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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혐오’와 ‘한국인 혐오’는 같습니다

기사승인 2018.06.19  16: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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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예멘 난민’을 둘러싼 논란을 보며

우선 고백부터 하나 해야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 역시 ‘이슬람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국제 문제를 바라볼 때 대부분 미국 중심주의로 접근해왔고, 그것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한국의 교육제도는 물론 상당수 언론들도 미국 중심의 세계관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나름 세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해왔다고 자부하지만, 냉정히 말해 저 역시 ‘미국과 유럽 중심 시각’에 쏠려 있습니다. 

현재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예멘 출신 난민’을 둘러싼 논란을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이슬람과 이슬람인에 대한 편견은 더 했으면 더 했지 덜하진 않을 테니까요. 난민신청 허가를 폐지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5일만에 20만 명을 돌파한 것 역시 동의는 못하지만 일정 부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외국인의 한국인 혐오에 분노한다면 … ‘우리 안의 무슬림 혐오’를 반성하자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예멘 난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시각은 무슬림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합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지금까지의 미국 중심주의를 그대로 답습하려고만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SNS에 올라오는 글이나 인터넷 기사 댓글 반응을 보면 이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단정하는 글들이 많이 보입니다. 

여기에 이들을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한국에 온 가짜 난민’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비난까지 더해지면서 부정적 여론은 더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겨레 등을 비롯한 일부 언론이 보도했듯이 예멘은 지난 2015년 발생한 내전으로 인구의 70%인 2000만 명이 끼니를 해결할 수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유엔난민기구에 의하면, 2017년 11월 기준 예멘을 떠난 난민은 28만여 명입니다. 많은 예멘인들이 고국을 등지고 난민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예멘 난민=테러리스트’ ‘예멘 난민=위험한 사람들’이라는 등식은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극히 일부는 그럴 가능성도 있을 겁니다. (이렇게 얘기는 하지만 이 발언 역시 ‘미국 중심주의’가 깔려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하지만 예외적인 일을 가지고 예멘 난민 신청자 전체를 매도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제주에 온 한 예멘 난민이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얘길 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현재 5만여 명의 예멘인이 있지만, 지난 1년 동안 범죄율은 0%다. 우리는 술과 도박을 하지 않는다. 이슬람은 평화적인 종교이고, 평화를 사랑한다.”

   
▲ 예멘 난민들이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열린 취업설명회에 참여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시스>

미국과 유럽에서 한국과 한국인은 어떤 이미지와 모습으로 인식될까 

사실 다른 문제를 논외로 하더라도 한국이 1991년 유엔 난민지위 협약에 가입했고, 2013년 7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까지 도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한국 정부의 소극적 대처는 서로 모순되는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유엔 협약’과 ‘난민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우리나라의 난민 수용률은 난민보호국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낮습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1994년 이후 올 4월 말까지 난민신청자가 4만여명에 가깝지만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800여 명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진입장벽과 지원체계 부족 등으로 난민들이 난민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인권탄압을 받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한국인에 대한 차별에 분노하면서 우리가 다른 민족이나 국가를 차별하는 행위를 당연시한다면? 이율배반일 뿐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당연한 것으로 용인하고 차별과 혐오를 수용하게 되면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 수준은 오히려 과거보다 후퇴하게 됩니다. ‘우리 안의 모든 혐오와 차별’에 저항하고 반성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 점에서 예멘 난민문제는 제주도가 아니라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도 한 지역의 부담으로 떠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현재 인권단체들과 제주지역 시민단체들이 예멘 난민을 돕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데 ‘난민법’까지 도입한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 없이 (예멘 난민을) 방치하고 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한 희망으로 본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예멘 난민 신청자의 절박한 처지에 대한 공감과 수용은 선택이 아닌 국제 사회와의 약속”이라며 범정부적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 국가위원위원회 성명(6월1일)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6월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생각해야 하는 것들

많은 분들이 이미 얘기했지만, 만주나 중국에서 독립운동 했던 우리 독립운동가들도 지금 기준에서 보면 ‘난민’이었습니다. 만약 그때 중국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예멘 난민’과 같은 대우를 받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마찬가지로 한국전쟁 직후 폐허가 된 대한민국이 국제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 아마 지금의 번영을 말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우리가 그만큼 국제사회의 지원을 많이 받았던 나라라는 얘기입니다. 예멘 난민이 겪고 있는 고통을 우리 사회가 외면하지 말고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지난 해 예멘의 수도에서 자선기관들이 나눠주는 음식 을 받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사진=AP/뉴시스>

내일(20일)이 ‘세계 난민의 날’인데 ‘예멘 난민’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우리 사회 논쟁을 보며 솔직히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1991년 유엔 난민지위 협약에 가입했고, 2013년 7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까지 도입한 한국에서 ‘무슬림 혐오’가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외국 난민, 특히 미국이나 호주, 유럽인이 아닌 ‘무슬림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에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과 혐오를 바탕으로 한 거부감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외국인의 한국인 혐오에 분노한다면 ‘우리 안의 무슬림 혐오’에 대해서도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이슬람 혐오’와 일부 외국인의 ‘한국인 혐오’는 같기 때문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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