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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종의 결과론적 궤변, JP 덕분에 인간 문재인이 대통령 됐다?

기사승인 2018.06.26  13:3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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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올드보이들의 공감과 추억팔이, 정치공학적 사고

   
▲ 박찬종 변호사 <사진=뉴시스>

“문재인 같은 그런 얼굴이 대통령 될 수가 없는데 세상이 우스워졌어. 대통령 (지지율)이 앞섰다고 그러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난 뭘 봐도 ‘문재인이 (대통령이)되어서는 안 되겠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문재인이가 얼마 전에 한참 으스대고 있을 때 한소리가 있어. 당선되면 김정은이 만나러 간다고. 이런 놈을 뭐를 보고선 지지를 하느냐 말이야. 김정은이가 자기 할아버지라도 되나? 빌어먹을 자식.”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JP)가 서거 이후 다시금 회자되고 있는 그의 ‘어록‘(?) 중 하나다. 작년 4월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였던 홍준표 후보가 조기대선을 앞두고 예방한 자리에서 김 전 총리는 위와 같은 ‘덕담’(?)을 건넸다. 

당시 건강 상태가 그다지 양호하지 않아 보였던 90대의 김 전 총리는 홍 후보에게 “얼굴이 참 맑다”는 관상 평과 함께 “꼭 돼야 되겠어”라는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이후 2018년 새해를 맞아 당 대표가 된 홍준표 대표가 다시 찾은 JP는 이런 말도 했다. 노환이 다소 완화된 얼굴이었다. 

“개헌한다고 하면서 국민설득이 잘 안 되는 모양인데, 국민을 먼저 설득시키고 개헌하는 게 좋겠는데, 뭐 설명하는 건 하나도 없어.” 

이제 그 JP는 떠나고 없다. 이미 대통령 문재인은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은을 만났다. 우스워졌다는 그 세상은, 설득이 잘 안 되다던 국민들의 손에 의해 바뀌고 있다. 국민들의 지지율을 등에 업은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동분서주 중이고, “얼굴이 참 맑다“던 대선후보 홍준표는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를 사퇴했다. 그들의 보수는 궤멸의 한 복판을 버티는 중이다. 

쿠데타는 물론 개헌제까지, 본인은 국민의 설득하는데 단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는 정치인, 쿠데타의 주역으로서 유신을 떠받들며 중앙정보부를 창설했던 그 JP. 그의 무궁화장 추서와 관련, 정부는 “관례”를 강조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조문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훈장 추서로 대신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난무했다. 과거 “삼김 시대 극복”을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과 JP와의 과거 인연을 거론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 14대 대선에 출마하기도 했던 박찬종 아시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꽤나 흥미로운 의견을 내놨다. 

JP 옹호하는 올드보이들의 공감과 추억팔이

“가는 것이 저는 옳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인간, 자연인 문재인이가 어떻게 대통령이 됐는가를 거슬러서 생각해 본다면 그것은 6. 29 이후 체제에서 김종필 총재의 합종연횡에 의한 평화적, 수평적 정권 교체가 가능한 데서 비롯됐다.”

JP 덕분에 인간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도 가능했다? 올드보이들이 지닌 사고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단견이 아닐 수 없다. 어찌나 구구절한지, 민자당 3당 합당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박 이사장의 역사적 ‘추억팔이’는 허를 내두르게 할 지경이다. 동시대를 함께 통과했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정치인들의 연대의식이 엿보인다고 할까. 

“합종연횡. 그러니까 YS하고는 합종을 한 것이고 강자끼리 모인 것이니까. 노태우 대통령하고 이렇게 강자끼리 모였고. 그다음에 야당인 약자 DJ하고 연횡을 해서 정권쟁취에 성공했기 때문에 그러니까 오늘 DJ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 5년 정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싹이 텄다. 

노무현 대통령 5년 정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운명적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됐다, 이렇게 봤을 때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참모들도 JP를 그렇게 그냥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말하는 대로 5. 16 군사쿠데타 주역이고 하는 거기에만 경도돼서 조문가는 것도 머뭇거리고 결국 안 가기로 한 것. 이건 나는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잘못’은 이러한 결과론적인 역사의 소급 적용이다. 같은 논리대로라면, JP가 앞장섰던 5.16 쿠데타의 존재 자체가 없었다면, 유신 체제가 없었다면, 군대에 끌려갔던 운동권 문재인이, ‘인권 변호사’ 문재인은 없었을지 모른다. 그의 동료들은 물론 그가 변호했던 민주사범들의 존재 역시도. 

그렇기에, JP때문이 아니라, JP 덕택이다. JP가 일조하고 동조하고 앞장선 그 오욕의 역사로 인해 민주인사들이 반독재 투쟁을, 반군부 투쟁을 벌인 것이고, 그러면서 ‘친구’ 노무현 변호사가 정치에 투신했으며, 이후 문재인 변호사 역시 친구의 길을 따랐던 것이다. 그런데, JP로 인해 대통령 문재인이 가능했다고? 

“둘째로는 그런 정도 공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 다소 그 이전의 행태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대역무도 죄인이 아닌 이상 헌번 66조에 대통령은 국민통합의 상징이고 실천자로 국가원수인데. 포용을 해야지요. 지금 감방에 있는 대역무도 죄인을 빼고도 그것이 다 내 국민이라는 생각으로 포용하는 게 그게 대통령의 국가원수로서 부여된 책임 아닙니까?” 

박 이사장과 같은 올드보이드들의 또 다른 당연 논리는 이거다. ‘국민통합’. “인간은 누구나 공과가 있다”며 “본인들 인생을 되돌아 보라"던 이완구 전 총리의 논리와 대동소이하다. 5.16 쿠데타나 유신체제 복무 등 ‘과’도 있지만, 이후 민주정권 교체의 ‘공’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 말이다. 작금의 여야 정치인들의 논리 역시 여기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땐 전문가들의 고언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역사학자들과 역사가들 말이다.  

   
▲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치공학 아닌 ‘역사’적 관점으로 따져야  

“고인은 3선개헌을 반대하다가 돌아섰고, 유신 쿠데타를 지지하는 등 민주공화제 국가의 지도자로서는 부적격한 행로를 걸었다. 6월항쟁 후 여소야대 정국에서 민주개혁이 시도될 때 노태우·김영삼과 손잡고 다시 반개혁 민자당 창당에 참여하여 역사의 퇴행에 공조하였다. 고인의 역할이 그나마 민주화에 기여했다면 김대중과 손잡고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대목일 것이다. 놀라운 변신이었다. 이마저 오래가지 못했다. 자신의 몫이 줄어들자 거침없이 박차고 나갔다. 국민의 정부는 휘청거렸고 민주화와 햇볕정책은 동력을 잃었다.”

역사가인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25일 <한겨레>에 기고한 ‘김종필, 그의 시비곡직을 가리자’ 칼럼 중 일부다. 자, JP의 서거 직후 대다수 매체가 DJP 연합과 정권교체 부분에 대한 언급을 쏟아냈다. 

하지만, 다수 언론들은 그 JP가 개헌제 논의에 실패하고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하자 김대중 정부에 등을 돌렸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듯하다. 또 민자당 창당의 3당 합당이야말로 87년 체제를 후퇴시킨 퇴행적 악행이었다. 

오롯이 제 권력의지에 의해, 또 후진적 정치 논리로 가능했던 JP의 선택과 그 결과를 두고 정치공학적 논리만을 따지는 작금의 언론과 JP 훈장 추서 찬성론자들, 그들이야말로 역사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이들인 셈이다. 과연 ‘좋은 게 좋은 거’, ‘공과를 따져야 한다’는 그러한 정치공학적 사고들을 체득한 다음 세대들이, 아니 동시대인들이 ‘역사’를 어떻게 써내려 갈 것인가. 역시나 ‘성공한 쿠데타는 쿠데타가 아니다’를 기억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정부의 JP 무궁화장 추서를 무를 수는 없는 일이라고 보는 쪽이다. 전직 총리들은 물론이요, 작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반기문 전 유엔총장, 그리고 올해 이석태 변호사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 위원장자격으로 무궁화장을 받았다. 전직 총리 자격으로 그 정도 예우는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추서 사실을 공개한 시기가 적절했느냐는 따져 볼 일 아닐까. 서거 당일 정부가 먼저 나서서 추서 사실부터 밝힌 것이야말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조문 대신 훈장 추서’라는 의혹을 ‘셀프’로 지폈다고 보는 편이다. JP의 서거는 그렇게 ‘국민통합’이 어렵다는 진리를 여러모로 확인시켜 준 셈이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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