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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 침해’ TV조선 기자들 주장이 공허한 이유

기사승인 2018.04.26  08: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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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언론인 탄압받을 때 TV조선 기자들은 무엇을 했나

“경찰이 언론사를 압수수색 하려는 시도는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다. TV조선 본사 압수수색 방침은 수용할 수 없다.”

“TV조선 기자협회는 언론 출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 수호와 취재원 보호를 위해 경찰의 본사 압수수색을 단호히 거부한다. 만약 경찰이 TV조선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행한다면 이는 정권과 공권력이 언론을 탄압한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25일 경찰이 TV조선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자 TV조선 기자들이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TV조선 기자의 두루킹 출판사 무단침입’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TV조선 보도본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고 경찰이 이를 집행하려 하자 반발한 겁니다. TV조선 측은 “기자가 취재를 목적으로 벌인 행위에 대해 언론사 본사를 압수수색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언론탄압 결사반대”를 외쳤습니다. 

   
▲ 25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보도본부 앞에서 TV조선 기자들이 수습기자의 '드루킹' 누릅나무출판사 절도 관련 경찰 압수수색 통보에 반발,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논란의 여지 있는 언론사 압수수색 … 하지만 TV조선이 언론자유 침해 주장을? 

‘TV조선 기자의 두루킹 출판사 무단침입’ 사건은 경찰 조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TV조선 측이 지난 23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경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TV조선 측의 사과문과 별도로 자유한국당과의 커넥션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이라 ‘이 부분’에 대한 규명도 필요합니다. 경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의혹과 의문점’이 있지만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원칙적인 차원이라기보다는 ‘과거 한국에서 공권력에 의한 언론사 침탈’이 수시로 발생한 것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이번 ‘TV조선 사건’이 압수수색을 실시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시급하고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조선 기자들이 ‘언론탄압 결사반대’를 외치는 모습은 낯설고 공허해 보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해직 언론인이 양산되고, 정권에 충성하는 경영진에 의해 많은 언론인들이 보복인사를 당했을 때 TV조선을 비롯해 조선일보는 대부분 침묵하거나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이뿐인가요? 이명박·박근혜 정권 입장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연예인은 방송출연까지 금지시켰습니다. 폐지되는 프로그램도 많았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노골적인 ‘언론탄압’이 발생했을 때, KBS MBC ‘언론인들’이 총파업까지 하며 ‘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섰을 때, TV조선 기자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KBS·MBC 블랙리스트 문건’을 만든 사실이 확인됐을 때도 TV조선과 조선일보 기자들은 보도에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어제(25일)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을 비판하는 보도를 중단하라는 이정현 의원(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자 청와대가 KBS 보도국장의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는 뉴스도 TV조선엔 없습니다. 

그런데 ‘TV조선 기자의 두루킹 출판사 무단침입’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려 하자 그제서야 ‘언론탄압’ ‘언론자유 침해’를 소리 높여 외칩니다. 심지어 25일 TV조선 ‘뉴스9’ 클로징 멘트에서 신동욱 앵커는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면서 “TV 조선의 취재활동을 정치적 쟁점으로 몰아가려는 시도와 부당한 압박에 굴하지 않고,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취재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일보 역시 오늘(26일)자 사설에서 “유신 독재 때도 이렇게 권력 비판 언론을 아예 없애려 한 적은 없었다”면서 “과거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일로 본사 압수 수색까지 한 적은 없다. 이런 노골적인 언론 탄압이 ‘민주화 투쟁’했다는 정권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언론인 탄압받을 때 TV조선 기자들은 무엇을 했나

이런 입장을 밝히는 것은 TV조선과 조선일보의 자유지만 여론이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철저히 ‘자사 이해관계’와 맞물린 사안에 대해서만 언론자유라는 단어를 꺼내든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SNS 등을 중심으로 ‘기자는 무단침입해서 물건을 훔쳐도 된다는 거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이 TV조선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행한다면 이는 정권과 공권력이 언론을 탄압한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TV조선 기자들의 외침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심지어 TV조선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조선일보는 지난 2008년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체포와 강제구인 수사를 주문하는 기사와 사설·칼럼을 싣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08년 8월5일 조선일보 35면에 실린 태평로 칼럼입니다. 조선일보는 ‘눈치보기는 검찰 중립 아니다’(김홍진 조선일보 논설위원)라는 칼럼에서 “검찰은 재판에서 어느 정도 사실관계가 정리됐다고 보고 정 사장을 5번이나 소환했으나, 정 사장은 그때마다 공영방송 중립을 주장하며 불응했다”면서 “검찰은 피의자가 3차례 소환에 불응하면 즉각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붙잡아오고 자료제출을 거부하면 압수수색을 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홍진 위원은 “다른 건 다 수긍이 가도 왜 사건을 수사 결과대로 제때 처리하지 않고 기다리며 눈치를 보는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정 사장 사건은 ‘수사가 어느 정도 됐지만 정 사장이 출석하지 않고 언론사 대표라는 점 때문에 강제 수사하기 어려우니 법원이 판단해달라’고 발표하고 기소해버리면 되는데도 머뭇거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단정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강제수사를 주문하는 듯한 뉘앙스입니다. 

정연주 전 KBS사장 강제구인에 힘 실었던 조선일보
2009년 MBC 압수수색 ‘정당화’ 칼럼 싣기도 … “MBC는 성역 아니다” 

이한우 조선일보 기자는 2009년 3월31일(인터넷 기준) ‘[동서남북] 그 많던 촛불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에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 MBC ‘PD수첩’ 수사나 YTN 노조위원장 구속을 지켜봐야 하는 심정은 솔직히 불편하다. 물론 MBC PD들이 정당했다는 뜻도 아니고 YTN 노조위원장이 잘했다는 뜻도 아니다. 언론인도 범법행위가 있었다면 그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 MBC라고 해서 성역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MBC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다고 해서 왜 국민들이 저항과 항쟁에 나서야 하는 것일까? 문제가 있으면 당국에 나가서 조사를 받으면 그만 아닌가?”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PDF>

당시 사설이나 칼럼을 지금 TV조선 기자들이 ‘읽어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당시 이한우 기자가 쓴 칼럼은 이렇게도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TV조선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다고 해서 왜 국민들이 저항과 항쟁에 나서야 하는 것일까? 문제가 있으면 당국에 나가서 조사를 받으면 그만 아닌가?”

그래서 다시 한번 묻습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타 언론사 언론인이 해직되거나 탄압받을 때 TV조선·조선일보 기자들은 무엇을 했나요? “TV조선에 대한 압수수색은 언론탄압”이라고 외치기 전에 그동안의 ‘언론탄압’에 침묵했던 태도를 반성하는 게 우선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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