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홍준표의 “빨갱이들…패버리고 싶은데”가 없는 TV조선

기사승인 2018.05.04  08:18:01

default_news_ad1

- [비평] 제1야당 대표의 ‘색깔론’ 공세가 민중당에 대한 응수인가

“민중당 당원 10여명이 자유한국당 지방선거 공천자 연수장에서 기습 시위를 벌입니다. 한국당 당직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밖으로 쫓겨납니다. 발단은 어제 창원에서 열린 한국당 필승 결의대회장이었습니다. 민중당 당원들이 홍준표 대표 비판 집회를 벌이자, 홍 대표는 ‘창원에는 빨갱이들이 많다’고 응수했습니다.” 

어제(3일) TV조선 ‘뉴스9’이 보도한 리포트 <당 안팎 비난받는 洪 “ET된 기분”> 가운데 일부입니다. TV조선은 “민중당 당원들이 홍준표 대표 비판 집회를 벌이자, 홍 대표는 ‘창원에는 빨갱이들이 많다’고 응수했다”고 전합니다. 

   
▲ <사진출처=TV조선 화면캡처>

홍준표 대표 ‘빨갱이 발언’이 민중당에 대한 ‘응수’라는 TV조선

제1야당 대표가 특정 정당을 겨냥해 ‘창원에는 빨갱이들이 많다’는 색깔론 공세를 펼쳤는데 TV조선은 ‘응수’했다는 표현을 씁니다. 응수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상대편이 한 말이나 행동을 받아서 마주 응함”이라고 설명돼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빨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상대편을 공격하는 게 어떤 의미를 갖는 지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 ‘문제 단어’를 자유한국당 대표가, 그것도 소수정당을 향해 사용한 것은 그 자체로 폭력적입니다. 그런데 TV조선은 ‘민중당 당원들이 홍 대표를 비판한 것에 대한 응수’라고 전합니다. ‘색깔론’이라는 단어 자체가 해당 리포트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TV조선 리포트의 첫 번째 문제점입니다. 

TV조선은 ‘홍준표 대표’와 관련한 리포트를 전하면서 ‘핵심적인 부분’을 짚지 않았습니다. ‘빨갱이 발언’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자 홍 대표는 “녹음한 것을 들어보면 내가 웃으면서 빨갱이가 좀 있지, 반대만 하는 사람이 있지, 그 뜻으로 한 것을 (언론이) 뒤집어 씌웠다”고 해명합니다. 

‘빨갱이=반대하는 사람’이라고 얘길 했는데 언론이 ‘마음대로 보도’해서 논란이 커졌다는 식의 해명입니다. 하지만 이 해명이 거짓이라는 게 드러났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녹음을 한 언론사는 CBS였습니다. ‘녹음한 것을 들어보라’는 주문(?)에 CBS노컷뉴스가 ‘녹음을 풀어서’ 더 자세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홍 대표가 한 발언은 자신의 해명과도 달랐고, ‘빨갱이’라는 단어를 더욱 노골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BS노컷뉴스가 보도한 녹취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쟤네들은 뭐야?” (홍준표) 
“민중당에서 나왔습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 
“응?” (홍준표) 
“민중당에서 나왔습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 
“어어…창원에 여기는 빨갱이들이 많다. 성질 같아서는 대번 두들겨 패버리고 싶은데” (자유한국당 관계자) 

홍 대표 ‘빨갱이 발언’ 녹음내용 공개한 CBS노컷뉴스
녹음 내용 들어보니 “‘민중당=빨갱이들=두들겨 패버리고 싶다’

CBS노컷뉴스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빨갱이가 좀 있지, 반대만 하는 사람이 있지, 그 뜻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게 명확히 드러납니다. 오히려 “성질 같아서는 대번 두들겨 패버리고 싶은데”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나옵니다. ‘민중당=빨갱이들=두들겨 패버리고 싶다’로 정확히 연결되는 발언입니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녹음한 것을 들어보라’는 홍 대표 주문에 CBS노컷뉴스는 녹음을 풀었고 그것을 공개했습니다. 그 결과, 제1야당 대표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빨갱이들) 두들겨 패버리고 싶다’는 새로운 발언까지 나왔습니다. 문제가 더 심각해졌습니다. 

그런데 TV조선 리포트에는 이 내용이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홍준표 대표가) ‘창원에는 빨갱이들이 많다’고 응수했다”는 게 전부입니다. 이미 CBS노컷뉴스가 공개해서 알려진 내용인데도 TV조선은 ‘모른 척’입니다. 제1야당 대표가 ‘민중당=빨갱이들=두들겨 패버리고 싶다’고 한 발언이 어떻게 ‘응수’가 되는지 TV조선 측에 묻고 싶습니다. 색깔론이라는 단어를 굳이(?) 뺀 이유도 궁금하군요. TV조선 리포트의 두 번째 문제점입니다. 

색깔론 비판이 아니라 홍 대표의 심정을 제목으로 뽑은 TV조선 

TV조선의 <당 안팎 비난받는 洪 “ET된 기분”> 리포트의 마지막 문제점은 제목입니다. TV조선은 해당 리포트에서 “최근 ‘위장평화쇼’ 등 남북관계 강성 발언을 쏟아낸 홍준표 대표 혼자 외계인이 된 기분이라고 심정을 털어놨다”며 홍 대표의 심정을 마지막에 전합니다. 그리고 이 대목을 리포트 제목으로 뽑습니다. 

이 제목이 얼마나 ‘독특한’ 지는 다른 방송사 리포트와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홍준표 사퇴하라” 현역의원 첫 요구> (5월3일 MBC ‘뉴스데스크’) 
<당 내부서 ‘대표 사퇴론’까지> (5월3일 JTBC ‘뉴스룸’) 
<‘막말 사과’ 공세에도 ‘마이웨이’> (5월3일 채널A ‘뉴스A’) 
<“세상이 미쳤다” 또 비난 … 후보들 전전긍긍> (5월2일 SBS ‘8뉴스’) 

관련 내용을 보도한 방송사들은 대부분 ‘홍준표 대표 사퇴요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SBS는 지난 2일 ‘8뉴스’에서 홍준표 대표 발언 관련 리포트를 보도하면서 <“세상이 미쳤다” 또 비난 … 후보들 전전긍긍>이라는 제목을 뽑았습니다. 

SBS는 또 어제(3일) ‘8뉴스’에선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의 ‘극단적인 발언’을 비판하는 리포트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연일 색깔론을 펼치는 자유한국당에서 또 극단적인 발언이 나왔다”는 쪽에 초점을 맞추며 홍준표 대표 발언도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홍준표 대표 발언’을 그동안 침묵해왔던 TV조선이 어제(3일) 드디어(!)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는데 핵심은 빠지고 제목도 홍 대표 심정에 초점을 맞춥니다. 색깔론 공세에 대한 자유한국당 내부의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고, ‘빨갱이 발언’과 관련해 자신의 해명까지 거짓으로 판명난 마당에 TV조선의 <당 안팎 비난받는 洪 “ET된 기분”>이라는 리포트 제목이 온당한 것일까요? 대체 TV조선은 이 리포트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ad44
default_news_ad3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ad41
ad37
default_side_ad2
ad38
ad34
ad39

고발TV

0 1 2 3
set_tv
default_side_ad3
ad35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