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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 불행하지 말자”

기사승인 2018.07.11  16: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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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발 책터뷰] 50대 우석훈의 육아고민·꼰대 타파 인터뷰

불평등한 경제구조와 청춘들의 현실을 보여준 책 ‘88만원 세대’를 쓴 우석훈 박사가 이번엔 대한민국의 50대를 향한 거침없고 애정 어린 독설을 쏟아낸 책을 냈다. 그는 50대들에게 ‘찌그러짐’의 가치를 받아들이고 ‘꼰대짓’으로부터 탈피 하라 말했다. 또 높은 곳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50대에게 더 높은 곳보다 더 오래가는 법을 이야기 하며 내려놓기의 기술을 역설했다. 

정치, 사회, 경제, 환경문제 등 평소 다양한 분야에 애정을 갖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저자는 신간 에세이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를 통해 지속가능하고 현실적인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또 다섯 살, 일곱 살 두 남자 아이를 키우며 이제 막 50대가 된 육아 대디 우석훈 박사의 육아 분투기와 육아 정책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4일 서울 신촌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했다. 

   
▲ 서울 신촌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우석훈 박사와 인터뷰를 나눴다.<사진=박효연 기자>

# 대한민국에서 50대로 살기

Q. <매운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는 가볍게 이야기 한 듯 하지만 사회문제가 깊이 들어가 있어요.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요?

우리나라에 있는 에세이 같은 책은 딱 두 가지 분류인 것 같아요. 마시멜로 형이 있고 그 반대형이 있죠. 마시멜로라는 건 ‘기다려라, 참아라’ 라는 거예요. 참긴 뭘 참느냐, 참는 건 욕망을 키우는 건데 욕망을 키우면 에너지가 커진다는 거예요. 이런 건 의미가 없더라고요. 줄서는 문화에 경제 발전이랑 사람의 삶의 대접이 지금 같이 온 거거든요. 그런데 경제도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바뀌는 중인데 사람의 인식은 잘 안 바뀌잖아요. 지금은 21세기인데 우리는 여전히 20세기를 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사회가 바뀌는 거랑 개인이 바뀌는 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 고생하라고 하잖아요. 오늘 고생하면 내일도 고생이에요. 세상은 노력해도 안 되는 게 많고 행운도 쉽게 오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살까? 굵고 길게 가기 보다는 가늘어도 긴 행복을 찾자는 거죠.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특히 50대들에게, 청춘들에게 그리고 이제 곧 50대가 될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예요. 실제로 행복도 조사한 거 보니까 외국에 비해서도 50대의 행복도가 가장 낮아요. 50대는 최장선에 있는 세대예요. 그 위로는 보수이고 아래로는 진보잖아요. 두 흐름에 교착점에 서 있거든요. 또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고. 그런데 우리는 너무 전력질주하고 살았어요. 지금도 그러고 있고. 그래서 불행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늘 불행한데 내일 행복할 리가 없잖아요. 세상엔 노력해도 안되는게 얼마든지 있고 사람마다 행운의 총량도 달라요. 굵고 길게가 아니라 가늘고 긴 행복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Q 책에서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박사님은 언제 행복하신가요?

전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에요. 오늘 아이가 병원에 입원 안 했으니까. (웃음) 사실 이 말은 상징성이예요. 요즘 힘든 일도 많았는데 아이들 데리고 병원 몇 군대 왔다갔다하고 그랬어요. 하지만 입원은 안 했어요. 예전에는 걸핏하면 아이들이 폐렴에 걸려 입원을 했죠. 그런데 오늘은 집에 와서 애들 씻기고 밥 먹이고 놀고, 요즘은 아이들이 덜 아파요. 주변에 크게 아픈 사람 없는 게 행복이에요 저에겐. 그날의 조건이 사실 자기 인생의 제일 행복한 날이에요. 그리고 갈수록 덜 행복할 수도 있거든요. 근데 행복도 습관이더라고요. 제가 예전에 너무 행복한 날 그런 생각을 좀 했던 것 같아요. 내일은 이렇지 않을 텐데. 그리고 또 우울해 있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니까 잘못 배운 거죠. 그날 행복하고 다음날 힘들면 되는데 그걸 당겨서 오늘도 힘들어야 정상이란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행복이란 게 습관이고 연습이에요. 

Q. 이제 막 50대가 되셨어요. 책에 50대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을 넘어 ‘꼰대들의 잔치는 끝났다’라며 거침없는 독설도 많았어요. 50대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신다면요?

우리는 고성장시대에 청소년이나 중장년을 보냈어요. 그래서 케이크가 굉장히 커지는 시대에 살았거든요. 그래서 내가 좀 많이 먹어도 또 많이 남아 있을 거야 라고 생각도 해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거든요. 선진국들은 되게 안정되었고 저성장이면서 그 다음에 있는 거를 나눠 먹고 그랬어요. 지금까지 우리는 배운 대로 어깨 싸움을 하는 마지막 자리에서 레이스를 평생해온 거죠. 우리가 변해야 해요. 15년 20년 자기가 정말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하는 시기예요. 50대에 새로운 일을 배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았으면 해요. 인생 이모작이라고 실제로 뭐든지 하라고 하지만 사실 할게 통닭집 밖에 없어요. 50대에 새로 할 수 있는 건 자기가 익숙한 일들에 새로운 조합을 할 수 있는 거지 새로운 요소에 익숙한 조합이 아니란 거죠. 자기가 평생 했던 것들에서 다른 요소들을 조금씩 넣어서 그 일을 해야 돼요. 그리기 위한 준비는 아직 현업에 있을 때 조금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 오늘부터 행복해지는 내려놓기의 기술>(우석훈 (지은이) | 메디치미디어 | 2018-06-20)

# 68년생 우석훈이 ‘82년생 김지영’을 공감하다

Q 책에서 <82년생 김지영>을 공감한다 하셨어요. 요즘 한창 이슈가 되는 이야기기도 한데요, 어떤 점들을 공감하셨는지요?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었죠. 몇 달 전 박원순 시장이 82년생 엄마들과 간담회를 한 적 있어요. 관련 기사를 보고 엄마들이 원하는 것 중에 양육과 관련된 어린이집 문제가 나왔거든요. 우리 아이들도 어린이집 때문에 무척 고생을 했어요.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옮겨야 했는데 행정적인 이유로 큰애는 어린이집에 미리 입소해야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둘째는 대기를 해야 한다고 해서 기존에 다녔던 곳을 다니게 했죠. 거리가 먼 두 개의 어린이집 때문에 두 군데를 뺑뺑이를 돌며 한참을 고생을 했죠. 그리고 간담회 때 엄마들이 내놓는 의견을 보고 무릎을 치며 격하게 공감하게 됐어요. 

아이 키우는 얘기하면 눈물이 나요.(웃음) 이런 간단한 거 하나 해결 못하나 화가 나기도 하고. 어쩔 땐 실제로 눈물이 나기도 하더라고요. 힘들어 죽겠어하고. 제 생각에는 금전적인 문제가 아니고 행정적으로 조금씩 부드럽게 하면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지금 행정은 너무 딱딱해요. 누가 상담을 하면 상담한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원스톱 서비스처럼 해서 민원이 들어오면 해결될 때까지 봐줘야 하는데, 물론 그런 인력이 돼야겠죠. 인력만 배치해주면 되는 건데 그걸 엄마들이 다 알아서 하게끔 하는 시스템인거죠. 

Q 아이 둘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아프면 병원 데리고 가고…. 박사님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육아 참여율이 무척 높은 것 같아요. 직장인인 아내 분을 대신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계신데요. 사실 우리나라 남성들의 육아 참여율이 그리 높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실 장모님이 인근에 계셔서 함께 아이들을 보고 있어요. 아내가 직장일로 바쁜데 장모님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죽는 거죠. (웃음) 장모님이 아프시면 완전 망한 거예요. 제가 외국에 가면 우리 집은 올스톱이예요. 아내가 없는 건 익숙해졌는데 제가 없으면 집이 돌아가지 않아요. 그런데 기자님이 보시는 것처럼 제가 그다지 육아 참여를 많이 하는 건 아니에요. 5대 5가 아니니까. 아, 물론 한국 평균 남성 육아 참여율보다는 훨씬 높습니다. 전 6대 4? 정도 하는 것 같아요. 스웨덴, 노르웨이도 40~42% 정도 되고요. 우리나라의 남성 육아참여율은 16%정도 돼요. 일본도 육아참여율이 낮기로 유명한데 일본은 18%거든요. 일본보다 낮은 거죠. 한국남성들의 노동시간이 길어서 그렇다 하는 얘기도 하는데 그것보다는 안 하는 거죠. 

그럼 왜 안 하느냐, 여러 가지 측면이 있어요. 유교의 영향도 받았고 그 다음 군사정권 시기를 오래 거쳤기 때문이에요. 일본은 1945년 이후에 탈병영 시스템을 구축했거든요. 군대 문화를 없애려고 한 거죠. 그런데 우리는 군사 정권 시기가 길었어요. 군사정권 시기에 대표적으로 나온 현상이 마초 현상들이에요. 그것만 놓고 본다면 다 박정희 때문이죠. 박정희가 없었으면 전두환이 있었을 리가 없고 전두환이 없었으면 노태우가 있었을 리 없잖아요. 그러니까 박정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죠. 운동권이 전두환 하고 싸웠잖아요. 군인하고 싸우면서 우리도 군대처럼 간 거예요. 상대방도 작전부대가 나와서 진경이 대열을 형성하니까 우리도 진을 잤고 진을 짜려면 지휘관이 필요하고. 우리도 군대처럼 움직인 거거든요. 그러니 당연히 가정 생활도 군대식 문화가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물론 지금은 변화는 하고 있지만 말이에요.

   
▲ 우석훈 박사가 카페 지하에 전시된 그림을 보고 있다.<사진=박효연 기자>


Q ‘노키즈존’이 논란이예요. 아이 둘을 키우는 입장에서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한마디로 치사빤스죠. (웃음) 식당에서 기저귀 가는 게 문제인데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식당에 있는 화장실을 보면 기저귀를 갈 수 있게 돼 있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일부는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건 되게 과장된 것도 있고 실제로 어떤 건 그렇기도 해요. 하지만 이걸 전체로 문제를 끌어내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문제들 때문에 제가 사실  주변에 물어봤거든요. 그럼 너는 애기를 싫어하니? 그러면 아니라고 해. 애기를 싫어하는 건 아니라면 엄마가 싫은 거네? 라고 하면 또 수긍을 안 해요. 제재 안 하는 걸 비판하는데 제재 한다고 잘 되지 않아요. 외국 애들하고 비교하는데 외국 애들도 똑같아요. (웃음) 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Q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어떠세요?

개인적으로는 행복한 일인데 사회적으로는 국가가 고민을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쟁 후에 유럽은 복지과를 만들면서 영국 등의 국가에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구호를 썼거든요. 낳기만 하면 죽을 때까지 국가가 키워주자는 거죠. 그게 기본이에요. 그래서 애기 키우는 것도 다 국가가 하는데 그걸 국가가 잘 못하니까 엄마가 대리해주는 거예요. 근데 우리는 그런 선언을 한 적이 없잖아요. 당연히 엄마가 키우는 건데 국가가 도와주는 개념이죠. 지금은 많이 도와주고 있는데 왜 불평이 많냐, 애 키우는 게 너의 일이야, 이게 아니라는 거죠. 그게 아니라는 거죠. 

급식도 그래요. 우리는 급식을 포퓰리즘이니 좌파니 말이 많았잖아요. 급식은 원래 미국 우파가 시작한 거예요. 2차세계대전 치러보니까 자기네 생각보다 너무 고전한 거예요. 그 때 징집된 병사들의 체력조건이 충분치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 거죠. 가난한 사람들이 너무 못 먹어서 고생했다. 그래서 미국 보수들이 급식을 시작한 거예요. 국방을 튼튼히 하려고 보니 사람들 기본적으로 밥을 잘 먹이자, 이렇게 나온 거죠. 그런데 우리는 보세요. 급식 하는걸 좌파니 포퓰리즘이니 몰고 나가는 걸 떠나서 아예 결혼 안 한 사람을 죄악시 한다 하잖아요. 너무 아무렇지 않게 그런 발언을 하잖아요. 그 말을 듣고 자유한국당은 앞으로 큰일 났고, (웃음) 경북의 젊은 여자들이 거기서 왜 살겠어요. 이런 시대인데,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건 모험이죠. (웃음) 결론은 국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Q 경제사회학자로서, 육아대디로서….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살면서 더 이상 정권을 또 바꿔야 하는 시대를 살고 싶지 않아요. (웃음) 사실 개인적으로 고생도 많이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이 정권이 성공하길 바라는 거예요. 근데 그 성공을 위해선 우리 편 다 뭉쳐라 이거는 단기전략이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돼요. 그리고 그게 작게는 경제적으로 편한 세상이지만 조금 넓게는 문화적 사회적으로 이때가 태평성대 같았다 그런 걸 만들어야 이 시대가 성공하는 거거든요. 일반인들이 보기에 정말로 살기 좋았다 그게 이기는 거거든요. 보수인 60대들 입에서 ‘세상이 더 나아지긴 했다’라는 말이 나오고 20대들 입에서 ‘그래도 편해지긴 했어요’ 라는 말이 나와야 바뀐 거예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그때가 좋았네’ 라는 말이 나와야 한다는 거죠. 그러기 위해선 학문도 필요하고 경제도 필요하죠. 지금 이 정부가 이 부분을 생각했으면 해요.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4일 서울 성동구 경동초등학교 온종일 돌봄교실을 방문, 이 학교 학부모인 탤런트 장신영씨와 함께 어린이들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Q 마지막으로 <고발뉴스>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질문이네요. (웃음) 언론의 다양성이 필요해요. 모두가 하나의 시각으로 서 있는 건 언론이 하나만 있는 거랑 마찬가지예요. 근데 이쪽, 저쪽 언론 두 개가 있으면 수없이 다양한 누군가의 시선과 다르게 행동하게 되는 거죠. 고발뉴스도 어렵게 형성 됐잖아요. 그게 아름다운 거예요. 다양한 가치, 다양한 시간, 다양한 시각을 가진 것. 그런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어렵다. (웃음) 

우석훈 박사

다섯 살, 일곱 살 두 남자 아이를 키우며 함께 잘 사는 방법을 모색하는 대한민국 경제학자이다.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현대환경연구원, 에너지관리공단을 거쳐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정책분과 의장 등으로 활동했다. 또 강연과 글쓰기를 통해 사회, 문화, 정치 등 우리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지은 책으로는 <88만원 세대>, <fta 한스푼, 그리고 질문 하나>, <생태요괴전>, <촌놈들의 제국주의> 등이 있고 최근에는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와 집값부터 주식, 교육, 원전, 자원외교, 도시재생 등 국가의 거짓말을 추적한 최초의 사회경제학 보고서 <국가의 사기>가 있다. 

박효연 기자 

박효연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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