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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면 누가 정치합니까?” 공직40년, 정치24년 이완구의 무책임

기사승인 2018.06.25  18: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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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민심 외면한 자한당식 ‘화합’.. 선거참패 안긴 국민 성에 찰까?

“짧게 하나만. 한국당 의원 전원 불출마 요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현정 앵커)

“그거 정말 무책임한 자세예요. 그러면 제가 44년 공직에 있고 24년 정치를 했는데 이들 물러나면 누가 정치합니까?” (이완구 전 국무총리)

“그런데 파격이라면 그 정도 파격은 돼야 되지 않겠느냐.” (이완구 전 국무총리)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한국당 국회의원 다 물러나면. 그러니까 우리 사회 이게 문제예요. 무조건 문제 되면 물러나라 하거든요. 물러나면 누가 정치할 겁니까?” (이완구 전 국무총리)

   
▲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완구 전 총리의 반박은 꽤나 의외였다. 기우였다. 최소한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몇몇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란 예상은. 그런데, “물러나면 누가 정치하느냐”는 반문이라니.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후보중 한명으로 거론되는 이완구 전 총리의 보수 쇄신 의지는 그렇게 완고했다. 반면 24일 대부분이 친박계인 자유한국당 내 초재선 의원들이 김성태 대표권한대행의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그 부분 찬성해 줄 수 없습니다”라며 “지금 이 마당에 누가 누구를 책임지라고 할 것입니까? 모두 다 책임입니다”라고 일축했다. 헌데, 그 논리가 반전에 가깝다.

화합은 있다, 책임질 개인은 없다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하고 또 싸우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국민들은 아무리 당위성이 있다 하더라도 또 싸우는 야당, 또 싸우는 한국당. 신뢰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모두 다 내 책임이다 라는 책임 의식을 가지고 이거 대처를 해야지 다시 또 연판장 돌리고 너는 안 된다 그러고 너는 된다 그러고 이거 곤란한 얘기죠.

얼마 전에 초선 의원들이 중진들 책임지고 나가라 했는데 그것도 부질없는 얘기고 또 나가라고 한다고 해서 나가겠다고 하고 출마 안 하겠다는 사람들은 또 무슨 자세입니까? 따라서 그런 수사적인 얘기가 필요한 게 아니라 정말로 겸손한, 정말로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가. 스스로 돌아보는 그런 자세하에 아까 말씀드린 보수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재검토하고 그 연후에 당내에서 화합하고 이렇게 가야 됩니다. ”

화합을 얘기했다. 국민들이 싸우는 야당은 신뢰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여기까진 그럴싸하다. 하지만 ‘화합’만 강조하는 이완구 전 총리의 논리엔 실제로 그가 언급한 ‘책임 의식’은 빠져는 듯 보였다. 결국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과 별 다를 바 없이 들린다.

비록 ‘개인’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보수의 정체성만 다시 한 번 재검토”하고, 당을 화합해서 재건하면 문제없을 것이라는 어떤 자위의 수사학. 과거 ‘70일 국무총리’였던 이 전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지속적으로 “공직 44년”이라거나 “정치 24년”이라는 자신의 ‘경력’을 강조했다. 이것이야말로 보수의 몰락과 재건을 바라보는 어느 정치원로의 경륜에서 녹아난 진심어린 훈수 아닐까. 하지만, 사태가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보수야당의 위기가 그 정도로 타개될 국면이 아니라는 사실은 ‘원로’ 이 전 총리는 모르는 듯 보인다.

입도 많고 말도 많은 자유한국당의 오늘

홍준표 대표체제 당권 농단에 공동책임이 있는 인사

- 홍준표, 김성태, 홍문표, 안상수, 장제원

대통령 탄핵 사태 전후로 보수 분열에 주도적 책임이 있는 인사

- 김무성, 이종구, 정진석, 권선동, 김용태

친박 권력에 기대 당내 전횡으로 민심 이반에 책임이 있는 인사

- 최경환, 홍문종, 윤상현, 김재현

박근혜 정부 실패에 공동 책임이 있는 인사

- 이주영, 곽상도

   
▲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 구본철 대변인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2020년 총선불출마 선언과 정풍대상자 1차 명단을 발표한 뒤 삭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자유한국당 전현직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의 모임인 ‘자유한국당재건비상행동’이 24일 발표한 ‘정풍(整風)운동 대상자 1차 명단’이다. 명단만 놓고 보면, 홍 전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마지막 막말’이라며 거론한 명단과 맞춰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재건비상행동’ 측의 각오는 비상했다. 구본철 대변인은 이날 자유한국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삭발식까지 거행했다. 향후 김성태 원대대표권항의 행보를 지켜본 뒤 2차 명단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2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구 대변인은 인터뷰 말미 당 해체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이렇게 답했다. 기존 정치인들과는 완전히 다른 목소리로.

“그런 말씀 들어도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구 대변인과 이 전 총리와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특유의 또박또박한 발성으로 인터뷰 내내 국민을 호명했다. 당원은 없었다. 구 대변인은 그 국민에 당원을 더했다. 보수야당의 실질적인 개혁을 염원하는 정치인이라면, 뜬구름에 가까운 ‘국민’을 호명하기보다 책임질 이들을 적시하면서 그에 호응하는 ‘당원’과 함께하는 것이 옳다. 아무리 자기 정치를 준비하기로서니, 공직 40년, 정치 24년째라는 전 국무총리가 시종일관 두루뭉술한 태도만 보여서 쓰겠는가.

그 와중에, 김성태 권한대행을 향한 퇴진론은 더 거세지고 있다. 혁신 비상대책위원회의 면면도 화려(?)하다. 안상수 위원장을 재선의원 모임 간사인 박덕흠 의원, 초선의원 모임 간사 김성원 의원, 허남진 한라대 교수, 장영수 고려대 교수, 장호준 자유한국당 청년대표와 함께 최근 지방선거에서 낙마한 배현진 서울 송파을 당협위원장이 발탁됐다.

이들이 과연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그런 위원장을 모셔올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제 이완구 전 총리의 조언대로, 입도 많고 말도 많은 자유한국당이 지금 모습 그대로 ‘화합’을 이뤄낼지, 그 화합이 과연 지방선거 결과로 철저하게 심판을 가한 국민들의 성에 찰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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