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자사 드라마는 홍보하면서 ‘한진가 갑질’은 뭉개는 TV조선

기사승인 2018.05.08  08:24:42

default_news_ad1

- [비평] TV조선의 뉴스 가치 기준은 대체 무엇인가

“경찰은 호텔 공사현장 동영상 속에서 행패를 부린 여성이 이명희 씨가 맞다는 복수의 진술을 받아냈습니다. 특히 이 영상 속 피해 여성으로부터 피해 사실에 대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명희 씨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는 다른 피해자 진술도 일부 확보했습니다. 경찰은 조만간 이 씨를 공개 소환할 방침입니다.” 

SBS가 어제(7일) ‘8뉴스’에서 보도한 리포트 가운데 일부입니다. 이른바 ‘갑질 동영상’으로 파문을 일으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를 경찰이 공개소환 한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이명희 씨로부터 피해를 당한 당사자들이 처벌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같은 날 타 방송사를 비롯해 많은 언론이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MBC는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폭행 혐의로 입건됐던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바꿔 일단 구속을 피할 수 있었지만, 이명희씨는 현재까지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확실하고 동영상 내용이 구체적이라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 <사진출처=SBS 화면캡처>

‘갑질 동영상’ 이명희 경찰 소환, TV조선엔 없다 

그런데 이 뉴스, TV조선엔 없습니다. 한진그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TV조선은 그동안 대한항공 갑질을 비롯해 각종 의혹들을 다른 언론에 비해 축소 보도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실제 TV조선은 지난 4일 ‘뉴스9’에서 <조현민 영장 기각…직원들 ‘촛불집회’>를 보도한 이후 7일까지 메인뉴스에서 대한항공 관련 리포트를 내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를 비롯해 종편들까지 후속보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의도적인 침묵’이라고밖에는 달리 해석이 안 되는 대목입니다. 

재밌는(?) 건, TV조선이 한진가 그룹의 갑질 의혹은 이렇게 축소 보도하면서 중국 기업의 ‘갑질’ 행태는 그나마 단신으로 보도했다는 점입니다. 중국 후베이성 이창시의 부동산 체인점 직원들 뺨을 때리고 바닥을 기어가게 하는 영상이 공개돼 ‘갑질 파문’이 불거졌는데 7일 TV조선은 ‘뉴스9’에서 단신으로 이를 전했습니다. 

그런데 TV조선은 이 소식을 보도하면서 ‘갑질’이라는 단어 대신 ‘징계’ ‘체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더군요. 같은 날 JTBC가 ‘뉴스룸’에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 논란’이 일고 있는 요즘 중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다”면서 “직원의 뺨을 때리고 바닥을 기어가게 하는 장면의 영상이 물의를 빚고 있다”고 보도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TV조선 ‘단신 리포트’를 잠깐 살펴볼까요? 

“중국 후베이성의 부동산 회사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 여성이 남자 직원들의 뺨을 얼마나 세게 때리는지, 찰싹 소리가 들릴 정돈데요. 남자 직원들은 기어 다니면서 구호를 외치기도 합니다. 지난달 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징계를 하는 상황입니다. 논란이 일자, 회사 대표는 ‘직원들이 스스로 체벌을 원했다’는 얼토당토 않는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삼성 바이오로직스 가치 부풀리기 의혹도 없는 TV조선 
민주노총 타워크레인 노조 비판 리포트는 ‘갑질’ 제목으로 보도

TV조선 ‘뉴스9’의 문제점은 이외에도 많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올려 이를 보유한 제일모직과, 그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이끌었다는 의혹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TV조선 ‘뉴스9’에서 관련 뉴스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진가 갑질’ 축소만큼 심각한 ‘외면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뉴스를 외면하고 TV조선은 어떤 사안을 주목했을까요? 인터넷 다시보기를 기준으로 7일 ‘뉴스9’ 리포트 제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야 특검협상 결렬…민주당이 내건 17개 조건은> 
<민주당 “野 추천 특검 거부권 달라”…특검 내용도 논란>
<美서 ‘완전 비핵화’ 회의적 전망 속출…北은 연일 美 비난> 
<김일성 母 직계혈통 고위간부 망명설…北, 암살조 급파> 
<[따져보니] 北, 인천-평양 항로 개설 요청…왜?> 
<김성태 폭행범 “애초 대상은 홍준표”…野 “배후 의심”> 
<단식 현장 김성태 인터뷰 “특검 향한 내 의지 꺾이지 않는다”>
<드루킹팀, 676개 기사에 2만개 댓글 조작…갈수록 눈덩이> 
<경찰 “‘경공모’ 전체 수사 확대”…회원들, 이미 수사 대비> 
<은수미 “차량 지원 받은 건 10% 불과” vs 최씨 “주 3회 수행”> 
<민노총 타워크레인 노조 여전히 ‘갑질’, 뒷짐 진 고용부> 

TV조선은 △특검 협상과 관련한 민주당 비판 △북미정상회담 관련 소식 △‘김성태 폭행’ 후속보도와 인터뷰 △두루킹 관련 보도 △은수미 전 의원 관련 내용 △민노총 타워크레인 노조 비판 등을 헤드라인부터 11꼭지를 이어 보도했습니다. 12번째부터는 각종 사건사고와 국제뉴스, 스포츠와 날씨 관련 뉴스였습니다. 

기사 가치를 판단해서 메인뉴스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이는 TV조선이 알아서 판단할 일입니다. TV조선이 보도한 리포트 방향이나 내용 역시 TV조선 ‘권한’에 속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조선의 뉴스 가치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 이건 한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7일 TV조선의 ‘뉴스9’은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명희씨 갑질 파문 후속’과 ‘끊임없이 쏟아지는 대한항공 관련 각종 의혹들’ 그리고 ‘삼성 노조파괴 관련 검찰 수사’와 ‘삼성 바이오로직스 관련 의혹’ 등을 밀어내고 TV조선이 7일 선택한 ‘뉴스’가 정말 저널리즘 차원에서 합당한 것이었는지. ‘한진가 갑질’은 계속 소극 보도로 일관하면서 민주노총 타워크레인 노조를 비판하는 내용의 리포트를 ‘갑질’이라는 제목을 달고 보도하는 게 온당한 태도인지를. (심지어(!) 채널A ‘뉴스A’도 이명희 씨 갑질 관련 뉴스는 보도했습니다.) 

TV조선 드라마 ‘대군’ 대단원 막 내렸다는 리포트를 ‘뉴스9’에서 2꼭지로 보도 

어제(7일) TV조선 ‘뉴스9’에서 가장 어이가 없었던 건, 자사 드라마를 홍보하는 리포트를 2꼭지나 내보냈다는 점입니다. 

TV조선은 <막 내린 명품 사극 ‘대군’ … 유종의 미>에서 “TV조선 드라마 ‘대군’이 명품사극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시청자를 웃고 울린 수많은 명대사도 탄생했다” “지금까지 사극과 달리 결말을 예측할 수 없어 마지막회까지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마지막 방송에서 최고 시청률 5.6%를 기록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둔 ‘대군’ 주연배우들은 시청률 공약에 따라 광화문에서 프리허그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전했습니다. 

   
▲ <사진출처=TV조선 화면캡처>

TV조선의 이 같은 ‘자화자찬’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방적 호평’을 이런 식으로 보도하는 게 온당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TV조선은 해당 리포트에 이어 드라마 ‘대군’의 주인공 3명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특별대담을 진행했는데, 메인뉴스에서 자사 드라마 홍보에 2꼭지나 할애하는 건 과한 게 아닐까요?

그래서 다시 한번 TV조선에 묻습니다. ‘한진가 갑질 파문’과 ‘삼성 노조파괴 관련 검찰 수사’ ‘삼성 바이오로직스 관련 의혹’ 리포트를 외면하고 자사 홍보성 리포트를 메인뉴스에서 2개나 배치하는 게 온당한 태도인지. ‘김성태 원내대표 폭행 사건’이나 ‘두루킹 파문’에 비해 앞서 언급한 사안들이 뉴스 가치가 없는 것인지. TV조선 명품사극(?) ‘대군’이 막을 내린 것보다 ‘대한항공 갑질 논란 후속’ ‘삼성 관련 소식들’이 보도가치가 없는 것인지. ‘중국 갑질’은 단신으로 보도하면서 ‘한진가 갑질’은 뭉개는 TV조선의 저널리즘은 대체 무엇인지.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ad44
default_news_ad3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ad41
ad37
default_side_ad2
ad38
ad34
ad39

고발TV

0 1 2 3
set_tv
default_side_ad3
ad35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