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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특혜 보도’에서 언론사 실명이 빠진 이유

기사승인 2018.05.01  08: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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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 해당 매체 언론사 ‘공식 입장’ 밝히고 문제 있으면 조치해야

   
▲ 4월30일자 한겨레신문 <국회의원·언론사 사장…대한항공, 등급 매겨 편의 봐줬다> <사진=한겨레 홈페이지 캡처>

<국회의원·언론사 사장…대한항공, 등급 매겨 편의 봐줬다> 

한겨레가 어제(4월30일) 인터넷에서 보도한 기사 제목입니다. 대한항공이 ‘주요 인사 관리 리스트’를 만들어 고위층 인사들에게 출·입국 시간 등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편의를 제공해 온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제기됐죠. 그런데 한겨레 취재 결과, 대한항공 특혜 대상에 ‘주요 언론사 사장과 간부들’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단 한겨레 보도를 간단히 소개합니다. 

“대한항공은 주요 인사들을 에이(A) 1부터 에이 3까지 세 등급으로 구분해 별도로 관리해왔다. 문서를 보면, 가장 높은 등급인 ‘에이 3’에는 전·현직 3부 요인을 비롯해 주요 언론매체(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 연합뉴스, KBS, MBC, SBS, YTN) 회장·사장단, 경제 5단체장이 포함되어 있다. 

‘에이 2’ 등급에는 국회의원 및 장·차관급 이상, 시중 은행장과 재계 30대 그룹의 비오너 그룹, 주요 언론매체(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KBS, MBC, SBS) 편집·보도국장과 주요 국립·사립대 총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항공사를 관리·감독할 위치에 있는 항공교통심의위원도 포함돼 있다.” 

언론사도 대한항공 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하지만 보도는 거의 ‘전무’ 

세관 공무원, 국토교통부 산하 공무원 등이 대한항공 측에 편의를 요청한 것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비난을 받았습니다. 많은 언론이 관련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죠. 그런데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언론사도 대한항공 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대한항공 측이 주요하게 관리한 매체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 연합뉴스, KBS, MBC, SBS, YTN 회장·사장단’입니다. 이들 매체 사장 및 회장단을 ‘A1 등급’으로 관리해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A3 등급’보다 한 단계 낮기는 하지만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KBS, MBC, SBS 편집·보도국장’을 ‘A2 등급’으로 관리해 온 것은 더 문제입니다. 보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언론사 간부를 대상으로 특혜성 대우를 해왔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보도에서 언급되진 않았지만 ‘리스트’를 보면 ‘A1 등급’에 ‘주요 매체’ (조선, 중앙, 동아, 연합뉴스) 사회·경제·산업부장 및 기타 일간지 편집국장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들 역시 대한항공과 관련한 보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간부들이란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이번 한겨레 보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정말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갑질’ 파문을 비롯해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온갖 갑질’ 논란을 주요하게 보도한 언론이 ‘언론사 특혜 문제’는 모른 척 합니다. 일부 언론을 제외하곤 거의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한겨레 정도만 매체명을 정확히 적시해 보도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 <한겨레>가 입수한 대한항공 ‘주요 인사 코드(Code)’ 문건. <사진=한겨레 홈페이지 캡처>

KBS와 서울신문, 매체명 언급 없이 ‘주요 매체·언론사’로 보도 

KBS와 서울신문이 관련 내용을 보도했지만 한겨레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매체명을 모두 실명 공개한 반면 두 언론사는 ‘주요 언론매체 회장·사장단’ ‘주요매체 편집국장·보도국장’이라고만 보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겨레가 별도로 취재해서 매체명을 공개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대한항공이 ‘VIP 고객’으로 관리한 리스트를 보면 ‘특별관리’ 대상으로 언론사 이름과 직책이 정확히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KBS와 서울신문은 두루뭉술하게 ‘주요 언론매체’ ‘주요 매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우선 서울신문 보도 내용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대한항공이 VIP 고객으로 관리한 정·재계 주요 인사들의 등급별 리스트에 따르면 가장 높은 등급인 ‘A3’에는 전·현직 3부 요인, 주요 언론매체 회장·사장단, 경제5단체장이 포함됐다. 그 아래 ‘A2’에는 국회의원 및 장·차관급 이상, 시중은행장, 재계 30대 그룹의 비오너 그룹, 주요매체 편집국장·보도국장, 주요 국립·사립대 총장이, ‘A1’은 주요 정부부처 팀장급 이상 및 국토교통부 주요 실무자, 100대 기업 사장이 수혜 대상으로 명기됐다.” (서울신문 4월30일 14면) 

KBS 역시 서울신문과 비슷합니다. 4월28일 ‘뉴스9’에서 보도한 리포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진 총수 일가의 비리 의혹을 제보하는 SNS에 올라온 문건입니다. ‘주요 인사 코드’란 이름의 이 문건은 이른바 VIP 승객들을 세 단계로 나누고 있습니다. 최상위인 A3에는 전·현직 3부 요인과 주요 언론매체 회장, 사장단 등이, A2에는 국회의원과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이 들어가고, A1에는 100대 기업 사장과 지방 유력인사 등이 포함됩니다.” 

매체 실명 언급하지 않은 것은 동업자 봐주기? 

사실 KBS 리포트는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 있습니다. “최상위인 A3에는 전·현직 3부 요인과 주요 언론매체 회장, 사장단 등이”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A2에는 국회의원과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이 들어간다”고만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KBS, MBC, SBS 편집·보도국장’ 부분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KBS는 이날 영상화면에선 ‘대한항공이 관리한 주요 인사 리스트’를 보여주며 매체명이 드러나게 했지만 정작 기자 리포트에선 별도 언급이 없었습니다. 대다수 언론이 이번 사안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리포트이긴 했지만 ‘핵심 내용’을 누락시키면서 오히려 ‘빛바랜 보도’가 됐습니다. KBS 보도국장이 포함된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일까요?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 <사진출처=KBS 화면캡처>

하지만 정말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런 보도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언론사의 ‘공식 입장이나 해명’이 없다는 점입니다. 한겨레가 4월27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국토부는 2015년 3월 공무원들이 국외 출장을 가면서 대한항공에서 좌석 승급 특혜를 받았다는 참여연대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감사 결과, 국외 출장을 가면서 부당하게 항공기 좌석을 승급 받거나 이를 요구한 국토부 공무원 4명이 징계를 받았고, 부적절한 승급 혜택을 받은 33명은 경고를 받았습니다. 

2015년에 부적절한 승급혜택을 받은 공무원들은 징계 등의 조치를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특혜조치를 받은 공무원들은 비슷한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 연합뉴스, KBS, MBC, SBS, YTN 회장·사장단’을 비롯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KBS, MBC, SBS 편집·보도국장’과 ‘조선, 중앙, 동아, 연합뉴스 사회·경제·산업부장 및 기타 일간지 편집국장’이 대한항공으로부터 비슷한 ‘특별혜택’을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한항공 측이 ‘알아서 특혜’를 줬든, 언론사에서 ‘이를 요구한’ 것이든 둘 다 문제가 있습니다. 해당 언론사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해당 언론사 내부에서 문제제기 없는 것이 더 문제! 

그런데 특혜 논란이 제기된 언론사들은 지금까지 공식입장도 없고, 해명도 없습니다. 공식입장과 해명 이전에 ‘관련 보도’ 자체가 거의 전무합니다. 이래놓고(!) 대한항공의 ‘갑질’과 국토부 등 공무원들의 ‘특혜’를 제대로 보도할 수 있을까요? 가장 문제가 심각한 것은 해당 언론사 내부에서도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 정도’ 되면 노조를 비롯해 기자협회 등에서 ‘누가 특혜를 받았는지’ ‘그동안의 관행을 탈피하기 위한 개선조치’ 등을 요구하는 게 정상인데 보도도 없고, 내부비판도 없습니다. 

이른바 ‘김기식 전 금감원장’ 파문 당시 ‘최상의 도덕적 기준’을 내세우며 그의 낙마를 종용했던 언론이 상당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언론의 이중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한겨레와 인터뷰를 했던 항공업계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항공사 입장에서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언론사 등에서 의전 서비스를 부탁하면 거절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의전 서비스를 요구하는 일부 지도층이 있다. 이번 기회에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 연합뉴스, KBS, MBC, SBS, YTN 회장·사장단’과‘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KBS, MBC, SBS 편집·보도국장’ 그리고 ‘조선, 중앙, 동아, 연합뉴스 사회·경제·산업부장 및 기타 일간지 편집국장’들이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정말 궁금합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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