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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혁신? 조중동·종편 혁신 없이 힘들다

기사승인 2018.06.20  08: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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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한국의 ‘왜곡된 보수’ 형성에는 조중동 책임이 매우 크다

“자유한국당이 ‘폭망’해서 보수가 궤멸했다고 한다. 동의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은 보수가 아니었고, 보수를 대변하지도 않았다. 세계사적 변화의 흐름에 눈과 귀를 막은 냉전적 사고, 요설(妖說)로 포장한 기득권 밥그릇 챙기기로 일관했을 뿐이다. 이렇게 보수정당이 아예 존재한 적도 없는데, 보수가 선거에서 무너졌다는 건 보수에 대한 모욕이다. 눈이 밝은 보수 유권자들이 악취가 진동하는 수구(守舊)를 심판했다고 해야 맞다.”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이 지난 18일 <보수 유권자는 승리했다>(중앙일보 31면)라는 칼럼에서 주장한 내용입니다. 타당한 지적입니다. 자유한국당을 보수라 말하는 건 적절하지도 정확하지도 않습니다. 저 또한 편의적인 차원에서 그동안 자유한국당을 ‘보수정당’이라고 언급해 왔지만, 편의 때문에 그랬다는 고백을 합니다. 그리고 반성합니다. 적절하지 못한 용어였기 때문입니다. 

   
▲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출구조사 발표를 보며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유한국당이 ‘일탈’할 때 조중동·종편이 제대로 ‘쓴소리’ 한 적이 있었나 

6·13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많은 언론이 ‘보수의 참패’ ‘보수정당의 궤멸’이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저 역시 ‘보수언론’의 책임론을 강조하는 글을 쓰면서 구분의 편의성을 위해 비슷한 평가를 했습니다. 이 역시 반성합니다. 이번 선거는 자유한국당이라는 ‘수구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기 때문입니다.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지적처럼 “눈이 밝은 보수 유권자들이 악취가 진동하는 수구(守舊)를 심판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사실 이하경 주필의 칼럼은 보수의 재건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빨간 펜’을 들고 여러 번 복기해도 좋을 만큼 정곡을 찌르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문제가 무엇인지, 왜 한국의 ‘수구정당’은 궤멸에 가까운 패배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직격탄을 날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적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들은(자유한국당 세력) 논리가 밀리면 상대에게 ‘너 종북이지, 빨갱이지’라고 눈을 부라렸다. 눈에 핏발이 서도록 토론하고 어떻게든 난관을 돌파할 논리를 개발할 필요가 없었다. 오직 상대를 위협함으로써 나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깡패정치는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홍준표는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했다. 서울시장 후보 김문수는 ‘평화협정 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겪을 후유증이 무엇인가’라는 영국 기자의 질문에 ‘한국은 적화되고, 나는 총살될 것 같다’고 했다. 분단 냉전시대의 승리 공식에 충실했지만 기자는 ‘오 마이 갓’이라고 했다. 이들은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모욕했다. 이게 자유한국당의 수준이다. 뒤늦게 ‘우리가 탄핵당했다’며 무릎을 꿇었지만 시대착오적 무위(無爲)의 정치, 폭력의 정치를 용서받기에는 너무 나갔다.”

재밌는 건, 비슷한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이훈범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어제(19일) <보수 아닌 반동 한국당, 폐업이 답>(30면)이라는 칼럼에서 6·13 지방선거 결과는 보수의 몰락이 아니라 자유한국당의 몰락이라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한국당은 시대만 모른 게 아니었다. 자기가 누군지부터 몰랐다. 스스로 보수라 착각한 것이다. 천만에! 대한민국 보수 유권자들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당이 자신들을 대표한다고 믿지 않았다 … 절망적인 청년실업과, 도를 넘는 양극화, 무너진 계층 사다리에 미래 없는 청년들이 제 나라를 ‘헬 조선’ ‘망한민국’으로 부를 지경인데도, 대안 제시는커녕 관심조차 없었다. ‘재벌 중심의 성장정책’이라는 흘러간 옛노래만 주야장천 불러댔다. 그러면서 보수 유권자들의 표를 기대한 몰염치가 가증스럽다. 보수 유권자들이 반동 정당을 찍을 이유가 어디 있겠나. 결과는 뻔했다.” 

자유한국당이 ‘수구’ ‘반동’이라면 … 그동안 ‘보수언론’은 뭘했나 

사실 대한민국 보수 유권자들이 자유한국당을 보수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주장 – 전적으로 동의하긴 어렵습니다. 6·13 지방선거 직전까지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상당수 언론이 자유한국당 지지를 ‘보수 표심’으로 분석하면서 선거 판세를 전망했기 때문입니다. 이훈범 논설위원이 속한 중앙일보 역시 기사와 사설, 칼럼 등을 통해 ‘자유한국당 지지=보수 여론’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가 자유한국당 대참패라는 결과로 나타나자 여기저기에서 ‘자유한국당은 보수가 아니라 수구이자 반동이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그렇게 자유한국당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면 왜 6·13 지방선거 전에는 ‘그런 목소리’를 내지 않았는지 잘 이해가 안 가기 때문입니다. 

홍준표 대표가 시대착오적인 색깔론 공세로 일관할 때,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가 “평화협정 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한국은 적화되고, 나는 총살될 것 같다”고 했을 때, 이른바 ‘보수언론’이라면 ‘그건 보수가 아니라 수구이자 반동’이라며 강하게 질타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조중동과 TV조선·채널A에서 이런 질타나 비판이 제대로 나온 적이 있었나요?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한국의 ‘보수언론’은 두루킹 파문에 사실상 올인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훈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언급한 “절망적인 청년실업과, 도를 넘는 양극화, 무너진 계층 사다리에 미래 없는 청년들이 제 나라를 ‘헬 조선’ ‘망한민국’으로 부를 지경인데도, 대안 제시는커녕 관심조차 없었다”는 부분도 불편합니다.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는 용도로 적합할지 몰라도 ‘이 비판’에서 중앙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 역시 자유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이른바 ‘보수언론’은 청년실업과 양극화 문제보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에 더 방점을 찍어온 게 사실 아닌가요. 그런데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면서 마치 자신들은 예외인 것처럼 말합니다. 핵심을 말하겠습니다. 저는 자유한국당이 보수가 아니라 수구·반동이라면 조중동 역시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게 온당하다고 봅니다. 조중동은 부인할지 몰라도 자유한국당과 조중동을 같은 선상에 놓고 있는 ‘독자·유권자들’이 많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중앙일보가 자유한국당을 ‘수구·반동’이라고 하고, 조선일보가 자유한국당을 몰아치는 이유

“지금 한국당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앞날이 정해진 것 같다. ‘혹시’ 했으나 ‘역시’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앞으로 당 해체, 당명 교체, 당 색깔 변경 등으로 과거에 해왔던 ‘쇼’를 또 하고 2020년 총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가장 중요한 세대교체와 인적 쇄신은 거의 손대지 못할 것이다. 비대위원장이 누가 되든 의원들이 반발하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이번 지방선거의 한국당 기록적 참패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모양이다.” 

조선일보가 어제(19일) 사설에서 지적한 내용입니다. 세대교체와 인적 쇄신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사실 이 같은 주장이 자유한국당에 제기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부터 꾸준히 나온 얘기입니다. 조선일보도 다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지금까지 보수혁신은 물론 강력한 쇄신도 자유한국당에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비판에 지면과 사설, 칼럼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습니다. 현재의 자유한국당 ‘수구·반동화’에 조중동과 종편 책임이 상당히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이 보수가 아니라면 조중동 역시 보수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저는 6·13 지방선거 이후 중앙일보가 자유한국당을 수구·반동으로 규정하고, 조선일보가 비슷한 이유로 자유한국당을 몰아붙이는 데에는 ‘자신들의 책임론’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보수지만 자유한국당은 수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조중동과 자유한국당은 다르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거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저는 수구와 반동이 한국에서 ‘왜곡된 보수’로 생존할 수 있었던 데에는 조중동과 일부 종편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으로 상징되는 ‘왜곡된 보수’는 그래도 수차례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았지만, 그들과 함께 생존하며 보수의 큰 축을 형성해 왔던 ‘보수언론’은 제대로 심판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입니다. 

이번 6·13 지방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선거 직전까지 자유한국당 비판에 소극적이거나 문제점을 모른 척했던 조중동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무섭게 자유한국당에 맹공을 퍼붓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한국의 ‘보수 혁신’은 어렵습니다. 자유한국당 혁신요? 조중동과 종편 혁신 없이 한국에서 제대로 된 보수가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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