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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관련 축소보도, TV조선 기자들은 왜 침묵하나

기사승인 2018.05.10  08: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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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조양호 회장 탈세 소식과 부인 ‘이명희’-TV조선엔 없다

“법무부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부인 이명희 씨를 출국금지했습니다. 이 씨는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 소환을 앞둔 상황입니다. 그간 쏟아지는 의혹에도 침묵만 지켜왔는데 오늘(9일) 한진그룹이 무려 A4 용지 5장 분량의 해명자료를 내놓았습니다. 사과는 단 2줄, 나머지는 모두 의혹을 부인하는 내용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피해를 입었던 직원들은 "거짓 해명"이라면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JTBC 5월9일 ‘뉴스룸’) 

어제(9일) JTBC ‘뉴스룸’에서 보도한 리포트 가운데 일부입니다. 이명희 씨 출국금지 소식은 대다수 언론이 주요 기사로 보도했습니다. ‘받아쓰기’ 잘하는 언론의 특성상 경찰과 법무부 발표만큼 좋은 기삿거리는 없으니까요. ‘이명희 출국금지’ 뉴스는 상당수 언론에게 ‘기본’이었다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한진그룹 홍보실이 어제는 마치 방언이 터진 것처럼 언론보도를 반박했습니다. 그 해명과 반박이 더 논란을 빚긴 했지만, 기자들 입장에선 기사쓰기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침묵으로 일관했던 한진그룹 쪽의 공식해명이 나왔으니까요.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조현민 영장 기각’ 이후 TV조선 메인뉴스에서 사라진 ‘한진가 갑질’ 보도

그런데 한진그룹 쪽의 공식해명이 나왔음에도 관련 내용을 일절 보도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TV조선입니다. TV조선은 지난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영장이 기각됐다는 소식과 대한항공 직원들의 집회를 ‘뉴스9’에서 묶어서 보도한 이후 메인뉴스에서 후속 기사가 없습니다. 한진가 갑질 보도는 물론 추가적으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보도 제로(0)’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어제(9일)만 해도 TV조선을 제외한 언론이 한진그룹과 관련해 주목한 내용은 많습니다. △검찰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규모 조세포탈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는 내용 △관세청이 지난 5년 동안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에 공개된 총수 일가의 사진들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는 소식 △진에어 항공면허 취소 여부 등의 내용이 전파를 타거나 언론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TV조선 메인뉴스엔 이 같은 내용이 하나도 없습니다. 법무부가 발표한 이명희 씨 출국금지 소식도 없고, 조양호 회장의 대규모 조세포탈 수사 뉴스도 없습니다. 정부가 진에어 항공면허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 역시 없습니다. TV조선 ‘뉴스9’ 시청자들은 ‘한진가 갑질’과 관련해 ‘알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동안 고발뉴스는 TV조선과 한진그룹의 특수한 관계를 여러 차례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특수성’ 때문에 TV조선이 대한항공 갑질 파문을 소극적으로 다루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두루킹 파문은 하루에도 ‘뉴스9’에서 몇 꼭지씩 지속적으로 보도하면서, 핫이슈 가운데 하나인 한진그룹 갑질 파문에 대해 침묵하는 이유를 달리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LG그룹 압수수색은 보도 … 한진그룹 관련 소식은 비껴가는 TV조선

TV조선의 한진그룹에 대한 ‘각별한 태도’는 다른 기업 관련 보도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어제(9일) 조양호 회장 일가 탈세 의혹 못지않게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기업이 있습니다. LG그룹입니다. 검찰이 LG그룹 총수 일가의 100억원 대 탈세 혐의를 포착해 압수수색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관련 내용은 대다수 언론이 주목해서 보도했습니다. TV조선도 주요뉴스로 보도했습니다. 

   
▲ <사진출처=TV조선 화면캡처>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가 오늘 아침부터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습니다. LG 재무팀 사무실 등에서, 세무·회계 관련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습니다. 

국세청이 ‘LG 총수 일가가 계열사 주식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100억 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를 포착했다’며 고발해,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겁니다. 검찰은 일단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을 수사 선상에 올려두고 있습니다. 구본능 회장이 LG상사 주식을 대량 처분하면서 편법이 있었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 검찰은 조세 포탈 혐의가 LG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제(9일) TV조선이 ‘뉴스9’에서 보도한 리포트 가운데 일부입니다. LG그룹 관련한 의혹은 이렇게 자세히 보도하면서 왜 TV조선은 한진그룹 관련 의혹은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할까요? 갑질 파문이 불거진 초반, 그래도 ‘기본적인 보도’는 했던 TV조선이었지만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노골적인 침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파문은 점점 확산되는데 TV조선의 보도량은 반비례 하는 형국입니다. 

자신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기업을 비판하지 못하면 그것이 언론일까

그동안 언론시민단체들은 TV조선의 ‘정치적 편파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 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TV조선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편파성 논란’이 아니라 ‘한진그룹 갑질 파문’과 같은, 이른바 자신들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기업이나 조직, 단체들에 대한 ‘봐주기 보도’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들과 특수한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이나 조직에 불리한 뉴스가 나오면 ‘소극 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대상에 대해선 ‘정론직필’ 하는 것만큼 이율배반적이고 반저널리즘적인 행태는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자신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기업을 비판하지 못하면 그것이 언론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두루킹 파문을 메인뉴스에서 수십 꼭지로 도배를 하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비트는 보도를 수차례 하든, 그건 TV조선의 자유입니다. 팩트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주장과 논지를 펴는 것은 언론의 역할 가운데 하나니까요. 하지만 한진그룹 갑질 파문이나 탈세 의혹 같은, 언론이라면 당연히 다뤄야 할 기본적인 사안을 보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TV조선 측엔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그건 언론이 아닙니다. 더구나 해당 기업이 TV조선과 특수한 관계에 있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TV조선 기자들은 왜 ‘한진그룹 갑질 파문’ 축소보도에 침묵하는가

“TV조선 기자협회는 언론 출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 수호와 취재원 보호를 위해 경찰의 본사 압수수색을 단호히 거부한다. 만약 경찰이 TV조선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행한다면 이는 정권과 공권력이 언론을 탄압한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보도본부 앞에서 TV조선 기자들이 수습기자의 '드루킹' 누릅나무출판사 절도 관련 경찰 압수수색 통보에 반발,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4월25일 ‘TV조선 기자의 두루킹 출판사 무단침입’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TV조선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려 하자 TV조선 기자들이 이에 반발하며 밝힌 입장입니다. 이 입장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TV조선 기자들의 입장은 존중합니다. 그런데 저는 TV조선 기자들이 이 같은 기준을 왜 ‘한진그룹 갑질 파문’에는 적용하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한진그룹’ 관련 사안에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TV조선 보도에 대해 왜 기자들이 비판을 하지 않는 지 이해가 잘 안 가기 때문입니다.  

TV조선 기자들은 ‘한진그룹 갑질 파문’에 사실상 침묵하는 자사보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특수한 관계’이기 때문에 보도를 하지 못한다면, ‘특수한 관계’이기 때문에 침묵이 당연한 거라면, 앞으로 TV조선에서 나오는 ‘기업 비판’ ‘갑질 비판’은 정당성을 얻기가 힘듭니다. ‘이런 상황’에 TV조선 기자들은 동의하는 걸까요? TV조선의 ‘한진가 갑질 의혹’ 침묵 못지않게, 이런 ‘침묵 보도’에 문제제기가 없는 TV조선 기자들도 솔직히 이해가 안 갑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TV조선 기자들은 왜 ‘한진그룹 갑질 파문’ 축소보도에 침묵하는 걸까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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