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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와 보수의 몰락? 6.13 지방선거 변화를 예고하다

기사승인 2018.06.13  16: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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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지방선거야말로 청년정치, 진보정당이 뿌리내릴 수 있는 발판

“핵을 보유한 북한의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을 가슴 아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남북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저로서는 우리 국민과 국가가 크게 한 번 (핵 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의 이목이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쏠리던 12일, 6.13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런 말들을 쏟아냈다. 이 발언을 주목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그저 망상 수준이 망언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도대체 김문수 후보는 그 이목이 얼마나 부러웠으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가지지 않았다면 과연 이런 주목을 받았을까, 과연 회담이 이뤄졌을까”라고 되물을 수 있었을까. 김문수 후보를 비롯한 자유한국당의 핵심 인사들의 인식 수준을 반증하는 속내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12일 저녁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린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현장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한의 비핵화는 단순한 핵 포기가 아니라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체제의 완전한 구축을 의미한다. 그 앞에서 남북미가, 그리고 중국과 일본과 러시아 강국들이 주판알을 튕기는 것은 당연지사다. 미 중간선거를 노리는 트럼프도, 핵을 포기하고 경제원조를 비롯한 북한의 체제변화를 이뤄낼 듯한 김정은도, 그 중간에서 협상가로서의 역할을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또한 자국의 이익을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협상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것이다. 경제=평화라는 기조 아래 말이다. 

그 앞에서 때 아닌 핵 보유 운운하는 김문수 후보의 현실 인식은 진지하기에 더욱 가관이라 할 수 있다. 6.13 지방선거가 그래서 더없이 중요하다. 동시대인으로서 한참이나 떨어지는 수준의 현실 감각을 지닌 정치인이 국민을, 시민을 대표할 수 없다는 변화된 시대인식을 유권자들이 직접 심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 과정만 놓고 보면 그럴 수도 있어 보인다. 

그래서 소망한다. 이번 6.13 지방선거를 통해 이뤄질, 이뤄내야 할 변화를. 그 핵심은 촛불혁명 이후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국민정서와 이에 반해 변화를 거부하는 낡은 정치인, 수구적인 정치인의 퇴출일 것이요, 그로 인한 정치권의 지각변화일 것이다. 그리하여 6.13 지방선거 판의 극과 극, 두 축을 주목하는 이유는 어렵지 않다. 

홍준표의 몰락, 보수의 몰락? 

“어제 언급 했듯이 트럼프의 기본 인식은 남북이 합작으로 달려드니 한반도에서 손을 뗄수도 있다는 신호 일수 밖에 없습니다. 경제 파탄을 넘어 안보파탄도 이제 눈앞에 와 있습니다. 이를 막을 길은 투표밖에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의 현실이 이렇게 암담하고 절박합니다. 모두 투표장으로 갑시다. 꼭 투표하여 자유 대한민국을 지킵시다. 깨어 있는 국민만이 자유 대한민국을 지킵니다.”

이제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깨어 있는 시민’이란 고 김대중 대통령의 저 유명한 표현을 빌려야 ‘깨어 있는 국민’을 소환해 투표 독려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페이스북에 적은 읍소 말이다. 앞서 12일 북미정상회담을 ‘공허한 합의’라며 깎아 내리며 “내 나라, 내 국민, 내 자식, 내 손주가 북 핵의 노예가 되어 살아 갈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며 한탄했던 그의 현실이야말로 이 시대 보수의 맨얼굴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더군다나 지방선거의 몰락이 예견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가 주목하고 응원하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두고 ‘북풍’ 운운하며 폄훼하기 바쁜 보수, 급기야 제 이익만을 쫓으며 ‘반미’까지 서슴지 않는 그들의 안중엔 집권이나 임기 연장과 같은 ‘권력 놀음’ 밖에 없는 것일까. 그런 보수가 ‘민생’을 내세울 자격이 있는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정에 대한 통렬한 반성 없이 문재인 정권을 향해 ‘경제 파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따져 묻는 것이야말로 이번 6.13 지방선거의 핵심 키워드일 것이다. 

그럼에도 홍 대표는 다시금 큰절을 올리며 유권자들한테 또 한 번 읍소를 했다. 지방선거 하루 전인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합동유세에서 김문수 후보와 함께였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 ‘큰절’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던 그 유권자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각에서 솔솔 흘러나오는 지방선거 이후 정개개편 국면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청년정치와 진보정당의 족적 

또 하나, 사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높은 지지율로 인해 김빠진 선거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고, 재보궐 선거를 포함 각종 여론조사를 놓고 봤을 때 그러한 압승의 기운이 완연하기도 했다. 오늘 6시 이후 개표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높은 사전 투표율이 어떤 정당에 도움이 될 지와 상관없이 큰 이변은 없을 거란 예상이 우세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개인적으로 경악스러웠던 것은 여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획일성이었다. 하나 같이 중장년층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 그 파란색 물결 말이다. 한 술 더 떠, 한 광역단체장 후보는 죄다 장년·노년 남성으로 이뤄진 지역선거 후보들과 함께 촬영한 광고 패러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들이 가져 올지 모를 태생적인 혹은 의도치 않은 ‘보수성’을 우려하는 것은 한낱 기우일까. 

그런 점에서, 또 하나의 시대정신으로 여성·청년정치와 진보정당의 의미 있는 활약을 소망한다. 기존 정당이나 무소속으로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선거에 출마한 2030 정치인들의 유세전은 일부 진보언론이나 소셜미디어 상에서 주목을 끌기도 했다. 

   
▲ 좌로부터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녹색당 고은영 제주도지사 후보, 정의당 김종민 서울시장 후보<사진=뉴시스>

그 중 벽보 훼손으로 인해 오히려 더 주목을 받은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내건 녹색당 신지예 후보를 비롯해 손에 꼽는 격전지였던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유의미한 숫자를 이끌어낸 역시 녹색당 고은영 후보, 40대지만 서울특별시장 후보자 토론회에서 보수 야당에 일침을 가한 정의당 김종민 후보 등도 소수 진보정당 후보로서 두각을 나타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보수의 몰락’이 화두였던 이번 선거야말로 ‘대안’을 고민할 좋은 출발점일 것이다. 지방선거야말로 지역 정치를 얼개 삼아 청년정치가, 진보정당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발판이 되어오지 않았던가. 

그렇게 촛불혁명 이후 달라진 시대정신과 그 변화의 기운이 이번 6.13 지방선거 결과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낳기를 갈망한다. 높은 사전투표로 화답한 유권자들의 바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믿는 의심치 않는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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