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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 “양승태가 갈 곳은 감옥”

기사승인 2018.07.07  09: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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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243]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지난 5월 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당시 청와대와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와 KTX 여승무원 해고무효 소송 등 재판을 두고 거래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 파장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판 거래 사건에 나오는 옛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지난달 28일부터 대법원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농성을 시작한 이유와 요구는 무엇인지 궁금해 지난 3일 대법원 앞에서 민중당 대변인인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김재연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진=이영광 기자>

- 지난주부터 대법원 앞에서 농성을 시작하셨잖아요. 여름이라 무더운 데다 장마와 태풍까지 겹쳐서 농성하기 힘들 것 같은데.

“지난주 목요일(6월 28일) 시작했는데 시작한 후 계속 비가 왔고 오늘(3일) 비는 거의 안 오고 폭염이 시작되어서 날씨로 보면 굉장히 힘든 상황이에요. 그래도 태풍 걱정했지만 다행히 서울까지는 영향이 크지 않은 거 같아서 한고비는 넘긴 거 같습니다.” 

- 주변 반응은 어때요?

“일단 이것과 관련해서 심각하게 보시는 분은 많아서 누군가는 나서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때마침 피해자 중 저희가 자리를 깔고 앉으니까 다른 분들께서도 함께 하고 싶다는 분위기가 커지고요. 이번 목요일엔 광화문에서 ‘피해자 고발 대회’라는 걸 하거든요. 그리고 금요일은 대법원 앞에서 촛불 문화제를 하는데 많은 분이 오시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어요. 이 문제는 몇몇 사람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굉장히 피해자가 많고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더라도 국민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싸우긴 싸워야 하는데 과연 그걸 누가 할 것인지 고민이 있었는데 농성을 시작하니까 많은 분이 관심 가져 주시는 거 같아요.”

“나올 게 나왔다 했지만 문건 직접 보니 치가 떨려…3권분립 전무”

- 대법원 앞 농성은 어떻게 하시게 된 건가요?

“사실 농성 정도에 머물고 싶은 심정은 아니에요. 너무너무 심각한 범죄인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이미 임기가 끝나 집에 들어가서 얼굴은 보이지도 않고 증거는 이미 인멸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고민이 많았죠. 농성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할 수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농성을 한 거예요.

이건 시작에 불과한 거고 앞으로 비가 오거나 땡볕이 내리쬐는 곳에서 앉아 있다 보면 많은 분의 지혜가 모일 거로 생각하거든요. 이미 언론에서 관심 가져 주시고 각종 토론회나 고발대회 문화제 같은 일정이 쭉 이어지고 있죠. 답이 없을 거 같았던 사법 농단 문제에서 절대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처벌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저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거부터 시작한 거죠.”

- 농성하자고 했을 때 통합진보당 사람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다들 필요하다고 하시고 힘을 보태겠다고 하셔서 방문자가 많아요. 저희 농성장이 천막 한 동이거든요. 한 서너 명만 들어가도 더운데 너무 많은 분이 오셔서 밤엔 잘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내보내기도 해요.”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 거래 의혹이 있었는데 재판 거래한 사건 가운데 통합진보당 관련 사건이 있는 거잖아요. 이 소식은 어떻게 들으셨어요?

“언론 통해 접했을 때는 나올 게 나왔다였죠. 사람들 대부분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았을 거라는 심증은 있었잖아요. 그런데 이 심증의 증거가 이런 식으로 나올 거라고는 예상 못 했죠. 처음엔 드러날 게 하나씩 드러난다는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막상 그 문건을 직접 눈으로 보니까 정말 놀랍더라고요. 말문이 막히고 이게 그 실체 일부인가란 생각이었죠. 문건을 직접 봐야 설명할 수 있어요. 이건 아무리 누군가 얘기해 주는 거 가지고는 실감 안 날 거예요.

문건을 눈으로 보면 치가 떨리고 어떻게 대법원장과 법원 사무처장 등 최고위직 있는 사람들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냐죠. 삼권 분립이라는 게 이 사람 머리 속에는 전혀 없다는 거예요. 진짜 기만적이고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활보하며 살았나라는 생각이 들죠.”

- 어떤 게 가장 충격적이었어요?

“너무 많아요. 지금까지 문건이 드러난 것만도 100개 가까이 되고 저희 손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검찰로 넘어간 게 410개 넘거든요. 그럼에도 말하자면 예컨대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해서 BH와 어떻게 협상 벌일지 전략을 담은 2015년 문건에는 ‘상고법원을 BH에서 해주지 않으면 앞으로 중립적, 독립적, 독립적으로 재판하겠다고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을 압박하자’라고 구체적으로 쓰여 있어요. 그러면 지금까지는 독립적, 독자적, 중립적으로 재판하지 않았다는 뜻이잖아요. 어떻게 이런 일을 버젓이 할 수 있고 본인들이 물밑에서 조율하고 VIP와 BH의 입맛에 맞게 재판한 사례를 쭉 열거해 놓았는데 그 사례들에 이석기 전 의원 내란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을 버젓이 적어 놓았거든요. 그런 것을 보면 제가 구체적으로 거론됐다는 생각이 들죠. 제 이름도 여러 번 나오거든요.”

-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려요.

“일단 앞서 잠깐 설명해 드렸던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 추진을 위한 청와대와의 협상 전략 문건에 따르면 본인들이 협상을 위해서 어떤 카드를 제시할 것인지 내용이 쭉 나오고요. 카드가 지금까지 청와대 입맛에 맞게 재판해온 사례를 쭉 열거하면서 앞으로 청와대가 상고법원 입법에 협조해 주지 않으면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물밑 접촉을 통해서 청와대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대표적 사건으로 이석기 전 의원 내란 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 같은 게 나와요.

내란 음모 사건은 많이 아실 거라 넘어가고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이 뭐냐면 2014년 12월 19일 통합진보당이 해산되면서 국회의원 지위 상실도 함께 선고됐죠. 그런데 그 직후 다음 해인 2015년 1월 국회의원을 상실한 5인이 ‘국회의원 지위 상실은 법률에 나오지 않았고 헌재가 이렇게 판결할 수는 없다’라고 행정 소송 제기를 합니다.

   
▲ 대법원 앞 통합진보딩 천막농성장 <사진=이영광 기자>

저희가 소송 제기하고 바로 다음날 법원 행정처에서는 TF 명의의 22짜리 문건을 만들어서 통합진보당 5인의 행정소송이 자신들에게 어떻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지 또는 어떻게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분석하는 문건을 만들어요. 그 내용에 따르면 저희가 건 소송에서 저희 손을 들어주는 것이 가장 법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쓰여 있어요. 그리고 가장 부적합하다고 쓰여 있는 게 뭐냐면 각하시키는 거예요. 각하가 뭐냐면 이건 헌법재판소에서 선고를 내린 것이기 때문에 법원이 이걸 판단하는 건 맞지 않아 이 사건을 안 다루겠다는 게 각하거든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력 관계가 오가는 곳인데 그렇게 해버리면 대법원이 헌재에 지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게 가장 부적절한 것으로 부적합하다고 문건에 쓰여 있어요.

각하, 기각, 인용, 부분 인용 둥 네 가지 시나리오를 자세히 분석하는데 결론적으로 10개월 후 앞서 말씀드린 상고 법원 전략 문건에 보면 각하시킨 것에 대해서 청와대 입맛에 맞는 사례라고 이걸 들고 있어요. 본인들이 분석했을 땐 각하가 부적합하다고 문건에 써놓고 10개월 후 ‘각하시켰고 그것은 BH 입맛에 맞게 재판한 사례다’라고 했기 때문에 실제 10개월 안에 물밑접촉이 있었다는 게 명백히 드러난 거죠. 저희가 볼 땐 이게 가장 심각한 사례라고 보고요.”

- 비례대표 지방의원 행정소송이잖아요.

“지방 의원과 관련한 건 뭐냐면 저희가 의원직 상실한 다음 비례대표 중에서 비례대표 지방의원은 바로 상실시켰고요. 지역구 의원이 있잖아요. 그들은 상실시킬 근거가 없어요. 헌재도 그건 건들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법원 행정처에서 무슨 일을 했냐면 통합진보당 지역구 지방의원직을 상실시키기 위해서 해당 지역 단체장이 소송하라는 기획소송 문건을 작성해요. 대표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경남 같은 데에서 지자체장이 소송 하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문건 작성하는 거죠. 그게 있고 또 하나는 당시 지방의회 비례대표는 잘렸잖아요. 그리고 부당하다고 소송하는데 그 재판은 어떻게 대응할지도 나옵니다. 통합진보당 관련해 9가지 문건이 지금까지 확인됐고요. 지금까지 드러난 문건만 보더라도 통합진보당 관련 재판을 대법원 이익에 맞게 주물렀던 정황이 충분히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양승태, 朴 사주받은 것 아냐…자기 이익 위해 주체적으로 계획 세워”

- 그럼 지방의원 관련한 결론은 났나요?

“비례대표 지방 의원의 경우 1, 2심 재판에서 승소했어요. 그래서 그다음 의원 활동에 복귀했었어요. 대법원판결만 남아 있는 거죠. 그리고 지역구 지방의원의 경우 법원 행정처가 만든 문건대로 소송에 들어가지는 않았어요. 중단에 지자체장이 말을 안 들었을 수도 있고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 그건 그런 상황입니다.” 

- 그럼 국회의원은요?

“1심은 각하고 2심은 기각인데 여기서 말하는 기각은 정당이 해산됐으니 국회의원직도 상실하는 게 맞다고 헌법 재판소와 똑같은 내용으로 기각시켰고 기각된 게 2016년 4월인데요. 2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대법원 계류 중입니다.” 

- 재판 거래 의혹이 나오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 거래 의혹을 전면 부인했는데.

“한마디로 웃기죠. 꿈에도 그런 적 없다는 데 거짓말도 저렇게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뻔히 드러났고 온 국민이 볼 수 있는 상황에서 그런 적 없다는 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죠. 국민을 기만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디가우징 시켜서 지금 증거까지 인멸한 상태잖아요. 본인의 이익을 위해 법을 주무른 건 천 번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주를 받아 한 게 아니에요. 오히려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입법을 통해서 자시의 권력을 형성하려고 했었던 것이기 때문에 자기 이익을 위해 박 전 대통령과 거래를 하겠다는 아주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계획을 세운 인물이거든요. 정말 잘못된 일이죠.”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고 하셨는데 일부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사익을 취하지 않았다고도 하던데.

“그럼 사익도 취할 게 아니면서 변협 회장 사찰까지 하나요? 변협 회장 사찰뿐만 아니라 민변을 비롯해서 상고 법원을 반대한 수많은 사람에게 불이익 주는 일을 진행했고 그게 법정의 실현을 위해 상고법원을 추진한다면 그렇게 KTX 여승무원을 포함해서 죽기 살기를 다투는 힘 없는 사람에 대해서 재판 거래하며 법정의 실현을 위해 상고법원 추진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죠.

실제 그 문건에도 나오지만, 당시 청와대가 상고법원에 부정적인 이유는 양 전 대법원장 주장대로 상고법원이 만들어지면 상고법원 재판관 임명권을 양 전 대법원장이 가지는 거였거든요. 그러면 양 전 대법원장은 대통령에 버금가는 권력을 가지는 거예요. 그래서 청와대는 부정적이었던 거죠.” 

- 통합진보당 피해자들이 요구하시는 건 무엇인가요?

“재판 거래에 이용된 재판이 잘 못 됐다는 것을 확인받기를 바라는 거고요. 그것이 확인돼야 명예 회복이 되는 거라고 봅니다. 그걸 확인시키려면 진상규명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국회의윈 지위확인 소송이라든지 아직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 거래 이전 법리적 해석에 따라서 판결하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고 재판거래 때문에 억울하게 9년 형 받은 이석기 전 의원은 한시라도 빨리 석방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 사건뿐만 아니라 재판 거래에 관련된 수많은 사건에 대해서 피해자를 구제하고 원상회복 하는 게 바라는 바입니다.” 

- 사안은 다른 문제인데 통합진보당 변호를 맡았던 김선수 변호사가 대법관으로 제청되었잖아요. 자유한국당은 코드인사라고 반발하는데.

“김선수 변호사는 이미 많은 언론에서 나왔지만, 법조인에게 존경받아요. 그동안 독보적인 변호사로 활동해 오신 분으로 많이 알려져 있죠. 항상 약자 편에서 활동해 오셨고 민변에서 활발한 활동 같은 것 때문에 보수진영이 반발한다고는 나오지만 그건 어찌 보면 지금까지 사법 권력이 약자 편을 들어주는 사람에게 힘을 쏟지 못했다는 또 다른 반증이라고 보거든요. 이런 분이 더 많은 사법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됐어야 정상이라고 보고 지금까지 비정상적이었던 대법원 구조를 정상화시키는 과정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 신임 대법관 후보에 제청된 김선수 변호사. <사진=대법원, 뉴시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이라고 하는 게 법을 다루는 문제다 보니 문건의 내용이나 표현 같은 게 다소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요. 법조계나 언론에서는 상당한 관심을 보이지만 국민이 접근하기에는 약간 이해가 쉽지 않거나 복잡하게 여겨질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보다 훨씬 더 나쁜 짓을 한 세력이 있다는 걸 알 수 있거든요. 특히 힘없는 국민이 마지막으로 억울함을 호소할 방법은 법밖에 없어요. 그런데 법원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가지고 장난쳤다는 건 절대로 용서할 수 없고요. 양 전 대법원장이 갈 곳은 감옥이라는 것에 힘을 실어주시기 바랍니다.”

이영광 기자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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