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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주필 파문’에 침묵하는 조선일보

기사승인 2018.06.01  08: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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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자유한국당의 ‘언론자유 침해’를 지적하는 언론도 없다 

   
▲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자료사진, 뉴시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어제(5월3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에게 쓴 공개편지를 통해 ‘조선일보 주필 파면’을 요구했습니다. 국회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특정 언론 주필 교체를 요구한 것 – 이례적인 것을 넘어 언론자유 침해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주필 교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단순히(!) 보도에 대한 비판이나 입장을 표명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조선일보·TV조선 오보 비판’을 언론자유 침해라고 비난한 한국당이 이런 식으로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네요. 이런 지적을 하는 언론이 거의 없는 것도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조선일보는 왜 ‘주필 교체’ 파문에 침묵하나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강효상 의원으로부터 ‘주필 교체’라는, 매우 ‘모욕적’일 수 있는 요구를 받은 조선일보가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습니다. 어제(5월31일)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던 조선일보는 오늘자(1일) 지면에서도 입장 표명을 유보했습니다. 기사도 없고, 사설이나 칼럼을 통한 ‘반박’도 없습니다. 

조선일보 입장을 기대(?)한 건, 강효상 의원 ‘공개편지’ 때문만은 아닙니다. 어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일보를 ‘저격’했는데, 홍 대표 발언도 조선일보 입장에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조선일보 칼럼을 보니 조선일보 사주가 어쩌면 이 사람으로 바뀔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권에 영합하지 않으면 언론도 참 힘든 세상입니다”라는 발언을, 조선일보 경영진이나 구성원들은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건지요. 

제1 야당 대표와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의원이 ‘특정 언론의 사주교체’를 말하고 ‘주필 교체 요구’를 당당히(!) 하고 있는데도, 해당 언론사는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습니다. 오히려 조선일보를 제외한 언론들이 관련 내용을 열심히 보도합니다. 

물론 반박이나 입장을 표명할 경우 오히려 문제가 확산되기 때문에 ‘무시’나 ‘침묵’을 택한 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안도 아니고 ‘사주 교체’ ‘주필 교체’가 공개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의 이 같은 침묵은 ‘할 말은 하는’ 조선일보답지 않은 대처입니다. 

청와대 대변인의 ‘조선일보 오보’ 지적에는 기자수첩을 통해 반박까지 했던 조선일보가 자유한국당의 ‘주필 교체’ 요구에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자신들의 주필이 쓴 ‘전향적인’ 대북 관련 칼럼이 난도질을 당하고 있는데도 할 말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신문이 대한민국 1등 신문(?)이라는 게 솔직히 믿기지 않을 지경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주필 교체’ 파문을 다루는 언론도 문제

조선일보의 ‘침묵’ 못지않게 이 사안을 보도한 언론 역시 문제가 있습니다. 아니 제가 보기에 문제가 심각합니다. 중계보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야당 정치인이 ‘주필 교체’라는 언론자유 침해 성격이 짙은 요구를 공개적으로 했는데도 그냥 단순히 기자회견과 편지내용을 전달만 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문제의식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대략적으로 한번 살펴볼까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1일 조선일보가 정권에 영합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홍 대표의 비서실장인 강효상 의원도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께 보내는 공개편지’를 통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협박에 굴복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양상훈 주필을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 보수언론의 대표로 꼽히는 조선일보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홍 대표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머니투데이가 보도한 <홍준표, 조선일보 칼럼에 ‘발끈’…“사주 바뀔수도 있겠다”>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홍 대표 발언을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조선일보가) 한 것에 대해 홍 대표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저는 이런 해석을 하는 머니투데이가 더 신기합니다. 제1야당 대표와 국회의원이 ‘이런 식의 발언을 해도 되는지’를 문제 삼아야 하는 거 아닐까요. 만약 조선일보처럼 머니투데이가 한국당으로부터 주필이나 사주 교체 요구를 받았을 때 다른 언론이 ‘한국당이 머니투데이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 보도하면 그걸 수긍할 수 있을까요. 

머니투데이를 예로 들긴 했지만, 다른 언론도 단순 중계보도로 일관했습니다. 특히 강효상 의원의 공개편지에는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과 관련한 ‘인신공격성 부분’도 있었지만 여과없이 그대로 보도가 됐습니다. 팩트체크 등의 과정은 없었습니다. 

조선일보가 이 문제에 침묵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다른 언론이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더 이해가 안 갑니다. 이 사안이 ‘단순중계’ 보도로 끝날 사인인지, 자유한국당의 ‘언론자유 침해’를 지적하는 언론이 이렇게 없어도 되는 건지를 묻고 있는 겁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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