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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원내대표 폭행’ 언론 보도, 이대로 좋은가

기사승인 2018.05.07  08: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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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최소한의 근거 없는 자의적인 분석, 언론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

<[뉴스+] ‘김성태 폭행 사건’, 6·13 지방선거 표심 흔드나> 

세계일보가 6일 보도한 기사 제목입니다. <2006년 5·31 지방선거 앞두고선 커터칼 테러 발생…야당 압승으로 이어져>라는 부제도 달았습니다. 기사 내용은 제목과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번 폭행 사건이 6월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석’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세계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한국당이 ‘야당에 대한 정치 테러’라고 규정한 가운데 이 사건이 1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합니다. 세계일보가 근거로 내세운 건 2006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표 습격 사건입니다. 

세계일보는 “꼭 테러의 영향 때문이라고 단정하긴 힘들지만 당시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승을 거뒀다”면서 “전국 230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도 67.4%에 달하는 155명이 당선됐으며 특히 서울지역 25개 구청장 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는 대승으로 노무현정권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최소한의 근거도 없이 지방선거 표심 전망? 편파 논란 자초한 세계일보

세계일보 기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객관적인 근거 없이 ‘6·13 지방선거 결과’를 전망(?)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번 폭행 사건을 ‘과거 박근혜 커터칼’ 사건과 비교하며 ‘이번에도 혹시 자유한국당 압승?’이라는 식으로 전망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자유한국당 당직자나 관계자가 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객관적인 근거나 분석 없이 단순비교를 통한 자의적인 해석과 전망은 언론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입니다. 지방선거에 미칠 표심 자체가 대단히 복합적이고 변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 폭행 사건과 관련해 범행동기 등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2006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사건과 비교하는 것도 성급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정치인을 향해 폭행과 테러를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분석하고 전망하고자 했다면 정교한 방법을 택했어야 합니다. 여론조사 근거를 제시하든, 전문가 분석을 포함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최소한의 근거를 내놓았어야 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세계일보는 자유한국당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하면서 “당장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김 원내대표 폭행사건이 향후 선거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라고 전합니다. 그리곤 2006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습격 사건을 덧붙입니다. 

세계일보가 ‘그런 의도’를 갖지 않았다 할지라도 이 기사는 자유한국당에 편파적으로 해석될 여지를 많이 남기고 있습니다. 전망이나 분석 기사에서 잘 쓰지 않는 ‘노무현 정권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는 표현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자유한국당 논평이나 관계자 멘트로 나올 법한 표현을 기자가 직접 기사에서 썼기 때문입니다. 

   
▲ 5일 오후 드루킹 특검을 촉구하며 3일째 노숙 단식을 하던 중 한 남성에게 턱을 가격당해 치료를 받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이날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긴급 비상의원총회에 목 깁스를 하고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치인에 대한 폭행, 절대 안되는 일 … 하지만 배후설 역시 근거 제시해야 

세계일보만큼은 아니지만 ‘김성태 원내대표 폭행’을 다루는 언론 보도 역시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정치 저널리즘의 고질적 문제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정치인을 폭행한 사건은 심각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폭력 정도에 따라 심각성을 구분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정치인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 구성원들끼리 서로 간의 이견을 물리적 행동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한 피해자라고 해서 자유한국당의 ‘모든 주장’이 정당성을 갖는 건 아닙니다. 범행 동기 등은 향후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이번 사건에 배후가 있다’는 자유한국당 주장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도 대다수 언론은, 폭행 사건의 심각성과 ‘배후가 있다’는 주장은 별개의 문제임에도, 자유한국당 주장을 ‘그냥’ 전하고 있습니다. 

이거 문제 없나요? 저는 문제 있다고 봅니다. 적어도 “소위 정권 보위 세력들이 이제는 제1야당의 원내대표도 백주대낮에 이런 테러를 한다”는 홍준표 대표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최소한의 근거는 제시해야 합니다. 그는 제1야당의 대표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근거도 없이 ‘정권 보위세력’ ‘배후설’ ‘테러’와 같은 어마어마한 주장을 한다면 그것 자체가 정치공세 성격이 짙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언론의 문제점은 이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기자들은 이런 발언을 인용해서 보도하기 전,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가 있는지’를 물었어야 합니다.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면, 막연한 추정에 바탕한 주장이라면 ‘인용보도’에 신중을 기하는 게 저는 온당한 태도라고 봅니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드루킹 특검을 촉구하며 3일째 노숙 단식을 하던 중 한 남성에게 턱을 가격당해 치료를 받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긴급 비상의원총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제1야당 대표의 ‘정권 보위세력 테러’ 주장 … 근거를 묻지도 않는 언론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홍 대표 발언을 ‘그냥’ 보도합니다. 제1야당 대표가 “소위 정권 보위 세력들이 이제는 제1야당의 원내대표도 백주대낮에 이런 테러를 한다”는 ‘어마어마한 주장’을 했는데도, 주장의 근거가 뭔지를 묻지 않습니다. “정치 테러인 만큼 청와대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강효상 의원 주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사건이 ‘정치 테러’인지 ‘우발적 범행’인지 등은 아직 밝혀진 게 없습니다. ‘정치 테러’라고 주장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근거를 가지고 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여당은 이랬고, 야당은 저렇게 주장했다’고 보도합니다.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정치 저널리즘의 문제점입니다. 이 부분은 아직 JTBC와 TV조선의 차이를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어제(6일) 메인뉴스 기준으로 SBS ‘8뉴스’는 인용 보도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SBS는 ‘이번 폭행 사건을 정치 테러로 규정하고, 릴레이 단식에 동참하기로 한’ 자유한국당 상황과 입장을 전하면서도 홍 대표 발언과 강효상 의원 주장을 인용 보도하진 않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1야당 대표라는 이유로,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언론이 정치인의 주장을 근거도 묻지 않고 인용보도 한다면, 한국 정치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김성태 원내대표 폭행’ 사건은 그 자체로 심각하지만, 언론 보도 역시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정치 보도 목적이 한국 정치발전을 위한 거라면 지금 ‘정치 저널리즘’은 큰 폭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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