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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대란 향한 박원순의 질문 “갑들은 왜 침묵하는가?”

기사승인 2018.07.18  10: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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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갑’이 침묵한다면?.. “‘상생’ 위해 정부와 여당이 움직여야”

   
▲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제공=뉴시스>

“갑들은 왜 침묵 하는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질문은 매서웠다. 또한 그 질문의 방향도 적절했다. 최저임금 논란을 두고 어제(17일)에 이어 오늘(18일)도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며 최저임금 인상 해법을 제시하고자 힘썼다.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를 향한 질문의 내용은 이랬다.

“그들은 을과 을의 싸움을 바라보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카드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당장 몰아치는 비바람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따름입니다.

왜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습니까? 그간 가맹점주 분들의 땀과 눈물을 짜내어 큰 이익을 보고서도 왜 어떤 책임도 지려하지 않습니까? 불합리한 계약구조를 개선하겠다 말할 수 없습니까? 로열티를 1%만 내려도 가맹점주 분들의 어깨가 가벼워지지 않겠습니까? 상생을 위해 더 많은 점포운영보조금을 지원해 주면 가맹점주 역시 함께 웃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갑의 침묵을 작심 비판한 박원순 시장. 그는 “그동안 그 누구도 묻지 않아 침묵해 오셨다면, 제가 묻고 싶습니다”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고 대놓고 물었다. 대안 제시도 함께였다. 물론 그 대안은 바로 편의점 가맹 본사를 위한 ‘액션 플랜’이었다. 박 시장이 대안으로 대놓은 방안은 ‘편의점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사례였다.

로열티 인하한 일본의 사례

세븐 일레븐의 로열티 ‘1% 인하’와 훼미리마트의 ‘수도광열비 지원’, ‘폐기지원’ 대책. 박 시장이 소개한 기사에 등장하는 일본 편의점 업계의 임금 인상 대책들이다. 박 시장은 지난 2017년 6월 <뉴시스>의 “日 편의점도 ‘최저임금 인상’에 비상···로열티 1% 인하’ 등 대책 분주” 기사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세븐&아이’는 오는 9월부터 가맹점주들로부터 수취하는 로열티를 일괄적으로 1% 인하할 계획이다. 1%를 인하함에 따라 예상되는 영업이익 감소폭은 연간 160억엔(약1639억원) 규모다. ‘서클K’와의 합병으로 업계 2위로 오른 훼미리마트(일본내 1만8125곳·2월 기준)와 3위 로손(1만3111개점) 역시 ‘수도광열비 지원’, ‘폐기지원’이라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훼미리마트는 가맹점주들에게 월 10만엔(약102만원) 규모의 점포운영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대신 세븐&아이와는 반대로 로열티 수취율을 높여서 수익성 감소 부분을 방어하려 하고 있다.”

이 기사에서 특히 훼미리마트는 인건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2016년 9월부터 상품폐기, 수도광열비를 가맹 본사가 부담하고, 점포운영보조금 10만엔(월)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로열티 수취를 높이는 한편 상품폐기 지원을 통해 점주들이 폐기 걱정 없이 발주를 많이 냄으로써 매출액 증가를 기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즉, 인건비 상승을 상쇄하기 위한 자구책을 가맹 본사가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로열티 1% 감소는 분명 단기적으로는 가맹 본사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대책이다. 훼미리마트는 연 160억엔의 손실을 감수했다. 인건비 상승으로 수익 악화가 빤히 예상되는 편의점주들을 위한 대응책이었다.

물론, 무턱대고 기업의 손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이 일본의 예를 든 것은 납득할 만한 부분이 없지 않다. 과연 한국의 ‘갑’들은,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이번 최저임금 대란과 관련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는지, ‘상생’을 위해 어떤 대응책을 도모하고 있는지를 떠올리면 더더욱 그러하다.

‘침묵’이 금이라는 듯 을과 병의 싸움을 부추기고 있는 건 아닌지, 편의점주들의 대정부 투쟁을 방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그렇지 아니한가. 일본처럼 로열티 인하나 점포운영보조금은커녕 점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의 편의점 ‘갑’들 아니었던가.

   
▲ 홍종학 종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소상공인연합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관련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갑들의 침묵을 깨기 위해 필요한 것들

“편의점 수익구조를 보면 사실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임대료와 가맹수수료 그리고 인건비, 또 카드수수료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임대료와 가맹수수료 등을 점주들 마음대로 낮추기 힘든 상황에서 지출을 줄이려면 결국은 점주가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인건비를 낮출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즉, 매출은 그대로인데 본사에 내는 각종 비용과 임대료, 카드수수료 등이 줄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까지 오르게 되면 결국 점주들은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겁니다.”

지난 17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편의점의 월 수익을 통해 일반 편의점을 수익 구조를 들여다 본 “인건비 올리면 망한다? 편의점 수익 구조의 진실”이란 KBS 보도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임대료 외에 가맹수수료와 인건비, 카드수수료가 지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서 건물주와 관계된 것이 임대료요, 대기업과 관계된 것이 가맹수수료와 카드수수료일 것이다. 갑질을 당하는 ‘을’인 편의점주가 자의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지출은 ‘병’과 관련된 인건비밖에 없다는 분석인 셈이다. 여기에 ‘편의점 공화국’을 만든 가맹 본사들의 무분별한 점포 늘리기 역시 가맹점주들의 지출을 뺏는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 대란이 더 이상 갑이 침묵하고 있을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이와 관련, 정부여당이 적극 나서고 있는 모양새는 환영할 만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사업 관련 대책을 발표했고, 금융위나 금감원 역시 카드 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소상공인 보호 관련 법안 처리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갑이 침묵한다면, 그 침묵을 깨기 위해 정부와 여당이 움직일 필요가 있다. ‘상생’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사회적 갈등을 불러오는 아이러니를 막기 위해서 말이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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