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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와 빼닮은 김무성의 막말 “靑에 주사파들 우글”

기사승인 2018.06.05  14: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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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민생 선거 한다더니 말만 바꾼 색깔론

“정치 오래한 사람들이 잘못을 많이 해서 여러분들 마음고생 많이 시키고 고생을 많이 시킨 데에 대해서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저는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분열된 보수를 통합시키고 보수를 재건해서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반드시 우리 자유한국당이 정권을 찾아올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겠습니다.”

‘은인자중’하던 김무성이 돌아왔다. 위는 지난 3일 부산 서면 거리 유세 현장에 나선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의 일성이다. 그의 곁에는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가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홍준표 대표를 ‘패싱’했던 서병수 후보가 ‘무성대장’ 김무성 의원과 나란히 유세에 나선 것이다. ‘홍준표 패싱’의 후폭풍으로 인해 격전지로 알려진 대구를 제외하고 지방선거 유세 일정을 접은 홍준표 대표의 빈자리를 김무성 의원이 대신하는 걸까. 

   
▲ 좌로부터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과 홍준표 대표 <자료사진, 뉴시스>

4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한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은 김 의원의 부산 유세 발언을 두고 "김 의원이 잘못과 사과를 얘기했고, 통합과 재건을 얘기한 것은 긍정적이다”라면서도 “뭘 잘못했는지에 대해선 내용이 없다. 보수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내용이 이어져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그렇다. 최소한 표를 구걸하기에 앞서 처절한 반성부터 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이미 이번 지방선거가 ‘보수의 무덤’이 될 거란 예측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김무성 대표의 위와 같은 발언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분열된 보수의 ‘통합’과 ‘재건’, 이미 포스트 지방선거를 걱정해야 하는 ‘보수’ 야당이 처한 최악의 상황을 반영한 ‘바람’이 아닐 수 없다. 그를 위해 이번 지방 선거에서 아직 한참이나 남은 차기 대선을 언급해야 하는 상황은 또 어떠한가. 

차기 당권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파다한 김무성의 복심은 5일 그가 올린 본인의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읽어낼 수 있었다. 어떤 절실함이 읽히는 그의 글은 그러나 내용 면에서 홍준표 대표의 기존 막말이나 논리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과연 “마음을 비운 것”이, “분열된 보수를 통합시키고 보수를 재건”하겠다는 차기 당권주자의 현 정세를 읽는 수준이 그 정도냐는 의심이 들만큼. 

“문재인정권 청와대에 주사파들이 우글거리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는 사회주의 체제로 바뀝니다. 사회주의 경제정책이 우리경제를 다 망쳐놓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의 자녀세대들이 우리세대보다 훨씬 못사는 세상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이것을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유한국당 후보들을 당선시켜 우리나라 구해냅시다.”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 아니던가. 주사파가 왜 빠졌나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문재인정권 청와대에 주사파들이 우글거리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이 글의 첫머리다. 김 의원은 “그들과 함께 좌파경제 학자들이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라며 “그 대표적인 정책이 소득주도 성장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52시간 노동시간 제한, 반기업 정책으로 삼성때려잡기, 친노동정책 등”이라고 열거했다. 

홍준표의 막말이 김무성의 호들갑으로 바뀐 형태다. ‘민생’으로 지방선거를 치루겠다던 자유한국당의 색깔 공세는 ‘주사파’, ‘좌파경제 학자’, ‘사회주의 경제체제’ 등 말만 바꾼 채 색깔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김 의원은 북미 정상회담 확정을 두고 한미동맹마저 무시하는 듯한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던 홍 대표와 같은 노선을 견지했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목적은 북핵을 폐기하기 위함입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보장을 담보받기 위해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이 목표입니다. 국민 여러분 평화협정 체결은 바로 미군철수를 의미합니다.”

무식해서 용감한 것일까 그저 선거를 위한 오버액션일 뿐일까. “북핵문제는 대한민국과 우리민족의 운명이 걸린 문제”라는 전제를 깐 김 의원은 “한미동맹은 주한미군과 한미연합훈련을 바탕으로 지난 65년간 한반도와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켜왔습니다”라면서도 과격한 주장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트럼프 당선을 어떤 정당보다 환영했던 자유한국당이 ‘반트럼프’로 돌아서는 순간이다.  

“월남 전 때에도, 73년 파리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군철수 후, 키신저는 노벨평화상을 받았는데 2년 만에 월남은 공산적화통일이 되었습니다. 6.12 미북정상회담 때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트럼프대통령, 문재인대통령이 노벨평화상 받고 미군이 철수하면 우리 대한민국은 적화통일 됩니다. 이것 막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간의 무역불균형을, 주한미군 철수카드로 바로 잡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입니다. 문정인 특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한미군에게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 평화협정 체결 뒤에는 주한미군의 주둔이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한 바 있습니다. 벨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주한미군 철수를 목적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한국을 사형시키는데 서명하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미군철수를 거론하는 사람은 역적입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통해 전달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들어보이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 트위터 캡처, 뉴시스>

한국에 착한 보수란 없다 

낡은 세계관은 낡은 정치를 낳을 뿐이다. 그 낡은 정치가 국민들을 절망에 몰아넣는다. 그 절망이 결국 ‘헬조선’ 담론을 낳았다. 여기저기서 국민들이 죽어 나갔다. 그러한 절망이 이명박-박근혜 체제의 결과다. 그 보수정권에서 누릴 대로 권력을 누린 김무성 의원은 먼저 뼈저린 반성부터 해야 한다. 표를 의식한 단순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란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은, 김무성 의원은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이겨야 합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래야 “미군철수를 막을 수 있습니다”라는 얼토당토 않은 논리다. 미북정상회담이 “김정은 체제 안전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라는 김 의원은 “착한 공산주의자는 없”고, “착한 독재자도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게 6.13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들을 당선시켜 경종을 울려줍시다”라고 말한다. 

전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는 평화체제 구축에, 한반도 비핵화에는 일말 관심도 자유한국당과 김무성 의원. 그들이 꾀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자신들만의 안위요, 권력 쟁취다. 그 선거 논리 앞에서, 자유한국당은 한미동맹마저 제 논에 물대기식으로 해석하는 집단일 뿐이다. 한국에 착한 보수란 없다는 것을 김 의원이 온 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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