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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상 의원이 아니라 조선일보 기자가 나왔어야 했다

기사승인 2018.06.18  08: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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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에 대한 단상

   
▲ <이미지 출처=KBS>

KBS가 어제(17일)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이하 토크쇼 J)를 선보였습니다. 양승동 사장 취임 직후 KBS개혁의 출발은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신설이라고 주장해 온 입장에서 첫 방송을 관심 있게 지켜봤습니다. 

우선 토크쇼 형태가 눈에 띄었습니다. 과거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포맷은 진행자가 특정 이슈에 대해 기자와 ‘단조로운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른바 정통 시사프로그램 형식이 대부분이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포맷은 이제 더 이상 주목을 끌지 못합니다. 

‘토크쇼 J’에서도 어제(17일) 언급됐지만 ‘언론인=기레기’로 불리는 시대에 ‘KBS 언론인들’이 나와서 진지하게 얘기해 본들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각계 전문가, 특히 방송에 대해 잘하는 변호사(최강욱)와 교수(정준희 중앙대 겸임교수) 그리고 외신기자(안톤 숄츠 독일 ARD 기자)와 방송인 최욱 씨를 패널로 등장시킨 건 성공적이었다고 봅니다. 대중의 시선으로 ‘재미있는 미디어비평’을 하겠다는 프로그램 취지를 잘 살렸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것 같지만 ‘네 명의 패널이 서로 다른 시선’으로 미디어비평을 하고 있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진지함 벗어던지고 대중의 시선으로 ‘재미있는 미디어비평’ 표방 

그렇다고 ‘토크쇼 J’가 재미만을 추구하는 건 아닙니다. 오보와 관련해 문제점이 무엇인지 ‘현장 취재’를 통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로라 비커 BBC 한국특파원 기사를 ‘오역’한 조중동의 행태 그리고 YTN의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의 압수수색 오보’ 등은 KBS 기자의 취재를 통해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 냅니다. 이 과정에서 네 명의 패널이 보여주는 ‘서로 다른 해설과 시각’은 ‘토크쇼 J’를 보는 또 다른 재미였습니다. 

어제(17일) 첫 방송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출연이었습니다. 지난달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파면’을 요구해 물의를 빚었던 강 의원이 직접 ‘토크쇼 J’에 출연해 패널들과 논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강효상 의원의 최근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써왔지만 ‘이번 출연’ 결정은 평가를 해줄 대목이 있다고 봅니다. 다른 프로그램도 아니고 미디어비평을 표방한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해 ‘감시자 패널들’과 토론하고 논쟁을 벌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강 의원이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이라는 점, 최근 논쟁의 한복판에서 조선일보와 ‘각’을 세웠다는 점, 주필 파면 요구로 언론탄압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출연 결정 자체만으로도 강 의원은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논란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도 언론 인터뷰를 거부하는 정치인들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토크쇼 J’가 미디어비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치인들은 더더욱 손사래를 치기 십상인데 강 의원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어제(17일) 방송에서 강효상 의원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어쨌든 본인에게 불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해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부분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홍보’가 필요할 때만 TV출연을 하는 정치인들과 달랐다는 얘기입니다. 

   
▲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자료사진, 뉴시스>

아쉬운 점 – 조선일보·TV조선 오보 논란을 왜 강효상 의원이 해명할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17일) 방송에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조선일보와 TV조선 오보 논란과 관련해 왜 해당 언론사나 기자가 아닌,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나와서 해명할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강효상 의원의 ‘조선일보 주필 파면 요구’와 관련한 논란은 본인이 직접 나와서 해명하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TV조선과 조선일보의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및 남북정상회담 관련’ 오보 논란에 대해 현직 의원인 강 의원이 조선일보와 TV조선 입장을 두둔하며 해명하는 모습은 뭔가 이상했습니다. 

아무리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이라 해도 그는 자유한국당 현직 의원이기 때문입니다. 현직 의원이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에 출연해 특정 언론사 입장을 대변한다? 더구나 강 의원이 최근 ‘주필 파면 요구’로 조선일보 기자들과 갈등을 빚어온 점을 감안하면 ‘그림’이 더 이상했습니다. 

물론 강 의원은 본인의 의견을 말한 것일 뿐이라고 하겠지만 제가 보기에 언론계에서 ‘사실상 오보로 판명난’ 사안을 해당 언론사 출신 국회의원이 오보가 아니라며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상황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진 않더군요. 차라리 해당 언론사가 판단할 문제라며 본인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게 더 나았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강효상 의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조선일보와 TV조선 문제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겁니다. 이미 KBS와 SBS를 비롯해 JTBC 한겨레 등으로부터 오보라는 비판을 받았고,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직접 취재한 외신기자들이 TV조선 보도를 부인한 상황에서 ‘토크쇼 J’에 출연해야 할 사람들은 강효상 의원이 아니라 TV조선 기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TV조선 보도가 오보라고 비판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보도가 정당하다면’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에 나와 해명하고 반박하는 게 온당한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조선일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보가 아니라고만 ‘짧게’ 해명할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TV조선·조선일보·YTN보다 강효상 의원이 더 나은 이유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저는 TV조선·조선일보·YTN보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훨씬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최소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회피하지 않고 직접 출연해 해명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해명에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어찌 됐든 그는 자신의 입장을 밝혔고, 시청자들은 강 의원의 입장과 패널들의 반박을 들으며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정작 ‘언론비평’에 열려 있어야 할 언론사들은 논쟁과 토론에 폐쇄적입니다. TV조선과 조선일보 기자들은 오보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보가 아니라는 짧은 입장’ 등을 제외하곤 지금까지 별다른 해명이 없습니다. YTN은 오보 경위를 취재하는 KBS ‘토크쇼 j’ 제작진에게 △불법 무단출입과 △일방적 취재 진행 등을 거론하며 공식 사과와 방송 금지를 요구했습니다. 

‘토크쇼 J’에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아니라 조선일보·TV조선·YTN 기자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제 입장에서 봤을 때, 이건 매우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한국 언론 신뢰가 바닥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오보를 해도 정정보도에 소극적이고 토론과 논쟁을 회피하는 문화도 주요한 원인이 됐다고 봅니다. 

‘토크쇼 J’에 타사 기자들이 출연해 패널들과 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보는 것 - 여전히 한국 언론풍토에선 어려운 일인 걸까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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