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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참시’ 파문에 침묵하는 방송사들의 이상한 ‘카르텔’

기사승인 2018.05.17  16: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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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 조사위 결과 발표에도 여전히 남은 의문점들…방송사들은 왜 침묵하나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 파문과 관련, 조사위원회가 조사 결과를 어제(16일) 발표했습니다. 조사위원회는 제작진의 고의가 아닌 부주의와 우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결론 냈습니다. 많은 언론이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내용을 간단히 요약합니다. 

“조사위 결과를 보면 <전참시> 조연출 ㄱ씨는 지난 1일 FD에게 ‘속보입니다’ 등의 말이 포함된 뉴스 영상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FD는 세월호 뉴스 관련 영상 2건을 포함해 뉴스 영상 10건을 ㄱ씨에게 전달했다. ㄱ씨는 세월호 2건을 포함해 총 3건을 골랐다. ㄱ씨는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컴퓨터그래픽으로 흐림 처리를 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진행한 시사에서 PD·CP·작가 등은 세월호 뉴스 영상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조사위원회. <사진=뉴시스>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봤지만 사전 심사는 통과?

이번 파문이 불거진 이후 최승호 사장은 몇 번에 걸쳐 사과했습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도 성명을 통해 사과 입장을 밝혔죠. 그리고 MBC는 조사위에 세월호 유가족들도 참여시켰습니다. 나름 노력을 한 부분은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조사위 발표에서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있습니다. 

조사위 발표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조연출은 세월호 장면이 문제가 되면 시사 과정에서 걸러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말은 조연출이 편집과정에서 해당 영상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얘기입니다. 아마 그래서 ‘블러’(흐림) 처리를 한 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조연출이 ‘그런 문제의식’을 가졌다면 당연히 시사 과정에서 관련 문제를 논의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MBC의 설명이 불충분합니다. 

만약 ‘문제의식’을 가지고도 조연출이 사전 시사 때 제작진에게 이 문제를 알리지 않았다면? 만약 그랬다면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입니다. ‘사전 시사’ 때 걸러질 것까지 예상했던 조연출이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이 문제를 알렸는데도 불구하고 시사에서 해당 장면을 거르지 못했다면 그건 더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정리하면, 어느 쪽이 됐든 문제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조사위는 또 “의도성이나 고의를 조사했지만 조연출은 특정 사이트에서 어묵이 사용됐는지도 전혀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이 부분 역시 선뜻 이해가 안 가는 부분입니다. 실제 어제(16일)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집중된 것 중에 하나도 이 부분이었습니다. 조연출이 정말 ‘어묵’에 담긴 비하 의미를 몰랐느냐는 겁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어묵이라는 표현의 문제를 정말 몰랐다면 과연 MBC 구성원으로서 자격이 있느냐”고 질문한 기자까지 있을 정도였습니다. 

MBC를 비롯해 KBS SBS JTBC 등은 왜 ‘전참시’ 파문을 다루지 않나 

조사위 발표 못지않게 이해가 안 가는 게 있습니다. MBC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침묵입니다. MBC는 외부조사위원회를 꾸려 세월호 유가족까지 참여시키는 ‘대대적인 조치’를 취하고도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에서 관련 내용을 전혀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제(16일)는 기자회견을 열어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도 자사 메인뉴스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파문이 이 정도로 확산됐다면 당연히(!) 보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관련 내용을 소상히 전하는 게 온당한 태도입니다. 뉴스를 통해서도 MBC의 사과와 반성이 시청자들에게 전해져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게 진정으로 세월호 유가족과 시청자들에게 재발방지를 다짐하는 일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떠들썩한 조사활동’과는 다르게 MBC는 보도를 통해서 이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뉴스데스크’는 어제(16일)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전시회가 MBC 1층 로비에서 열렸다는 소식을 단신으로 보도했는데 MBC의 이런 태도는 문제가 있습니다. 

MBC 못지않게 다른 방송사들도 이 문제를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메인뉴스에서 관련 소식을 다루지 않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문제가 MBC만의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이른바 ‘일베 화면’의 부적절한 사용은 그동안 숱하게 발생해 왔고, 이번 파문 역시 그 연장선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보도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다른 방송사들도 이 문제를 메인뉴스에서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조사위의 발표에는 문제점이 없는지, 재발방지를 위해선 어떤 조치들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충분히 조명할 법도 한데 KBS SBS JTBC 메인뉴스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변화를 약속하고 실천하고 있다는 MBC에서 일어난 일이다. 공교롭게도 관련된 분들이 사내 평가가 다 좋더라. 함께 파업에 참여했고 촛불 들었고. 그럼 전 어떻게 해야 하나. 알고 보니 좋은 분들이니, 나는 죽었지만 용서를 해야 하나.” 

4·16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의 말입니다. 이 발언을 방송사 메인뉴스에서 접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변화를 약속하고 실천하고 있다는 MBC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타방송사들도 침묵하는 걸까요? 그 이유가 뭐가 됐든 ‘전참시’ 파문에 침묵하는 현재 방송사들의 태도는 쉽게 납득이 안 되는 부분입니다. ‘침묵의 카르텔’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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