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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위장평화 공세’를 비판하고 나선 이유

기사승인 2018.04.30  08: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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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석] 아베도 돌아섰는데 ‘김정은 반대’만 외치는 한국당·조선일보·TV조선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공동식수 및 친교산책을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정은 위원장이 핵실험장 폐쇄와 공개를 천명한 점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일각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비핵화가 핵심 의제가 될 북미 정상회담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됩니다 … 국제사회 반응에 따라 북한이 핵 탄두 보유 시설이나 우라늄 농축 시설 등을 추가 공개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KBS 4월29일 ‘뉴스9’) 

“이 같은 북한의 계획은 이미 사용이 어려워진 핵 실험장을 폐기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의심을 일축하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핵개발의 산실인 풍계리 핵 실험장이 조만간 비핵화 조치의 상징적인 현장이 될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MBC 4월29일 ‘뉴스데스크’)

“2개 갱도가 여전히 건재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할 때 한미 전문가와 언론을 초청하겠다고 한 건 그만큼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10년 전, 영변 냉각탑 폭파 장면처럼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겁니다.” (SBS 4월29일 ‘8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저자세’로 유턴한 이유 

청와대가 어제(29일) 남북정상회담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합의 내용을 밝혔습니다. 파격적인 내용입니다.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이 주목한 이유입니다. 국제사회 반응도 빨랐습니다. 일각에서 ‘완전한 비핵화’의 구체적 일정과 내용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자 이런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차원에서 ‘비공개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전, 북한이 이런 ‘선제적 조치’를 취한 이유가 뭘까요? 많은 언론이 이미 보도한 것처럼 그만큼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사용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용도폐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에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답을 한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청와대가 관련 내용을 공개한 것은 자유한국당과 조중동·일부 종편이 제기하는 ‘트집 잡기’에 쇄기를 박으려는 의도 또한 포함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러 해석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점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물론 외신들까지 북한의 ‘선제적 조치’를 긍정 평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보여주는 한국에 대한 ‘저자세’가 말해주는 게 무엇일까요? 이런 국제적인 흐름에서 자칫 일본만 소외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아닐까요. 서훈 국정원장이 일본을 방문해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한 것과 관련, MBC는 29일 ‘뉴스데스크’에서 “아베 총리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 외교전에서 존재감이 약해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 정부 역시 적극적인 태도로 돌아섰다는 얘기입니다. 

“5월 중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이때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초청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장면을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것이고, 국내 언론이 전망한 것처럼 “전 세계에 중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비해 북한이 ‘이 정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평가받을 대목입니다.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이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판문점 선언’과 ‘북 비핵화 의지’ 깎아내리기 바쁜 TV조선과 조선일보

그런데 어떻게든, 최대한, 사사건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폄훼하기 바쁜 곳이 있습니다. 바로 TV조선입니다. 물론 채널A와 MBN도 이번 ‘판문점 합의’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비트는 보도를 하고 있지만 ‘옹졸함’과 ‘치졸함’ 측면에서 TV조선이 압도적입니다. 어느 정도이길래 그러냐구요? 대략 이런 식입니다. 

   
▲ <사진출처=TV조선 화면캡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다음달 폐쇄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폐쇄할 때 대외에 공개 하기로 했습니다 … 북한은 10년 전인 2008년에도 기자들을 불러놓고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시키며 비핵화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러고는 11개월 후 2차 핵실험을 했었습니다.” (TV조선 4월29일 ‘뉴스7’) 

“김정은은 평화의 집 대기실에 걸려 있던 서울과 평양 표준시계를 보고 안타깝다며 통일하겠다고 했습니다 … 남북 미북간 교류 협력의 장애물을 제거하겠다는 결단이라고 김정은은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 내부의 불편함을 해소하면서 ‘통일’이라는 용어를 쓰며 생색을 냈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TV조선 4월29일 ‘뉴스7’) 

“정상회담 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북한이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비핵화 의지를 보인 겁니다 … 다만 ‘어렵게 산다’는 말로 핵 포기가 대북 제재 해제와 경제적 지원을 전제로 한 것임을 우회적으로 알렸습니다.” (TV조선 4월29일 ‘뉴스7’)  

TV조선이 어제(29일) 리포트에서 보수적인 시각으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우려를 표방했다면 ‘옹졸하거나 치졸하다’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어제 TV조선 리포트는 ‘북한이 어떤 비핵화 의지를 밝히더라도 반드시 비틀어서 보겠다’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내용은 삐딱하게 해석하고야 말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정말 옹졸한 태도였습니다. ‘서울과 평양 표준시계를 통일하겠다’는 결단조차 ‘북한 내부의 불편함을 해소하면서 생색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언론과 무슨 소통이 가능하겠습니까?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무턱대고 ‘위장쇼’라고 주장하는 자유한국당과 그 모습이 너무 흡사한 듯해 그냥 놀라울 따름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파격적인 내용으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분위기마저 ‘환영’ 일색이니 일단 ‘생채기나 내고 보자’는 식의 태도 외에는 달리 해석이 안 되는 이유입니다.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는 다르다 

TV조선은 어제(29일) ‘뉴스7’에서 “북한은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면서 6자회담 당사국 기자들을 초청했고, 전세계에 녹화 중계했지만 그로부터 11개월 뒤 2차 핵실험을 강행하며 핵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며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드러냈습니다. 2008년 ‘상황’이 지금도 재연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당시와 지금은 단순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다릅니다. JTBC ‘뉴스룸’이 어제(29일) 지적했듯이 “풍계리는 6번의 핵실험이 이뤄진 곳이고 아직도 핵실험이 가능한 곳”인 반면 “껍데기에 불과했던 (영변) 냉각탑 폭파와는 전혀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SBS 역시 ‘8뉴스’에서 “당시에는 용도 폐기된 냉각탑을 폭파하는 일종의 이벤트였다면 이번에는 실제 사용 중인, 김 위원장 말에 따르면 더 크고 건재한 갱도 2개까지 포함해 없애는 것이라 그 의미가 달라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JTBC와의 인터뷰에서 “(냉각) 탑을 폭파해도 강물을 끌어다가 별도로 냉각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한 의미의 동결은 아니었지만 (이번 조치는) 핵무기 고도화에 있어 정말로 필요한 핵실험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만큼 영변과 풍계리는 의미가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TV조선 리포트에선 ‘이런 분석과 해설’은 없습니다. ‘판문점 선언’과 ‘북 비핵화 의지’ 깎아내리기 바쁜 리포트들이 많습니다. 그것도 조금 치졸한 방법으로 말이죠. 오늘자(30일) 조선일보 지면을 봐도 TV조선과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조선은 오늘(30일) 2면에서 “북한은 2008년에도 ‘핵 불능화’ 조치를 하겠다며 한·미 취재진을 초청해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장면을 공개했었다”면서 “‘핵 폐기’ 의지로 받아들인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지만 북한은 그 직후 냉각 시설을 복구하고 핵 개발을 이어갔다”고 보도했습니다. TV조선과 ‘판박이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김정은 때려잡자’ 방식이 통하던 시대는 지났다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TV조선의 ‘마이웨이’에 대해 ‘한국 보수진영’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지금 자유한국당은 무턱대고 남북정상회담을 ‘위장쇼’라고 폄훼하며 반대만 외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역풍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당 경기지사 후보인 남경필 지사는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교류·협력을 위해 다양하고 진일보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을 의미 있게 평가한다”고 했습니다.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도 “우리 당을 포함한 야당은 무조건 비판만 하지 말고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오늘(30일) 보도한 조선일보는 한국당 관계자 말을 인용해 “후보들 입장에선 비판 기조로 일관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국제정세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강경 입장을 고집하다 역풍을 맞았습니다. 그 결과, 어떻게 됐나요? 지금 매우 굴욕적인 ‘저자세’ 외교를 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역시 이런 식의 ‘반대’만 외치다가 국내 정치는 물론 국제 정치에서도 고립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쓴소리를 해야 자유한국당이 ‘정상궤도’로 돌아올 텐데 문제는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자유한국당보다 더 ‘정상궤도’에서 이탈한 듯한 보도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앙일보, 사설에서 “위장평화 공세 치부는 잘못” 비판

오죽했으면(?) 중앙일보가 오늘(30일)자 사설에서 “일부 보수파가 주장하듯 김(정은) 위원장의 요즘 움직임을 단순한 위장 평화 공세로 치부하는 건 잘못”이라고 비판하고 나섰겠습니까. 

중앙은 “북한에 대한 지나친 불신으로 모처럼 찾아온 평화적 북핵 해결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 못지않게 잔치 분위기에 취해 지나친 낙관론에 빠지는 것도 위험천만하다. 작금의 한반도 상황은 뜨거운 가슴은 물론 어느 때보다 차가운 머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중앙일보 사설과 자유한국당 남경필·김태호 후보의 ‘판문점 회담’ 긍정평가를 조선일보·TV조선·자유한국당이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중앙일보 역시 이번 ‘판문점 선언’과 관련,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축제 분위기에 취해 냉엄한 현실에 눈감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지요. 하지만 중앙일보가 조선일보·TV조선과 다른 점은 ‘일부 보수파’의 ‘무조건 반대’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소한의 균형감각은 갖추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TV조선과 조선일보 등이 계속 지금과 같은 ‘논지’를 유지한다면 시간이 갈수록 ‘유턴’하기가 매우 어렵게 됩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왜 급하게 유턴을 했겠습니까? 국제적인 평화 움직임 속에서 일본만 소외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차원 아니겠습니까. 

아베 총리도 돌아섰는데 ‘여전히’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TV조선은 ‘북한·김정은 때려잡자’만 외치고 있습니다. 제가 봤을 때 지금 ‘일본 패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TV조선 패싱’을 스스로 걱정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보수’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지만 정작 ‘보수의 핵심들’이 그걸 모르는 것 같아 드리는 충고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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