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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 30년만의 개헌안 ‘개표 불가’ 무산 순간 지켜봐

기사승인 2018.05.24  16: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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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 “국회 헌법절차 불참, 직무유기”…하승수 “투표불성립 초유의 사태”

   
▲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60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이 무산되는 순간을 어린이 방청객들이 바라보고 있다. 이날 본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대한 표결이 이루어질 전망이나 야당의 본회의 불참으로 개헌안은 무산 되었다. <사진=뉴시스>

청와대는 24일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불성립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이다”고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야당 의원들이 위헌 상태의 국민투표법을 논의조차 하지 않은 데 이어 개헌안 표결이라는 헌법적 절차마저 참여하지 않은 것은 헌법이 부여한 임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는 2014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정을 받은 국민투표법도 개정하지 않고 방치한 상태다. 

김 대변인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직무유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개헌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앞으로 새로운 개헌의 동력을 만들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정부는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의 취지가 국정 운영에 반영되도록 힘쓰겠다”며 “법과 제도, 예산으로써 개헌의 정신을 살려나가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오전 본회의에서 대통령 개헌안 처리를 시도했지만 투표 성립 요건 조차 충족하지 못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투표 결과, 의결정족수(192명)에 한참 미달하는 114명만 참여해 개표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독한 개정안 제안설명에서 “헌법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국민이 스스로의 권리로 헌법을 선택하실 수 있도록 국회가 길을 열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결을 당부했다.

앞서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SNS에서 “우리 헌법은 개헌안에 대한 국회 의결을 헌법상 의무로 선언하고 있다”며 “표결 없이 국회가 그냥 지나가려 한다면 중대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들의 투표 불참으로 무산됐지만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국민 여론은 찬성 의견이 압도적이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64.3%가 청와대발 개헌안에 대해 “잘됐다”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 대통령 개헌안 ‘잘됐다’ 64%…‘긍정’ 4.7%p 올라, TK도 56%).

   
▲ 23일 조사한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국민평가 <그래픽 자료 출처=리얼미터>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지난 대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 5당 후보가 모두 내걸은 공약이기도 하다.

이날 본회의에는 어린이 방청객들이 30년만에 발의된 대통령 개헌안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되는 역사적 순간을 지켜봤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는 SNS에서 “투표불성립이라는 초유의 사태”라며 “자유한국당은 10월 개헌 얘기를 하지만 구체적인 개헌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 본회의에서 대독한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 제안 설명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세균 국회의장님과 국회의원 여러분!

제가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와 경위 및 헌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여러분께 설명 드리고,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려 합니다.

먼저 헌법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이유와 경위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께서 잘 아시다시피, 현행헌법은 1987년의 6월 항쟁으로 탄생했습니다. 6월 항쟁은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자는 국민의 열망을 표출했습니다. 그에 따라 현행헌법은 대통령직선제를 부활하고, 5년 단임제를 새로 도입했습니다.

대통령직선제와 5년 단임제는 1인 장기집권을 근절했고, 평화적 정권교체를 가능케 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현행헌법은 그 시대의 가장 간절했던 소명을 이행했습니다.

현행헌법이 시행되고 30여 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기본권과 지방분권의 강화 같은 새로운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현행헌법의 대통령 5년 단임제는 국회의원선거 및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의 주기 차이 때문에 전국적 선거를 너무 자주 치르게 하는 문제점을 낳았습니다. 대통령 단임제는 책임정치의 구현에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그러한 배경에서 학계와 국회에서는 수년 전부터 헌법개정이 논의돼 왔습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주요정당 후보들이 모두 개헌을 공약하면서,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자는데 뜻을 같이했습니다. 개헌이 시대의 요구라는 인식을 여야가 공유했던 것입니다.

국회는 특위를 구성해 헌법개정을 논의해 왔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회의 개헌논의는 진척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국회의 개헌논의만 기다리다가는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국민투표라는 여야 공통의 공약을 이행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저는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개헌발의권에 따라 개헌을 발의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것은 시대의 요구를 수용하고 국민께 드렸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저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의견을 수렴하고 개헌안을 준비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이 특위는 여러 토론회, 간담회와 여론조사를 포함한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여론을 수렴했습니다. 특히 온라인 여론수렴에는 580만 명 이상의 국민이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개헌안 마련에 참여해, 70만 건이 넘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준비된 개헌안을 법제처 심사 등 소정절차를 거쳐 제가 3월 26일 발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다음은 헌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기본권과 국민주권을 확대, 강화했습니다.

기본권으로서 생명권, 안전권, 알 권리, 자기정보통제권,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 성별과 장애 등에 따른 차별의 개선에 노력할 국가의 의무를 신설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평등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천부인권의 성격을 가진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습니다.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동일가치노동에 동일수준의 임금이 지급되도록 노력할 의무를 국가에 부과했습니다. 고용안정 및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적절한 정책을 시행할 의무도 국가에 지웠습니다.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노동3권을 인정하도록 했습니다.

국민주권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를 도입했습니다.

특히 헌법 전문의 대한민국이 계승하는 민주이념에 4.19혁명에 이어,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을 추가로 명시했습니다.

둘째,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방자치를 강화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법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그 명칭을 지방정부로 변경했습니다. 지방정부에 자주조직권을 부여하고, 자치행정권, 자치입법권을 강화했으며, 자치재정권을 보장했습니다.

지방자치에서 실질적 민주주의가 실현되도록 자치권이 주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명시하고,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소환 제도의 근거를 신설했습니다.

지방정부의 국정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국가자치분권회의를 신설하고, 지방정부의 법률안 의견 제시권도 도입했습니다.

향후 국가기능의 분산과 수도이전의 필요가 대두될 경우에 대비해 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셋째, 경제질서에서 불평등과 불공정을 시정하려는 국가의지를 반영했습니다.

경제주체 사이의 ‘조화’뿐만 아니라 ‘상생’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가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경제민주화 규정을 보완했습니다.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국가가 특별한 제한 또는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토지공개념을 명문화했습니다.

농어민 지원, 사회적 경제 진흥, 소비자운동 장려 등의 의무를 국가에 부과했습니다.

넷째, 정치개혁을 위한 몇 가지 조치를 반영했습니다.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고,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명시했습니다.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했습니다.

정부가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려면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정부의 법률제안권을 제약했습니다. 예산법률주의를 채택해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강화했습니다.

대통령의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삭제하고,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한 절차적 통제를 도입했습니다.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에서 독립기관으로 바꾸었습니다.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국정을 안정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었습니다.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 선출방식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했습니다.

다섯째, 사법제도를 개선했습니다.

대법관 임명에는 대법관추천회의의 추천을, 일반법관의 임명에는 법관인사위원회의 제청을 먼저 거치도록 규정함으로써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분산했습니다.

평시 군사재판을 폐지하고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도 단심으로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더 두텁게 보호했습니다.

헌법재판소 구성에서 법관 자격이 없는 사람도 재판관이 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 각계각층의 의견이 헌법재판에 균형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세균 국회의장님과 국회의원 여러분!

우리 헌법은 1948년에 제정된 이래 아홉 차례 개정됐습니다. 그 중에서 현행 헌법이 가장 오래 시행됐습니다. 그 만큼 시대의 새로운 요구가 헌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여쭈어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는 헌법개정안을 준비해 발의했습니다.

헌법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국민이 스스로의 권리로 헌법을 선택하실 수 있도록 국회가 길을 열어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께 그 기회를 드리도록 국회가 헌법개정안을 의결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5월 24일

대통령 문 재 인(대독)

 

민일성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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