를 보셨는지요? 진보적 지식인들이 이번 성명에서 언급한 모든 개혁법안과 조치들에 대해 ‘반대하는 기사’가 넘쳐납니다. 최저임금 인상만 하더라도 소상공인들이나 편의점주들보다 ‘조중동 경제지들’의 반대 목소리가 더 크다고 느낄 정도로 이들 언론은 집요하게 ‘최저임금 인상’ 자체를 무효화시키기 위해 올인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의 개혁은 이들 언론에 대한 개혁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개혁실종을 우려하는 진보적 지식인들의 성명에서 ‘이들 언론’에 대한 언급이 한 줄도 없다는 게 저는 매우 유감입니다. 

이번 성명에 참여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어제(18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얘길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재벌 개혁에 대해서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굉장히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 전문가뿐만 아니고요. 대부분 언론인까지 포함해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은 다들 동의하는 바라고 생각합니다.” 

   
▲ <사진출처=TV조선 화면캡처>

한국의 상당수 언론은 재벌개혁에 반대한다 … 재벌개혁의 걸림돌은 언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언론인까지 포함해’라는 부분이 정확하게 어떤 의미로 한 발언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부 언론’을 제외하곤 상당수 언론이 재벌개혁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을 때 한국의 대다수 신문이 어떤 보도를 했는지 잊으셨는지요? ‘장충기 문자’ 파문에서 한국의 주류 언론사 간부들이 어떤 ‘행태’를 보였는지 잊으셨는지요? 그런데 이들 언론이 문재인 정부 재벌개혁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데 동의한다구요? 재벌개혁 자체를 반대하는 언론이 더 많은데 이런 진단 자체가 저는 잘못됐다고 봅니다. 언론이 재벌개혁의 가장 강력한 걸림돌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왜 진보적 지식인은 ‘언론비판’을 하지 않는 걸까요? 

어제(18일) 경향신문이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진보지식인들이 ‘선언’에 나선 것은 최근 정부의 사회경제 정책이 크게 후퇴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이번 선언에 참여한 지식인은 모두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고 지지하는 인사들”이라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가 “이들의 진정 어린 고언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번 성명서를 발표한 취지와 내용에 대해 저 역시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쓴소리를 하는 것이 진보지식인의 역할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혁에 반대하는 ‘야당과 언론에 대한 비판’은 생략한 채 오로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가득한 성명에는 온전히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은 지식인의 역할이지만 ‘퇴행적이고 반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언론과 야당에 대한 비판 역시 지식인이 해야 하는 역할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번 진보적 지식인의 성명에는 전자만 있고 후자가 생략됐습니다. 진보지식인 323명 성명에서 제가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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