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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관련 TV조선 보도에 없는 것

기사승인 2018.07.17  08: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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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편의점 본사와 국회에 대한 비판은 왜 하지 않나

그냥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최저임금과 관련해 경제지와 일부 보수언론은 ‘을과 을’ ‘을과 병’의 갈등 관계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갑’을 위한 보도를 해왔던 이들 언론이 ‘을’과 ‘병’의 불만을 이용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것도 아이러니입니다. ‘을’을 위한 각종 사회·복지정책을 도입하려 할 때마다 기업 부담과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며 반대해 왔던 대표적인 곳이 경제지와 보수언론 아니었던가요. 아! 한 곳이 더 있었군요. 자유한국당.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정부를 비판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매우 불성실합니다. 그리고 편파적입니다. 언론 보도의 이면을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1) TV조선 ‘최저임금 보도’에 없는 것 – 편의점 본사만 매출이 증가하는 이유

경제지가 주로 기업의 이해를 대변해 왔기 때문에 이들이 최저임금에 대한 갈등을 부각 시키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백 번을 양보해 이해한다는 의미입니다. 조중동과 같은 보수 언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TV조선 등을 비롯한 종편은 아무리 보수지와 ‘계열사’ 관계라 해도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균형’은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균형은 없습니다. 오로지 갈등 부각을 통한 문재인 정부 정책 흔들기에만 집중합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타격을 호소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실효성 있는 정부의 추가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장외투쟁에 나서겠다고 주장했습니다. ‘나를 잡아가라’에서 ‘나를 살려 달라’까지 생존권을 위한 절박한 호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8년 7월16일 TV조선 ‘뉴스9’) 

   
▲ <사진출처=TV조선 화면캡처>

TV조선이 어제(16일) 보도한 <“장외투쟁 나서겠다” … 내일 긴급 이사회> 가운데 일부입니다. 사실 이 리포트도 문제가 있습니다. 어제(16일) 동맹휴업까지 경고했던 편의점주들은 일단 단체행동에 나서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정부와 편의점 본사에 생존권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 TV조선 리포트엔 없습니다. ‘장외투쟁’ ‘반발’과 같은 단어만 난무합니다. ‘을과 을’의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는 편의점주들의 발언을 왜 쏙 뺐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TV조선과 달리 어제(16일)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메인뉴스에서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점’을 주목했습니다. 사실 지상파 3사는 최저임금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진 이후 지속적으로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KBS 리포트가 대표적입니다. 

“[앵커]
편의점주는 힘들다는데 본사 매출은 도리어 성장했다면, 도대체 계약을 어떻게 맺었기에 이런 겁니까?

[기자]
편의점주와 본사와의 이익 배분은 일반 프랜차이즈 업계에 비해서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인데요. 계약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보통 매출액의 30~35% 정도를 본사가 가져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정률제인 셈인데, 이렇게 되면 본사 입장에서는 많은 점포 수로 경쟁업체를 압도하는 게 수익에 도움이 되죠. 또 점포가 많아지면 납품업체에서 일괄 구매하는 물량이 커지면서, 가격 협상이 유리해지는 등 여러가지 면에서 점포가 많을수록 좋습니다. 결국 본사는 개별 점주들의 이익을 높이는 것보다 이른바 공격적 출점에 나서서 점포수를 늘리는 게 이익 창출에 유리한 거죠.” (2018년 7월16일 KBS ‘뉴스9’) 

   
▲ <사진출처=MBC 화면캡처>

편의점 점주는 ‘죽어도’ 본사는 매출 ‘쑥쑥’ … 하지만 TV조선 ‘뉴스9’엔 없다 

현재 편의점주들을 비롯한 이른바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최저임금 때문만이 아닙니다. 본사의 공격적인 출점과 편의점들끼리의 경쟁 그리고 본사와의 ‘불합리한 계약’ 등이 종합적으로 얽히면서 현재 편의점주들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TV조선 리포트엔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은 언급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TV조선은 지난 15일 ‘뉴스7’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인터뷰를 통해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까봐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최저임금 논란을 둘러싼 본질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분석하기보다는 ‘알바생들 불안’을 더 조장하는 듯한 보도를 내보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공공재인 전파를 이런 식으로 사용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네요. 

(2) TV조선 ‘최저임금 보도’에 없는 것 – 낮잠 자는 소상공인 보호법안, 국회에 대한 비판

지난 15일 MBC ‘뉴스데스크’는 최저임금 보도를 하면서 국회를 비판했습니다. “국회에는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법안들이 수십 건 발의돼 있지만 처리된 건 한 건도 없다”며 질타하는 내용입니다. 핵심적인 내용을 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프랜차이즈 대기업이나 편의점 본사의 여러 횡포로 인한 가맹점들의 피해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이를 위해 가맹업주들의 문제제기가 쉽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무려 50건 넘게 국회에 발의됐지만 대부분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상가 세입자들에게 절실한 상가임대차보호법도 마찬가지. 상가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임차기간을 지금의 5년에서 10년까지 연장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는 법안도 마찬가지입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경우 며칠 전 민주당과 한국당 지도부가 9월 처리를 약속하긴 했지만 순탄치는 않을 전망입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이 임대료와 카드수수료 통제에 대해 ‘시장 교란’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겁니다.” (2018년 7월16일 MBC ‘뉴스데스크’) 

   
▲ <사진출처=MBC 화면캡처>

지금 언론보도를 보면 편의점주들이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 때문에 당장이라도 망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최저임금 의결 전부터 누적된 구조적인 문제점이 위험수위에 달했고 이것이 최저임금 논란으로 ‘폭발’된 것 뿐입니다. 그리고 구조적인 문제점이 누적된 데에는 국회 책임이 더 큽니다. “국회에는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법안들이 수십 건 발의돼 있지만 처리된 건 한 건”도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기에는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책임이 적지 않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오로지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 올인하는 TV조선 

하지만 TV조선은 이번 최저임금 의결 이후 메인뉴스에서 ‘국회책임론’을 조명하는 리포트를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야당의 입장을 담은 리포트를 내놓은 게 전부입니다. TV조선 메인뉴스엔 오로지 ‘강한 반발’ ‘강력 투쟁’ ‘장외투쟁’ ‘노동계 반발’과 같은 단어만 있습니다. 그 단어가 향하고 있는 곳은 한 곳입니다. 문재인 정부. 

이런 식으로 보도를 해도 되는 것인지 정말 묻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어제(16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가운데 일부를 소개해 드리면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TV조선 기자들이 꼭 한번 봤으면 하는 내용입니다. 문재인 정부 ‘때리는’ 것도 좋지만 최소한 이런 보도는 ‘하나’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경제연대 소속 의원들이 편의점 가맹점주들을 만났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커지자 현장을 찾은 것입니다 …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도 뒤늦은 대응이라는 비판이 함께 나옵니다.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개정법률안은 2년째 계류 중이고 관련 개정안 수십 건도 국회에 잠들어있습니다.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인테리어비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맹사업거래에 관한 개정안은 42건,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은 34건이나 처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건물주가 임차인의 재계약 요구를 거절할 수 없도록 하는 상가건물임대차 보호 개정안도 24건에 달합니다. 이들 법안이 7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지 여부도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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