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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보수지만 한국당 폭망해라”, 지금 필요한 건 진짜보수

기사승인 2018.06.15  15: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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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정우택의 나이브한 사망원인 진단, 보수정당의 현주소

   
▲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는 7일 오전 박일호 경남 밀양시장 후보와 광역·기초 후보 합동 유세장인 내이동 전통시장 앞을 찾아 후보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죽었으니까 다시 어떻게 태어나도록 노력을 해야 되겠죠.”

아니 누가 죽었다는 건가. 죽었는데, 어떻게 또 노력만 하면 간단히 다시 태어난다는 것인가. 앞서 지난 14일 ‘보수는 죽었다. 다시 태어나겠다’라고 적었던 정우택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보수의 ‘사망선고’를 내렸다. 그러면서 그는 “보수 정당으로서는 사상 초유의 무겁고 엄중한 심판”이란 표현도 썼다. “한마디로 얘기하기는 어렵겠지만”이란 전제를 깔고 그가 진단한 ‘보수사망’의 원인은 이랬다. 

“자가당착에 빠진 당의 모습, 또 정국 오판으로부터 우리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받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특히 그동안 보내주셨던 뜨겁고 값진 사랑에 도취돼서 이번에도 기회를 주실 것이다 하는 이런 안일한 생각. 또 당대표의 품격 없는 언동. 이런 것들이 당 지지율을 하락시켰고 특히 마지막에는 선거 전략 부재까지 겹쳐서 이런 결과가 오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역시나 나이브하다. “뜨겁고 값진 사랑”이란 표현도 낯간지럽다. 14일 사퇴를 선언한 홍준표 대표와의 ‘정적’ 관계를 유지했던 만큼, ‘홍준표의 언행’에 꽤나 무게를 두는 인상도 줬다. 심지어 이런 말도 했다. 

“선거가 끝나고 책임지는 건 당연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이렇게 그만둬야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 당시에 이미 바닥 민심은 한국당을 이미 떠나고 있었던 것이 감지되고 있었고. 또 말하기는 정말 쑥스럽습니다마는 ‘홍준표 미워서 한국당 못 찍겠다’하는 얘기가 심지어 경상도 쪽에서도 심각하게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정우택의 반성, 나이브하다

홍준표의 책임, 홍준표의 언동, 바닥 민심이 떠난 자유한국당. 그 책임이 과연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의 책임 때문일까. 정 전 원내대표는 이어 “든든한 보수, 또 합리적인 보수. 또 한편으로는 온고지신에 따르는 혁신 보수를 저는 진정성 있게 국민한테 다가갈 때, 우리가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전했다. 표현부터가 ‘올드’하다. 

반면 당 해체에 대해서 정 전 원내대표는 “현재로서 해체하는 것은 어렵다”며 자유한국당도, 바른미래당도 “현재는 폭삭 망했기 때문에 여기서 무슨 해체를 해 봤자 더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바른미래당과 “결국 큰물에서는 보수 대통합에서 만나야 되겠죠”라고 내다봤다. “당 대 당 통합이 될지, 흡수 통합이 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전제를 달고서. 

어차피 ‘포스트 6.13’ 이후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정우택 본인 역시 자유한국당 내 기득권 세력임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의 현 판단이 나이브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보수는 죽었다’는 진단은 이미 6.13 지방선거 한참 전 <조선일보>가 누누이 했던 경고 아닌가. 

그러한 경고를, 이미 여론조사 등으로 감지된 민심의 이반을 읽지 못하고 구태 정치를 상징하는 정치인들을 후보로 내보낸 것이, 그를 막지 못했던 것이 누구인가 말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지난 13일 MBC <배철수의 선거캠프>에 출연해 “보수를 살려달라”고 읍소하던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처럼 좀 더 솔직하기도 해야 하지 않을까?

<중앙일보> “나도 보수지만 한국당 폭망해라…그게 민심이었다”

“나라를 통째로 넘겼다”던 홍준표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놨다. 참패라기보다 완패에 가까운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대표 역시 사퇴했다. 그리고, ‘범야당 야권주자’를 꿈꾸던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과연 그런다고 이른바 ‘보수’가 환골탈태가 될까. 그게 전부일 수 없다. 

“나도 보수지만 한국당 폭망해라…그게 민심이었다”

15일자 <중앙일보>는 확실히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전문가들의 6.13 관전평을 훑으며 보수의 몰락을 진단한 것이다. 대다수가 혹독하고도 날선 평가를 내렸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결과가 그랬고, 그에 앞선 과정이 그랬다. 

그 보다 예정된 결과 앞에서도 혹세무민한 보수의 몸부림은 후안무치에 가깝지 않았던가. <중앙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높은 지지율을 구가한 지난 1년간 보수는 나아지긴커녕 더 퇴행했다”며 이런 반응들을 전했다. 체감해왔으면서도 새삼 짚고 넘어갈 만한 진단들이 수두룩하다.  

“나도 보수지만 선거 전부터 ‘이참에 한국당이 폭삭 망했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주변에 천지였다. 홍준표 대표 체제는 보수를 대표하는 체제가 아니었고 보수의 품격을 갉아먹었다.”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
“2007년 대선 이후 친노는 스스로 폐족이라며 정치권에서 퇴장했는데 지난해 탄핵 이후 친박·친이 가리지 않고 보수 인사 중 정계은퇴를 택한 이가 있나. 물러나지 않으니 유권자가 내쫓은 것.”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보수층 중엔 ‘한국당=보수’라는 게 수치스럽다고 하는 이가 많다. 문제의식이 있나, 방향감각도 없고 어젠다도 못 내놓는다. 그러니 막말밖에 더 하겠느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보수의 생존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중앙일보>로서는 이들의 고견이 더 없이 고마울까? 그런데 어쩌나. 특히나 “방향감각도, 어젠다도 없다”는 윤여준 전 장관의 지적이야말로 정우택 전 원내대표가 15일 보여준 나이브함으로 대변되는 보수정당의 현재를 고스란히 담고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에 ‘보수’가 있었느냐”는 일각의 지적은 그래서 유효하다. 대한민국은 ‘가짜 보수’, 친일과 친미만 부르짖는 수구만 창궐했다는 ‘진실’이 6.13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통해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촛불혁명 이후의 유권자들은 떨어지는 시대감각을 보이는 정치인은 시민을 대표할 수 없다는 걸 투표로 증명했다. 이러한 선거혁명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효능을 자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과연 사전적 의미의 보수라기보다 수구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당과 보수 야당 사이에서 솔솔 흘러나오는 정계개편설이 얼마나 환골탈태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잠정 투표율이 60.2%로 집계됐다.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은 4년 전 지방선거 투표율보다 3.4%p 높은 수치다. <그래픽=뉴시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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