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리포트’ ‘대한항공 뉴스’가 ‘0’인 방송사…TV조선

“올해 육군이 새로 만든 예비군 교육 영상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있었던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이 빠졌습니다. 물론, 예비군 군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많은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군은 군 다워야 하는 것 아닌지...오늘의 포커스를 맞춰 보겠습니다.” 

TV조선이 지난 16일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 보도한 리포트 가운데 일부입니다. <‘천안함’ ‘연평도’ 사라진 예비군 교육>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입니다. ‘예비군 군기’라는 단어가 리포트에 등장하는 것도 이색적(?)이지만 이 리포트를 보면 대체 TV조선의 저널리즘이 무엇인가-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를 테면 다음과 같은 대목 때문입니다. 

▲ <사진출처=TV조선 화면캡처>

“민방위 대원 교육 때 안보와 직접 관련 없는 양성평등을 교육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민방위 교육 참가자 인터뷰) ‘민방위 자체에 어울리지 않는 양성평등을 들고 와서 교육을 한다는 게 불만이어서 그냥 대충 들었습니다. 그 시간에’” 

“최근엔 현역 군인 정신 교육으로 남북 정상회담 성과와 의의를 가르치라는 지침까지 각 부대에 내려갔다는군요. 물론,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고 시대 분위기도 바뀌었습니다 … 하지만 안보의 최후 보루, 군마저 고삐를 늦춘다면 그 존재 이유를 어디서 찾아야 합니까?” 

예비군 교육 영상 문제점(?)까지 짚는 TV조선…하지만 ‘5·18’ 관련 리포트는 하나도 없다 

TV조선은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이 예비군 교육 영상에서 빠진 걸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이 고삐를 늦추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오버’도 이런 오버가 없습니다. 게다가 갑자기 민방위 대원 교육 때 양성평등 교육하는 걸 문제 삼았습니다. TV조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민방위 대원 교육은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영상’을 틀어서 ‘북괴에 대한 적개심’을 가지는 것이어야 한다는 걸까요? 

이런 사안에 관심을 가지는 거야 TV조선의 자유니 이것 자체를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예비군 교육 영상 문제점(?)까지 지적하는 TV조선이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리포트를 메인뉴스에서 하나도 내보내지 않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동안 TV조선과 조선일보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부정 혹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심한 것 같습니다. 같은 기간 다른 방송사들이 어떤 보도를 했는지 잠깐 살펴볼까요? 대표적으로 SBS ‘8뉴스’에서 보도한 리포트 제목만 간략히 소개합니다. 

<[끝까지판다①] 美 비밀문서에 드러난 ‘신군부 정권 장악’ 용인> (5월17일 SBS ‘8뉴스’) 
<[끝까지판다②] “5·18 진압 결정 신군부 수괴 전두환, 다시 수사해야”> (5월17일 SBS ‘8뉴스’) 
<“범죄자 뜻을 후세에 전하라고?”…전두환 기념비 철거 요구> (5월17일 SBS ‘8뉴스’)
<[사실은] ‘5·18 교도소 습격’, 대법원이 인정? 따져 보니> (5월16일 SBS ‘8뉴스’) 
<[끝까지판다①] 美, ‘광주 최종 진압작전’ 용인…비밀 문건 첫 확인> (5월15일 SBS ‘8뉴스’) 
<[단독][끝까지판다②] ‘모르는 척’ 美, 성명서도 신군부와 사전 조율> (5월15일 SBS ‘8뉴스’) 
<[끝까지판다③] 5·18 살상 알았으면서 “몰랐다”…드러나는 美 거짓말> (5월15일 SBS ‘8뉴스’) 
<[끝까지판다①][단독] “전두환, 최종진압 작전 결정”…美 비밀 문건> (5월14일 SBS ‘8뉴스’) 
<[끝까지판다②] “‘5·18 북한군 투입설’ 전두환이 첫 언급”> (5월14일 SBS ‘8뉴스’)
<[끝까지판다③] ‘전두환이 최종진압 작전 지시’, 왜 중요한가?> (5월14일 SBS ‘8뉴스’)

SBS가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8뉴스’에서 보도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리포트는 10꼭지입니다. KBS와 MBC, JTBC 역시 같은 기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뉴스를 적극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오늘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지만 비밀해제된 문건 등이 공개되면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언론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의혹들에 대해 새로운 조명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TV조선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리포트 ‘제로’(0)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예비군 교육 영상 문제점(?)까지 짚는 TV조선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이 되는 이번 주에 ‘5·18’ 관련 리포트가 하나도 없다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타방송사와 다른 언론이 무수히 쏟아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새로운 의혹들을 TV조선 기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허긴, 조선일보가 지금까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 보도한 것과 관련해 공식 사과나 정정이 없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일지도 모릅니다. 

▲ 제38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전야행사 '보아라 오월의 진실, 불어라 평화의 바람'에서 당시를 재연한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TV조선의 ‘대한항공 침묵’도 여전히 계속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침묵도 문제지만 TV조선의 ‘대한항공 파문 침묵’은 정말 정도를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고발뉴스는 이미 여러 번 ‘대한항공 파문’에 침묵하는 TV조선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이번 주에도 TV조선의 대한항공 관련 보도는 ‘0’이었습니다. TV조선과 대한항공의 ‘특수한 관계’를 어느 정도 이해하더라도 ‘이런 식의 노골적인 침묵’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TV조선의 침묵이 얼마나 심한지 이번에는 SBS와 JTBC가 메인뉴스에서 보도한 리포트를 제목만 간단히 소개합니다. 

<‘갑질 파문’ 대한항공, 13년 만에 격려금…직원들은 싸늘> (5월15일 SBS ‘8뉴스’) 
<대한항공,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벌써 4번째 압수수색> (5월16일 SBS ‘8뉴스’) 
<국토부, 3년 6개월 만에 ‘땅콩 회항’ 징계 추진…뒷북 빈축> (5월17일 SBS ‘8뉴스’) 

<“게임 방해된다” 조원태, 일등석에 경고방송 금지 지시> (5월14일 JTBC ‘뉴스룸’) 
<해외 은닉 재산 ‘환수기구’ 추진…조양호·최순실 등 정조준> (5월14일 JTBC ‘뉴스룸’)
<무대응 일관 ‘한진 일가’에 ‘직원연대’ 결성해 맞선다> (5월15일 JTBC ‘뉴스룸’) 
<대한항공 4번째 압수수색…이번엔 ‘외환거래법 위반’> (5월16일 JTBC ‘뉴스룸’)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 리포트 하나 없고, ‘대한항공 파문’에 대해서도 여전히 침묵을 고수하는 TV조선이 지난 17일 헤드라인으로 주목한 이슈는 <대부업 안했다는 김만복, 3년 전에도 다른 업체 이사로 활동>이었습니다. 지난 16일에 이어 이틀 연속 헤드라인으로 관련 소식을 전했습니다. 헤드라인에 이어 추가 리포트도 있더군요. 

이 소식을 주요하게 보도하는 거야 TV조선의 판단이자 권한이지만, 적어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숱하게 터져 나오는 ‘대한항공 파문’ 보도는 ‘최소한으로’ 하면서 ‘이런 보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TV조선 메인뉴스를 보면 가끔씩 TV조선의 뉴스판단 기준은 무엇일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TV조선 기자들은 자사 메인뉴스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걸까요? 정말 궁금합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